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합의로 탄력 붙은 '의대 증원'…관건은 얼마나 늘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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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협, '인력확충 논의' 합의…규모·방식 놓고 진통 예상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 예정…"기존 인력 재배치 정책도 필요"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사 인력 확충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지부진했던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 탄력이 붙게 됐다.
17년째 3천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이 2025학년도 입시에선 늘어날 전망인데, '얼마나', 그리고 '어디서' 늘릴지가 관건이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양측은 일단 전문가 포럼 등을 통해 의사 인력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면밀한 분석부터 나설 예정이다.
◇ 복지부·의협 "적정 의사인력 확충방안 논의 합의"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8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한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논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구체적인 문구가 합의안이 담기진 않았으나, 일단 의대 정원 조정을 통해 의사인력을 확충하는 데에는 큰 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지난 1월 의료현안협의체 구성 이후 10번째 회의 만에 의대 증원 논의가 본격화하게 됐다.
지난 2020년 의·정 갈등 끝에 '코로나19 안정화 이후'로 미뤄졌던 의대 증원 논의는 이번 의료현안협의체의 핵심 이슈였는데 그간 비대면진료와 간호법 논란 등에 밀려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못했다.
전날 회의 후 복지부가 공개한 합의사항에 따르면 양측은 ▲ 미래 의료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필요인력 수급 추계 ▲ 의사인력 수급 모니터링 등 객관적 사후평가를 통한 정원 재조정 방안 ▲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개최 등에 뜻을 모았다.
확충된 의사인력이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도록 구체적·종합적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의료사고에 대한 법률 제정 등으로 법적 부담 경감방안을 마련하며,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합의안에 담겼다.
◇ 3천58명 동결된 의대 정원, 얼마나 늘릴까
우리나라의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천58명으로 고정돼 있다.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단체의 요청으로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10% 감축한 결과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는 늘고 만성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환 발생도 늘면서 의료 수요는 빠르게 커지는데 의사 공급은 그대로이다 보니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특히 거듭되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분만실 찾아 삼만리' 등으로 필수의료 위기가 심화하면서 근본적인 해법으로 의사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임상의사 수는 인구 1천 명당 2.5명으로, 멕시코(2.4명) 다음으로 적고, OECD 평균(3.7명)에 한참 못 미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지난해 말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에서 의사 공급과 의사 업무량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2035년엔 2만7천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8일 의·정 협의 후 "해외에서도 인력 수급 추계에 관한 도구는 거의 정형화돼 있고 국책연구기관들도 이에 따라 한 것이어서 이런 것들이 (수급 추계 논의의) 기본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의·정은 이달 중 수급 추계를 위한 전문가 포럼을 열 예정인데, 의협은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를 통해 이와는 다른 추계 수치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보사연 보고서의 추계에 오류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양측의 수급 추계에 상당한 간극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결국 증원 규모는 적정선에서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양측이 내부적으로 여러 수치를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의약분업 당시 줄었던 351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이보다 많은 512명을 늘리는 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 증원 규모와 관련해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2035년에 2만7천 명 부족하다고 하니 10년간 2천700명씩 늘리면 될 것"이라며 "다만 진료보조(PA) 간호사를 제도화하면 증원분이 6천 명 정도 줄고, 병상을 줄이고 실손보험 제도를 개선하면 증원분 일부 감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사원 추계 연구를 주도한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꽤 많은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추계되지만 병상 등 의료자원이 어떻게 관리되느냐에 따라 의사 필요 정도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당장 몇 명을 늘리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어디서, 어떻게 늘릴지도 관건이다.
모든 의대의 정원을 한꺼번에 늘리는 것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의대 위주로 혹은 국공립대 위주로 증원하는 안도 거론된다.
공공의대를 비롯한 의대 신설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단순 정원 확대보다 더 쉽지 않은 논의 과정이 예상된다.
한편에서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의사 정원 논의가 정부와 의협의 협의로 이뤄지는 것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나온다.
김윤 교수는 "의정협의를 중단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같은 공론화 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당장 의대 증원해도 배치까진 시차…"재배치 정책도 필요"
의사를 늘리자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의사단체는 "의대 증원만이 만능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이른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영상의학과·재활의학과) 선호현상이 이어진다면 필수의료 위기 해소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사 공급이 넘쳐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도 기피하지 않을 정도가 되려면 연 몇백 명 수준의 증원으로는 어림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당장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이들이 현장에 활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므로, 의대 증원과 함께 당장 인력 재배치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윤 교수는 "분포 개선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립대병원 중심의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필수의료센터 지정과 함께 인력기준을 상향하고 공공가산수가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개원의로의 유출을 줄이기 위한 건강보험 수가 조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영석 연구위원도 기존 인력 재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소아청소년과 등이 다른 과에 밀리지 않도록 어떻게 적절한 체계로 보상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기피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최근 간호법 논란을 들어 "환경이 바뀌니 우리도 직역간 업무를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의료 질의 손상 없이 간호사가 서비스를 공급해도 되는 영역이 있다면 그렇게 틀을 바꿔주는 것이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안 하는 이유가 돈 때문은 아니다.
법적 안정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의대 정원 논의와 더불어 법적 안정성과 적절한 경제적 보상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 예정…"기존 인력 재배치 정책도 필요"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사 인력 확충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지부진했던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 탄력이 붙게 됐다.
17년째 3천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이 2025학년도 입시에선 늘어날 전망인데, '얼마나', 그리고 '어디서' 늘릴지가 관건이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양측은 일단 전문가 포럼 등을 통해 의사 인력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면밀한 분석부터 나설 예정이다.
◇ 복지부·의협 "적정 의사인력 확충방안 논의 합의"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8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한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논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구체적인 문구가 합의안이 담기진 않았으나, 일단 의대 정원 조정을 통해 의사인력을 확충하는 데에는 큰 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지난 1월 의료현안협의체 구성 이후 10번째 회의 만에 의대 증원 논의가 본격화하게 됐다.
지난 2020년 의·정 갈등 끝에 '코로나19 안정화 이후'로 미뤄졌던 의대 증원 논의는 이번 의료현안협의체의 핵심 이슈였는데 그간 비대면진료와 간호법 논란 등에 밀려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못했다.
전날 회의 후 복지부가 공개한 합의사항에 따르면 양측은 ▲ 미래 의료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필요인력 수급 추계 ▲ 의사인력 수급 모니터링 등 객관적 사후평가를 통한 정원 재조정 방안 ▲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개최 등에 뜻을 모았다.
확충된 의사인력이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도록 구체적·종합적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의료사고에 대한 법률 제정 등으로 법적 부담 경감방안을 마련하며,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합의안에 담겼다.
◇ 3천58명 동결된 의대 정원, 얼마나 늘릴까
우리나라의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천58명으로 고정돼 있다.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단체의 요청으로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10% 감축한 결과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는 늘고 만성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환 발생도 늘면서 의료 수요는 빠르게 커지는데 의사 공급은 그대로이다 보니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특히 거듭되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분만실 찾아 삼만리' 등으로 필수의료 위기가 심화하면서 근본적인 해법으로 의사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임상의사 수는 인구 1천 명당 2.5명으로, 멕시코(2.4명) 다음으로 적고, OECD 평균(3.7명)에 한참 못 미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지난해 말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에서 의사 공급과 의사 업무량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2035년엔 2만7천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8일 의·정 협의 후 "해외에서도 인력 수급 추계에 관한 도구는 거의 정형화돼 있고 국책연구기관들도 이에 따라 한 것이어서 이런 것들이 (수급 추계 논의의) 기본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의·정은 이달 중 수급 추계를 위한 전문가 포럼을 열 예정인데, 의협은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를 통해 이와는 다른 추계 수치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보사연 보고서의 추계에 오류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양측의 수급 추계에 상당한 간극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결국 증원 규모는 적정선에서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양측이 내부적으로 여러 수치를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의약분업 당시 줄었던 351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이보다 많은 512명을 늘리는 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 증원 규모와 관련해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2035년에 2만7천 명 부족하다고 하니 10년간 2천700명씩 늘리면 될 것"이라며 "다만 진료보조(PA) 간호사를 제도화하면 증원분이 6천 명 정도 줄고, 병상을 줄이고 실손보험 제도를 개선하면 증원분 일부 감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사원 추계 연구를 주도한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꽤 많은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추계되지만 병상 등 의료자원이 어떻게 관리되느냐에 따라 의사 필요 정도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당장 몇 명을 늘리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어디서, 어떻게 늘릴지도 관건이다.
모든 의대의 정원을 한꺼번에 늘리는 것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의대 위주로 혹은 국공립대 위주로 증원하는 안도 거론된다.
공공의대를 비롯한 의대 신설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단순 정원 확대보다 더 쉽지 않은 논의 과정이 예상된다.
한편에서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의사 정원 논의가 정부와 의협의 협의로 이뤄지는 것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나온다.
김윤 교수는 "의정협의를 중단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같은 공론화 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당장 의대 증원해도 배치까진 시차…"재배치 정책도 필요"
의사를 늘리자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의사단체는 "의대 증원만이 만능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이른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영상의학과·재활의학과) 선호현상이 이어진다면 필수의료 위기 해소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사 공급이 넘쳐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도 기피하지 않을 정도가 되려면 연 몇백 명 수준의 증원으로는 어림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당장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이들이 현장에 활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므로, 의대 증원과 함께 당장 인력 재배치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윤 교수는 "분포 개선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립대병원 중심의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필수의료센터 지정과 함께 인력기준을 상향하고 공공가산수가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개원의로의 유출을 줄이기 위한 건강보험 수가 조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영석 연구위원도 기존 인력 재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소아청소년과 등이 다른 과에 밀리지 않도록 어떻게 적절한 체계로 보상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기피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최근 간호법 논란을 들어 "환경이 바뀌니 우리도 직역간 업무를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의료 질의 손상 없이 간호사가 서비스를 공급해도 되는 영역이 있다면 그렇게 틀을 바꿔주는 것이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안 하는 이유가 돈 때문은 아니다.
법적 안정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의대 정원 논의와 더불어 법적 안정성과 적절한 경제적 보상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