"나쁜 뉴스는 좋은 뉴스"…실업 급증에 '강세장' 시작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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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어제와 반대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제는 캐나다중앙은행(BOC)이 예상치 못하게 금리 인상을 재개하면서 시장 금리가 급등했고, 이는 기술주들을 끌어내렸습니다. 대신 소형주 등 그동안 소외됐던 주식들이 랠리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오늘 새벽까지 이어졌고, 아침 일찍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했습니다.
하지만 오전 8시 30분 주간(~3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발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청구 건수는 26만1000건으로 이전 주보다 2만8000건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월가 예상 23만6000건을 크게 상회했을 뿐 아니라 2021년 10월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이 수치가 나온 뒤 금리는 급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금리가 하락하자 기술주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반면 사흘째 랠리를 이어가던 소형주는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뜨거웠던 노동시장이 긴축으로 인해 식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한 주에 2만8000건 증가는 빠른 속도입니다. 언리미티드 펀드의 밥 엘리엇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건 일주일간의 데이터일 뿐이고 △경기 침체 때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이번 데이터가 나온 ~3일 주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 주간이어서 계절 조정으로 인해 수치가 부정확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연속 청구 건수는 175만7000건으로 3만7000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 2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또 계절 조정을 하지 않은 수치는 이전 주보다 1만535건 늘어난 21만9391건에 그쳤습니다. 과거 경기 침체가 시작될 당시의 평균 청구 건수는 41만8000건입니다. 어쨌듯 청구 건수 증가는 금융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다음주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것이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의 6월 동결 베팅은 전날 60%대에서 오늘 오후 4시께 73.6%로 높아졌습니다. 오안다의 클레이크 얼람 전략가는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한 주간의 수치로 많은 내용을 읽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음주 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하려는 Fed 위원들에게는 약간의 편안함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 호주와 캐나다가 동결을 깨고 예기치 않게 금리를 인상한 것에 대해 월가는 걱정했죠. JP모건은 "우리 전망에 대한 주요 위험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견고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주기를 재시작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Fed는 6월이든 하반기 언제든 간에 추가 긴축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Fed는 다르다'는 분석들이 나왔습니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시나 구하 전략가는 캐나다, 호주중앙은행 조치에 기반한 시장 움직임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구하 전략가는 "여기에서 Fed는 금리를 결정하는 사람(the price-setter)이고 다른 중앙은행은 금리를 받아들이는 사람(the price-takers)이다.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캐나다와 호주는 부분적으로 Fed가 한 번 더 인상하리라 생각해서 금리를 올렸다. Fed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환율 하락의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콜린 마틴 채권 전략가도 "Fed는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며 다른 중앙은행이 인상했다고 해서 반드시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후 4시께 전날보다 8.2bp 내린 3.715%, 2년물 금리는 4.6bp 내린 4.521%에 거래됐습니다.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달러는 0.76% 하락(ICE 달러인덱스)했습니다. 하락 폭은 3월 이후 하루 최대입니다. 반면 금은 침체 우려 속에 1.11% 급등했습니다. 결국, 뉴욕 증시의 다우 지수는 0.5%, S&P500 지수는 0.62% 올랐고 나스닥은 1.02%나 상승했습니다. S&P500 지수는 4293.93으로 마감해 작년 10월 저점보다 20% 넘게 올랐습니다. 기술적으로 공식적 강세장이 시작된 것입니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IT가 1.2% 올랐지만, 금융(-0.21%) 소재(-0.35%), 에너지(-0.44%) 부동산(-0.63%) 등은 하락했습니다. 기술주가 상승세를 주도한 가운데 엔비디아, 아마존, 테슬라가 모두 2% 이상 올랐습니다. 아마존은 2.49% 상승해 주당 124.2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웰스파고는 하반기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이 재가속되고, 전자상거래 사업에서도 지역 중심 모델 전환으로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며 목표주가 159달러를 제시했습니다. UBS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이 4분기까지 생성 인공지능(AI) 기능을 통합해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봤습니다. UBS의 목표주가는 150달러입니다.
테슬라는 오늘도 4.58% 상승해 10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스페인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늘 장 마감 뒤 GM이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전날 포드에 이은 것입니다. 시간 외에서도 테슬라 주가는 3%가량 상승하고 있습니다.
반면 며칠째 급등세를 이어가던 소형주는 힘이 빠졌습니다. 러셀2000 지수는 오늘 0.41% 하락했습니다. 최근 AI 붐으로 기술주들이 급등한 뒤 시장에선 폭이 좁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몇몇 주식만 올라서 전반적인 시장 상승세가 지속하기 어렵다는 얘기였죠. 웰스파고의 스콧 웨런 전략가는 "좁은 시장 랠리는 최근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러셀2000은 뒤졌던 나스닥 상승률을 따라잡고 있었습니다. 최근 5거래일만 따지면 러셀2000은 5.52% 올라 나스닥의 상승률 0.36%를 크게 앞섭니다. 그래서 시장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죠.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전략가는 "좀 더 싼 가치 주 및 경기순환 주로 약간의 순환매가 있었고 랠리의 폭이 좁아지는 것을 매우 우려해온 이에겐 매우 건전한 움직임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추세가 약간 힘을 잃은 것입니다. 사실 소형주 등 경기 민감 주가 최근 힘을 얻은 것은 지난주 5월 고용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나온 뒤 연착륙 희망이 커진 데 기인합니다. 도이치뱅크가 투자자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경기 침체가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 발생할 것이란 사람이 65%에 달하지만,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보는 이도 30%에 달합니다. 씨티는 경기 민감 주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시장에서 기술주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가총액 점유율을 얻게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일부 현금을 경기 민감 주에 할당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나스닥100 종목은 향후 이익 추정치의 30배에 거래되고 있지만, S&P500 지수 내의 경기순환 주는 20배에 거래되는 등 격차가 크다는 겁니다. 씨티도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완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씨티는 AI 주식에 대해선 (많이 올랐지만) 맞서기는 어렵다고 인정합니다. 그래서 이미 이들 주식을 가진 투자자에겐 계속 보유할 것을 권하지만, 새롭게 투자하지는 말라고 권합니다. “모멘텀은 여전히 강하지만 추격하기는 어렵다"라는 것입니다.
T로우프라이스의 세바스천 페이지 CIO도 시장이 경기 침체 위험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형주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페이지 CIO는 "지금 당장은 연착륙에 가까워지고 있다"라면서 "소형주 등 이런 자산은 정말 저렴해 보이며 아직 많은 투자자가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기댈 기회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울프 리서치는 소형주 랠리가 막바지에 달했다고 봅니다. 급격한 랠리가 여러 측면에서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울프 리서치는 "러셀2000지수는 과매수의 정점에서 강력한 저항이 있는 1900~1950영역에 접근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므로 계속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소형주들이 단기적으로 후퇴하고 조정을 받게 된다면 여기가 그곳(막바지)"이라고 밝혔습니다.
자금 흐름을 보는 전문가인 골드만삭스의 스콧 럽너 매니징 디렉터는 오늘 "우리는 (숏스퀴즈, FOMO 등으로 인한) 강제적인 랠리의 7번째 이닝에 있고 그 끝에는 4400에서 블로우 오프 탑(blow-off top)이 있을 것이다. 이 랠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 반대 포지션을 취하는 걸 찾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 이런 혼란스러운 시장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가볍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매크로 공백기(macro vacuum)입니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무거운 이벤트들이 줄줄이 몰려 있지요. 미국에서는 5월 소비자물가(CPI) 발표와 FOMC가 있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도 통화정책 회의를 합니다. 중국에서도 5월 산업생산 등 중요한 데이터가 나오지요.
다음주 CPI와 관련,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11%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년 대비로는 0.9%포인트나 하락한 4.1%가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근원 CPI는 부분적으로 중고차의 또 다른 큰 폭의 상승으로 인해 전월 대비 0.4%(반올림 전 0.38%)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래도 Fed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골드만삭스는 주장합니다. 얀 헤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FOMC 참가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지도부의 신호를 따른다. 제롬 파월 의장과 부의장 후보인 필립 제퍼슨 이사 모두 금리 인상 일시 중지를 선호한다고 시사한 바 있다. 핵심 의문은 5월 신규고용 33만9000개 증가가 파월 의장 등 리더십의 의견을 바꿀 만큼 강력했는지 여부다. 우리는 더 높아진 실업률, 둔화한 시간당 임금 상승률, 주당 근로시간 감소로 인해 그렇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지도부는 향후 추가 인상에 대한 신호를 내보낼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점도표에서 더 높은 정점을 가리킴으로써 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시각은 기본적으로 물가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나쁜 소식은 적어도 근원 물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소식은 광범위한 둔화가 이제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점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추가 둔화에 대한 전망도 좋아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생각하는 세 가지 근거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 공급망 개선과 중고차 경매 가격 하락이 적어도 7월부터는 근원 상품 인플레이션을 실질적으로 낮출 것이라는 겁니다. 다만 5월에는 4월처럼 올라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두 번째, 주거비 인플레이션에 대한 뉴스는 여전히 고무적이며, 주택 가격 반등에도 불구하고 계절 조정 임대료는 5월에 하락했다는 신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셋째, 노동시장에서의 수급 재조정은 속도는 느리더라도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으로 봤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Fed가 주시하는 근원 PCE 인플레이션 올해 12월까지 3.7%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하반기에는 더디게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주 인터뷰한 네드 데이비스의 에드 클리솔드 전략가는 △작년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상반기에 누려온 기저효과가 감소할 것이고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중단 문제도 대부분 해결되어 하반기엔 그런 요인에서 오는 이점도 사라질 것으로 봤습니다. △주택시장 안정으로 하반기 주거비 상승률 둔화에 따른 혜택도 줄어들 것으로 지적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작년 정점에서 낮아지겠지만 그 속도가 이전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물가 흐름에는 에너지 가격이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오늘 국제 유가 시장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장 중 영국의 중동 전문 매체인 '미들 이스트 아이'(Middle East Eye)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과 미국이 임시 핵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축소하는 대가로 미국이 하루 최대 100만 배럴 수출 등 제재를 일부 완화해주기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유가는 거의 5% 하락해 배럴당 69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오후 1시 45분께 백악관이 이 보도에 대해 거짓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1.71% 하락한 배럴당 71.2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상한 건 보도가 나오기 전에 이미 유가가 내리기 시작했고, 백악관의 부인이 나오기 전에 회복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선 유가 조작이라는 의심이 나왔습니다. 리서치 회사인 에너지 에스펙트(Energy Aspects)는 오늘 세 가지 요인을 들어 올 하반기 유가 전망을 배럴당 15달러 추가로 낮췄습니다.
① 더 높은 금리 : 금리는 지난 1년 동안 약 4% 상승했다. 석유 기업들은 현금으로 얻을 수 있는 추가 이익(금리)을 얻기 위해 석유를 저장하는 대신 저장한 석유를 내다 파는 인센티브를 갖게 됐다. 이로 인해 약 4000만 배럴의 추가 원유가 시장에 유입되어 유가에 부담을 줄 것으로 추정한다.
② 브렌트유의 변경 : 지난 1일부터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 산정에 미국 WTI 가격이 포함되고 있다. 브렌트유 생산량 감소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브렌트유가 배럴당 평균 4센트 더 낮아졌다. WTI가 더 저렴한 데다 최근 미 중서부 지역 정유공장의 예상치 못한 가동 중단으로 공급 초과가 발생해 WTI 가격이 추가 하락한 탓이다.
③ 중질유-경질유 공급 불균형 :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OPEC 국가들은 감산을 통해 유가를 올리려고 노력해 왔다. 이들이 생산하는 원유는 유황 함유량이 높은 중질유가 많다. 이런 감산에 대응해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는 증산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은 유황 함량이 낮아 정제하기 더 쉬운 경질유가 다수다. 이는 WTI와 브렌트 같은 주요 원유 벤치마크의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어제는 캐나다중앙은행(BOC)이 예상치 못하게 금리 인상을 재개하면서 시장 금리가 급등했고, 이는 기술주들을 끌어내렸습니다. 대신 소형주 등 그동안 소외됐던 주식들이 랠리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오늘 새벽까지 이어졌고, 아침 일찍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했습니다.
하지만 오전 8시 30분 주간(~3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발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청구 건수는 26만1000건으로 이전 주보다 2만8000건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월가 예상 23만6000건을 크게 상회했을 뿐 아니라 2021년 10월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이 수치가 나온 뒤 금리는 급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금리가 하락하자 기술주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반면 사흘째 랠리를 이어가던 소형주는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뜨거웠던 노동시장이 긴축으로 인해 식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한 주에 2만8000건 증가는 빠른 속도입니다. 언리미티드 펀드의 밥 엘리엇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건 일주일간의 데이터일 뿐이고 △경기 침체 때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이번 데이터가 나온 ~3일 주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 주간이어서 계절 조정으로 인해 수치가 부정확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연속 청구 건수는 175만7000건으로 3만7000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 2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또 계절 조정을 하지 않은 수치는 이전 주보다 1만535건 늘어난 21만9391건에 그쳤습니다. 과거 경기 침체가 시작될 당시의 평균 청구 건수는 41만8000건입니다. 어쨌듯 청구 건수 증가는 금융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다음주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것이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의 6월 동결 베팅은 전날 60%대에서 오늘 오후 4시께 73.6%로 높아졌습니다. 오안다의 클레이크 얼람 전략가는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한 주간의 수치로 많은 내용을 읽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음주 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하려는 Fed 위원들에게는 약간의 편안함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 호주와 캐나다가 동결을 깨고 예기치 않게 금리를 인상한 것에 대해 월가는 걱정했죠. JP모건은 "우리 전망에 대한 주요 위험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견고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주기를 재시작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Fed는 6월이든 하반기 언제든 간에 추가 긴축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Fed는 다르다'는 분석들이 나왔습니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시나 구하 전략가는 캐나다, 호주중앙은행 조치에 기반한 시장 움직임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구하 전략가는 "여기에서 Fed는 금리를 결정하는 사람(the price-setter)이고 다른 중앙은행은 금리를 받아들이는 사람(the price-takers)이다.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캐나다와 호주는 부분적으로 Fed가 한 번 더 인상하리라 생각해서 금리를 올렸다. Fed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환율 하락의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콜린 마틴 채권 전략가도 "Fed는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며 다른 중앙은행이 인상했다고 해서 반드시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후 4시께 전날보다 8.2bp 내린 3.715%, 2년물 금리는 4.6bp 내린 4.521%에 거래됐습니다.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달러는 0.76% 하락(ICE 달러인덱스)했습니다. 하락 폭은 3월 이후 하루 최대입니다. 반면 금은 침체 우려 속에 1.11% 급등했습니다. 결국, 뉴욕 증시의 다우 지수는 0.5%, S&P500 지수는 0.62% 올랐고 나스닥은 1.02%나 상승했습니다. S&P500 지수는 4293.93으로 마감해 작년 10월 저점보다 20% 넘게 올랐습니다. 기술적으로 공식적 강세장이 시작된 것입니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IT가 1.2% 올랐지만, 금융(-0.21%) 소재(-0.35%), 에너지(-0.44%) 부동산(-0.63%) 등은 하락했습니다. 기술주가 상승세를 주도한 가운데 엔비디아, 아마존, 테슬라가 모두 2% 이상 올랐습니다. 아마존은 2.49% 상승해 주당 124.2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웰스파고는 하반기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이 재가속되고, 전자상거래 사업에서도 지역 중심 모델 전환으로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며 목표주가 159달러를 제시했습니다. UBS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이 4분기까지 생성 인공지능(AI) 기능을 통합해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봤습니다. UBS의 목표주가는 150달러입니다.
테슬라는 오늘도 4.58% 상승해 10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스페인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늘 장 마감 뒤 GM이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전날 포드에 이은 것입니다. 시간 외에서도 테슬라 주가는 3%가량 상승하고 있습니다.
반면 며칠째 급등세를 이어가던 소형주는 힘이 빠졌습니다. 러셀2000 지수는 오늘 0.41% 하락했습니다. 최근 AI 붐으로 기술주들이 급등한 뒤 시장에선 폭이 좁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몇몇 주식만 올라서 전반적인 시장 상승세가 지속하기 어렵다는 얘기였죠. 웰스파고의 스콧 웨런 전략가는 "좁은 시장 랠리는 최근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러셀2000은 뒤졌던 나스닥 상승률을 따라잡고 있었습니다. 최근 5거래일만 따지면 러셀2000은 5.52% 올라 나스닥의 상승률 0.36%를 크게 앞섭니다. 그래서 시장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죠.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전략가는 "좀 더 싼 가치 주 및 경기순환 주로 약간의 순환매가 있었고 랠리의 폭이 좁아지는 것을 매우 우려해온 이에겐 매우 건전한 움직임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추세가 약간 힘을 잃은 것입니다. 사실 소형주 등 경기 민감 주가 최근 힘을 얻은 것은 지난주 5월 고용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나온 뒤 연착륙 희망이 커진 데 기인합니다. 도이치뱅크가 투자자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경기 침체가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 발생할 것이란 사람이 65%에 달하지만,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보는 이도 30%에 달합니다. 씨티는 경기 민감 주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시장에서 기술주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가총액 점유율을 얻게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일부 현금을 경기 민감 주에 할당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나스닥100 종목은 향후 이익 추정치의 30배에 거래되고 있지만, S&P500 지수 내의 경기순환 주는 20배에 거래되는 등 격차가 크다는 겁니다. 씨티도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완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씨티는 AI 주식에 대해선 (많이 올랐지만) 맞서기는 어렵다고 인정합니다. 그래서 이미 이들 주식을 가진 투자자에겐 계속 보유할 것을 권하지만, 새롭게 투자하지는 말라고 권합니다. “모멘텀은 여전히 강하지만 추격하기는 어렵다"라는 것입니다.
T로우프라이스의 세바스천 페이지 CIO도 시장이 경기 침체 위험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형주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페이지 CIO는 "지금 당장은 연착륙에 가까워지고 있다"라면서 "소형주 등 이런 자산은 정말 저렴해 보이며 아직 많은 투자자가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기댈 기회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울프 리서치는 소형주 랠리가 막바지에 달했다고 봅니다. 급격한 랠리가 여러 측면에서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울프 리서치는 "러셀2000지수는 과매수의 정점에서 강력한 저항이 있는 1900~1950영역에 접근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므로 계속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소형주들이 단기적으로 후퇴하고 조정을 받게 된다면 여기가 그곳(막바지)"이라고 밝혔습니다.
자금 흐름을 보는 전문가인 골드만삭스의 스콧 럽너 매니징 디렉터는 오늘 "우리는 (숏스퀴즈, FOMO 등으로 인한) 강제적인 랠리의 7번째 이닝에 있고 그 끝에는 4400에서 블로우 오프 탑(blow-off top)이 있을 것이다. 이 랠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 반대 포지션을 취하는 걸 찾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 이런 혼란스러운 시장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가볍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매크로 공백기(macro vacuum)입니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무거운 이벤트들이 줄줄이 몰려 있지요. 미국에서는 5월 소비자물가(CPI) 발표와 FOMC가 있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도 통화정책 회의를 합니다. 중국에서도 5월 산업생산 등 중요한 데이터가 나오지요.
다음주 CPI와 관련,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11%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년 대비로는 0.9%포인트나 하락한 4.1%가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근원 CPI는 부분적으로 중고차의 또 다른 큰 폭의 상승으로 인해 전월 대비 0.4%(반올림 전 0.38%)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래도 Fed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골드만삭스는 주장합니다. 얀 헤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FOMC 참가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지도부의 신호를 따른다. 제롬 파월 의장과 부의장 후보인 필립 제퍼슨 이사 모두 금리 인상 일시 중지를 선호한다고 시사한 바 있다. 핵심 의문은 5월 신규고용 33만9000개 증가가 파월 의장 등 리더십의 의견을 바꿀 만큼 강력했는지 여부다. 우리는 더 높아진 실업률, 둔화한 시간당 임금 상승률, 주당 근로시간 감소로 인해 그렇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지도부는 향후 추가 인상에 대한 신호를 내보낼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점도표에서 더 높은 정점을 가리킴으로써 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시각은 기본적으로 물가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나쁜 소식은 적어도 근원 물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소식은 광범위한 둔화가 이제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점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추가 둔화에 대한 전망도 좋아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생각하는 세 가지 근거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 공급망 개선과 중고차 경매 가격 하락이 적어도 7월부터는 근원 상품 인플레이션을 실질적으로 낮출 것이라는 겁니다. 다만 5월에는 4월처럼 올라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두 번째, 주거비 인플레이션에 대한 뉴스는 여전히 고무적이며, 주택 가격 반등에도 불구하고 계절 조정 임대료는 5월에 하락했다는 신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셋째, 노동시장에서의 수급 재조정은 속도는 느리더라도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으로 봤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Fed가 주시하는 근원 PCE 인플레이션 올해 12월까지 3.7%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하반기에는 더디게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주 인터뷰한 네드 데이비스의 에드 클리솔드 전략가는 △작년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상반기에 누려온 기저효과가 감소할 것이고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중단 문제도 대부분 해결되어 하반기엔 그런 요인에서 오는 이점도 사라질 것으로 봤습니다. △주택시장 안정으로 하반기 주거비 상승률 둔화에 따른 혜택도 줄어들 것으로 지적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작년 정점에서 낮아지겠지만 그 속도가 이전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물가 흐름에는 에너지 가격이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오늘 국제 유가 시장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장 중 영국의 중동 전문 매체인 '미들 이스트 아이'(Middle East Eye)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과 미국이 임시 핵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축소하는 대가로 미국이 하루 최대 100만 배럴 수출 등 제재를 일부 완화해주기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유가는 거의 5% 하락해 배럴당 69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오후 1시 45분께 백악관이 이 보도에 대해 거짓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1.71% 하락한 배럴당 71.2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상한 건 보도가 나오기 전에 이미 유가가 내리기 시작했고, 백악관의 부인이 나오기 전에 회복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선 유가 조작이라는 의심이 나왔습니다. 리서치 회사인 에너지 에스펙트(Energy Aspects)는 오늘 세 가지 요인을 들어 올 하반기 유가 전망을 배럴당 15달러 추가로 낮췄습니다.
① 더 높은 금리 : 금리는 지난 1년 동안 약 4% 상승했다. 석유 기업들은 현금으로 얻을 수 있는 추가 이익(금리)을 얻기 위해 석유를 저장하는 대신 저장한 석유를 내다 파는 인센티브를 갖게 됐다. 이로 인해 약 4000만 배럴의 추가 원유가 시장에 유입되어 유가에 부담을 줄 것으로 추정한다.
② 브렌트유의 변경 : 지난 1일부터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 산정에 미국 WTI 가격이 포함되고 있다. 브렌트유 생산량 감소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브렌트유가 배럴당 평균 4센트 더 낮아졌다. WTI가 더 저렴한 데다 최근 미 중서부 지역 정유공장의 예상치 못한 가동 중단으로 공급 초과가 발생해 WTI 가격이 추가 하락한 탓이다.
③ 중질유-경질유 공급 불균형 :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OPEC 국가들은 감산을 통해 유가를 올리려고 노력해 왔다. 이들이 생산하는 원유는 유황 함유량이 높은 중질유가 많다. 이런 감산에 대응해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는 증산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은 유황 함량이 낮아 정제하기 더 쉬운 경질유가 다수다. 이는 WTI와 브렌트 같은 주요 원유 벤치마크의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