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파이 이야기'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얀 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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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도서출판 작가정신 제공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영국 부커상은 지금까지 수십편의 수상작을 배출했다. 그 중에서도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작품은 바로 2002년 수상작,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다. 전 세계 50개국에 출간돼 1200만부 이상 팔려나간 이 소설은 이안 감독의 영화로 만들어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차지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얀 마텔은 올해 한·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다음주 방한할 예정이다. 오는 14일 서울국제도서전, 16일 대산문화재단 '세계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인도 소년이 캐나다 이민길에 오르며 시작되는 <파이 이야기>처럼 마텔은 여러 나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1963년 스페인에서 캐나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났고, 캐나다 미국 코스타리카 프랑스 멕시코 등에서 살았다. 성인디 된 후에도 이란, 터키, 인도 등을 순례했다. 캐나다 트랜트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정원사, 경비원 등을 거쳐 27세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봉투'와 연관이 깊은 작가다. 첫 번째는 편지 봉투. 마텔은 2007년 한 문화행사에 참여했다가 스티븐 하퍼 당시 캐나다 총리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무관심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봤다. 그 이후로 하퍼 총리에게 4년간 문학 작품을 추천하는 편지 101통을 보냈다. 편지와 함께 책도 동봉했다. 하퍼 총리는 단 한 번도 답장하지 않았지만 이 편지는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그는 한 시선집을 추천하며 이렇게 썼다. "바쁘십니까? 피곤하십니까? 하찮은 존재로 전락한 듯한 기분이십니까? 소설을 읽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십니까? 그럼 스코틀랜드 시인 조지 맥케이 브라운의 다음 시를 읽어보십시오."
그의 글쓰기 습관을 말할 때도 '봉투'가 등장한다. 마텔이 부커재단과 진행했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파이 이야기> 이후 소설을 쓸 때마다 갈색 서류봉투들에 글감을 모은다. 등장인물들이 머무는 장소 한 곳당 갈색 서류봉투 한 개를 준비해 그곳에 해당 장소와 관련된 참고자료와 자신의 글을 넣어둔다. 이후 바닥에 서류봉투들을 늘어놓고, 봉투 속 종이들을 꺼내보면서 소설을 쓴다.
그는 탄탄한 밑그림부터 마련해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첫 문장을 쓸 때부터 저는 이미 마지막 문장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1993년 첫 소설집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을 발표한 마텔은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는다. 주요 작품으로는 <셀프> <20세기의 셔츠> <포르투갈의 높은 산> 등이 있다. 2024년 봄 영미권에서 신작 <보잘 것 없는(가제·Son of Nobody)>을 출간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