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라플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 2023' 준결승전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에서 이승원이 패널티킥으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스1
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라플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 2023' 준결승전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에서 이승원이 패널티킥으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스1
한국 20세 이하(U-20) 남자축구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결승에서 이탈리아에 아쉽게 패배하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FIFA U-20 월드컵 이탈리아와 4강전에서 1-2로 졌다. 직전 대회인 2019년 폴란드 대회 준우승에 이어 2회 연속 결승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41분 이탈리아에 통한의 결승 골을 내주고 3-4위전으로 밀려났다.

한국은 이날 이영준(김천)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내세운 4-2-3-1 전형을 가동했다. 2선에 배준호(대전), 이승원, 김용학(포르티모넨스)이 배치됐고 중원에 강상윤(전북), 박현빈(인천)이 선발로 나왔다.

수비는 조영광(서울), 최석현(단국대), 김지수(성남), 최예훈(부산)이 맡았다. 선발 골키퍼는 김준홍(김천)이 출전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앞세웠다. 4강까지는 성공적이었다. 조별리그와 16강, 8강에서 점유율이나 슈팅 수에서 상대에 밀리면서도 4강까지 오르는 '실리 축구'를 구사했다.
이날도 한국은 선전했다. 앞서 치른 경기들과 비슷한 양상속에서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를 상대로 최선을 다했다.

전반 14분, 이탈리아의 선제골이 터졌다. 체사레 카사데이가 리카르도 투리키아의 땅볼 크로스를 곧바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때려 선취 골을 뽑았다. 카사데이는 이 경기 전까지 6골을 넣어 득점 선두를 달린 선수다.

그래도 한국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전반 23분 이승원의 페널티킥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페널티 지역 안에서 배준호가 상대 마티아 차노티에게 밀려 넘어졌다. 주심은 처음에는 경기를 그대로 진행하다가 비디오 판독(VAR)을 시행한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이승원은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문 왼쪽을 겨냥해 1-1을 만들었다. 이승원은 이번 대회 2골, 4도움을 기록하며 2019년 이 대회 골든볼 수상자 이강인(마요르카)이 당시 기록했던 공격 포인트(2골, 4도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후반에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13분 이탈리아의 코너킥 상황에서 마테오 프라티의 헤더가 우리 골라인을 넘어갔는지를 두고 주심이 비디오 판독실과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도 후반 18분 이승원이 위력적인 오른발 중거리포를 날렸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39분 배준호의 왼쪽 돌파에 이은 이영준의 슈팅은 하늘을 향했다. 배준호는 후반 25분에도 왼쪽 측면을 개인기로 뚫어내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후반 41분 이탈리아가 결국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박현빈의 반칙으로 프리킥을 얻어낸 이탈리아는 시모네 파푼디가 왼발 슈팅으로 곧바로 득점을 올리며 이날 경기 결승 골의 주인공이 됐다.

우리나라는 이날도 슈팅 수 7-19, 유효 슈팅 수 3-9 등 공격 지표에서 크게 밀리고도 내용 면에서는 팽팽히 맞서며 이탈리아를 괴롭혔으나 경기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막판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승 진출에 좌절하자 선수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전 공격수 이영준(김천) 등 몇몇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후반으로 갈수록 우리 선수들의 집중력과 체력이 우위에 있어서 좋은 기회를 만들었는데도 졌기에 저도 선수들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선수들이 누구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100% 이상을 쏟아냈다"고 강조하며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대회 준비기간을 돌아보면서는 "약 1년 7개월 동안 함께 하며 선수들 자신도 알지 못하던 잠재력을 끌어냈다. 모든 선수가 조금씩 발전했고, 경쟁력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며 "모두가 한 단계씩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선수들이 큰 기대를 받지 못하고 대회에 참가해 매우 속상했을 텐데 코치진에게조차 내색하지 않고 하나의 목표만으로 여기까지 왔고, 운동장에서 본인들의 가치를 증명했다"며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한국은 이제 이스라엘과 12일 오전 2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3-4위전을 앞두고 있다. 이스라엘은 앞서 열린 4강전에서 우루과이에 0-1로 패했다.

한국대표팀 주장 이승원(강원)은 "우리도 여기까지 올라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선수들뿐 아니라 코칭스태프들께서 잘해주셔서 만족할 성적을 얻은 것 같다"며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