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K팝 미국 진출 '꿈 아닌 현실' [BTS 10주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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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 기획]
힙합 그룹으로 시작한 방탄소년단
'청춘'·'고민'·'사랑' 등 메시지 담아
성장 서사에 공감한 해외 팬들
가요계, 아이돌 美 진출 숙원 이뤄
팝 메인 스트림 진입은 숙제로 남아
힙합 그룹으로 시작한 방탄소년단
'청춘'·'고민'·'사랑' 등 메시지 담아
성장 서사에 공감한 해외 팬들
가요계, 아이돌 美 진출 숙원 이뤄
팝 메인 스트림 진입은 숙제로 남아
"미국 진출이 K팝의 숙원이었잖아요. 이젠 막연한 꿈보다는 목표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죠."
K팝 시장은 지난 10년간 눈에 띄는 변화와 성장을 겪어왔다. 아시아 위주로 이뤄지던 해외 진출은 미국·유럽 등으로 영역을 키웠고, 엔터 산업은 두터운 팬심을 업고 막강한 수출 경쟁력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팀이 있다. 바로 방탄소년단(BTS)이다.
2013년 중소 기획사인 빅히트 뮤직에서 선보인 방탄소년단은 예쁘장한 이미지를 추구하던 기존 보이그룹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진한 눈화장에 굵은 체인 목걸이를 걸고 나온 이들은 다소 반항적이고 거친 분위기를 풍겼다. 빅히트 뮤직 설립자인 방시혁 현 하이브 의장은 백지영, 2am, 에이트 등의 수많은 발라드 히트곡을 쓴 작곡가로 정평이 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품고 있던 힙합·알앤비에 대한 열정이 한 데 집약된 팀이 바로 방탄소년단이었다.
낯설다는 반응이 따랐다. 당시 국내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엑소(EXO)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쉽게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점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데뷔한 지 2년 만에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5년 해외에서 방탄소년단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상남자', '댄져(Danger)' 등의 곡으로 강렬한 퍼포먼스형 힙합 그룹을 자처하던 방탄소년단이 음악적으로 변화를 준 시기였다. 10대가 겪는 고민을 강렬하고 거칠게 표현했던 이전과 달리 '화양연화' 시리즈를 통해 서정적이고 진솔하게 '청춘'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때부터 방탄소년단이 음악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음악 팬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방탄이 총알을 막아내는 것처럼 10대와 20대의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목표에 충실한 아티스트, 그리고 그 진심에 팬들은 공감했다. 인기에 불을 붙인 게 '화양연화' 시리즈라면, 기름을 부은 건 '나를 사랑하라'는 화두를 던진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다. '흙수저 아이돌'로 시작한 방탄소년단의 성공 서사는 유독 '성장'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음악과 잘 맞아떨어졌다. 이들의 해외 팬덤이 비주류, 소수자들의 굳건한 연대와 지지를 바탕으로 형성됐다는 점이 곧 방탄소년단 음악의 정체성을 설명해 준다.
유엔 정기총회에서도 멤버들은 "너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Speak Yourself)"고 외쳤다. 낮은 곳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은 해외 곳곳에 숨어있는 K팝 음악 팬들에게 희망이자 용기가 됐고, 이들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에 이어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 시리즈까지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를 주 무대로 성과를 거둬들였다.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과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연일 K팝 최초, 최고의 기록을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를 만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겨냥했다. 2020년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시작으로 2021년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까지 해외 작곡진들이 투입된 영어 곡을 발매했다. 세 곡 모두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가요계에서는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해외에서 높아진 K팝의 영향력을 절감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K팝 팬이 급증하면서 데뷔할 때부터 국내보다 해외 팬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내수 시장은 한계가 뚜렷해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일본은 기본적인 범주에 들어가는 수준이고, 아예 데뷔 때부터 타겟팅을 미국 시장으로 잡는 팀들도 생겨났다"고 전했다.
단 팝 시장 메인 스트림에 들어가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는 시각도 있다. K팝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이를 한 가지 장르로 한정 짓고 특수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는 자칫 '그들만의 리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어 곡 발매, 현지화 그룹 제작 등 다양한 고민과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소돌'로서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피프티 피프티도 영어 곡이 인기를 얻어 현지 대중성을 확보했다"면서 "더 다양한 K팝 성공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K팝 시장은 지난 10년간 눈에 띄는 변화와 성장을 겪어왔다. 아시아 위주로 이뤄지던 해외 진출은 미국·유럽 등으로 영역을 키웠고, 엔터 산업은 두터운 팬심을 업고 막강한 수출 경쟁력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팀이 있다. 바로 방탄소년단(BTS)이다.
2013년 중소 기획사인 빅히트 뮤직에서 선보인 방탄소년단은 예쁘장한 이미지를 추구하던 기존 보이그룹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진한 눈화장에 굵은 체인 목걸이를 걸고 나온 이들은 다소 반항적이고 거친 분위기를 풍겼다. 빅히트 뮤직 설립자인 방시혁 현 하이브 의장은 백지영, 2am, 에이트 등의 수많은 발라드 히트곡을 쓴 작곡가로 정평이 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품고 있던 힙합·알앤비에 대한 열정이 한 데 집약된 팀이 바로 방탄소년단이었다.
낯설다는 반응이 따랐다. 당시 국내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엑소(EXO)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쉽게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점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데뷔한 지 2년 만에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5년 해외에서 방탄소년단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상남자', '댄져(Danger)' 등의 곡으로 강렬한 퍼포먼스형 힙합 그룹을 자처하던 방탄소년단이 음악적으로 변화를 준 시기였다. 10대가 겪는 고민을 강렬하고 거칠게 표현했던 이전과 달리 '화양연화' 시리즈를 통해 서정적이고 진솔하게 '청춘'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때부터 방탄소년단이 음악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음악 팬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방탄이 총알을 막아내는 것처럼 10대와 20대의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목표에 충실한 아티스트, 그리고 그 진심에 팬들은 공감했다. 인기에 불을 붙인 게 '화양연화' 시리즈라면, 기름을 부은 건 '나를 사랑하라'는 화두를 던진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다. '흙수저 아이돌'로 시작한 방탄소년단의 성공 서사는 유독 '성장'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음악과 잘 맞아떨어졌다. 이들의 해외 팬덤이 비주류, 소수자들의 굳건한 연대와 지지를 바탕으로 형성됐다는 점이 곧 방탄소년단 음악의 정체성을 설명해 준다.
유엔 정기총회에서도 멤버들은 "너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Speak Yourself)"고 외쳤다. 낮은 곳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은 해외 곳곳에 숨어있는 K팝 음악 팬들에게 희망이자 용기가 됐고, 이들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에 이어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 시리즈까지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를 주 무대로 성과를 거둬들였다.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과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연일 K팝 최초, 최고의 기록을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를 만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겨냥했다. 2020년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시작으로 2021년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까지 해외 작곡진들이 투입된 영어 곡을 발매했다. 세 곡 모두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가요계에서는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해외에서 높아진 K팝의 영향력을 절감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K팝 팬이 급증하면서 데뷔할 때부터 국내보다 해외 팬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내수 시장은 한계가 뚜렷해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일본은 기본적인 범주에 들어가는 수준이고, 아예 데뷔 때부터 타겟팅을 미국 시장으로 잡는 팀들도 생겨났다"고 전했다.
단 팝 시장 메인 스트림에 들어가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는 시각도 있다. K팝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이를 한 가지 장르로 한정 짓고 특수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는 자칫 '그들만의 리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어 곡 발매, 현지화 그룹 제작 등 다양한 고민과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소돌'로서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피프티 피프티도 영어 곡이 인기를 얻어 현지 대중성을 확보했다"면서 "더 다양한 K팝 성공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