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 깎았을 뿐인데… 이런 임금피크제도 무효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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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삭감 기간 동안 업무량·근무시간 조정 없었다”
1심 법원, 대구경북과기원 임금피크제 ‘무효’ 판단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 도입한 기업들 ‘줄패소’
기술원은 2016년 1월 1일부터 '정년퇴직 2년 전부터 기본연봉의 90%, 1년 전부터는 85%'를 지급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운용해 왔다. 이로 인해 연구원 A는 임금 3030만원과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81만6000원, B는 임금 3200만원과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91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공공기관 등을 위주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이 우후죽순 제기되고 있다.
전 판사는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임금이 삭감된 기간 동안 원고들에 대한 업무량과 근무시간 조정이 없었다"며 "기술원이 원고들을 포함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에 대한 인건비 절감으로 감액된 재원을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에 맞게 사용했다고 볼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고, 기술원 스스로도 그 재원으로 신규 고용을 계획하고 있다고만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술원 측은 "A의 경우 연구부총장으로서의 보직 수당도 있고, 퇴직 이후 명예연구원으로 추대될 수 있다"며 "자문을 수행할 경우 자문료도 지급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판사는 "기술원이 시행한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는 것이며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하급심은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으로서, 임금 삭감 폭이 적으면 대체적으로 임금피크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유효성을 인정하는 경향이었다"며 "이번 판결은 소폭의 감액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법원의 임금피크제에 대한 엄격한 판단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앞으로 판결이 축적되면서 법원도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정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KB신용정보 임금피크제 사건'에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고 할지라도 감액 폭이 클 경우 무효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놔 정년연장형도 더 이상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1심 법원, 대구경북과기원 임금피크제 ‘무효’ 판단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 도입한 기업들 ‘줄패소’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하급심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임금 삭감 시점이 퇴직 2년 전이고, 삭감 폭도 10%에 불과해 강도가 높지 않은 임금피크제마저 무효라는 판단이 나와 눈길을 끈다.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과 정부 방침에 따라 2015년 전후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 등의 패소가 사실상 일상화되는 형국이다.대구지방법원(단독 전명환 판사)은 지난 4월 7일 2022년에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을 정년퇴직한 연구원 두 명이 기술원을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기술원이 도입한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판단하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임금·미사용 연차 수당 못 받아” … 연구원 2명 소송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은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앞세운 노동개혁을 한창 추진하던 때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교육기관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기술원에서 열린 대구시 업무 보고 자리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는 중앙정부와 각 지역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해결할 수 있다"며 "대구지역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한 노동개혁에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기술원은 2016년 1월 1일부터 '정년퇴직 2년 전부터 기본연봉의 90%, 1년 전부터는 85%'를 지급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운용해 왔다. 이로 인해 연구원 A는 임금 3030만원과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81만6000원, B는 임금 3200만원과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91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공공기관 등을 위주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이 우후죽순 제기되고 있다.
감액된 재원, 임금피크제 목적에 맞게 썼는지도 관건
대구지법은 원고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전 판사는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임금이 삭감된 기간 동안 원고들에 대한 업무량과 근무시간 조정이 없었다"며 "기술원이 원고들을 포함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에 대한 인건비 절감으로 감액된 재원을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에 맞게 사용했다고 볼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고, 기술원 스스로도 그 재원으로 신규 고용을 계획하고 있다고만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술원 측은 "A의 경우 연구부총장으로서의 보직 수당도 있고, 퇴직 이후 명예연구원으로 추대될 수 있다"며 "자문을 수행할 경우 자문료도 지급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판사는 "기술원이 시행한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는 것이며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하급심은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으로서, 임금 삭감 폭이 적으면 대체적으로 임금피크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유효성을 인정하는 경향이었다"며 "이번 판결은 소폭의 감액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법원의 임금피크제에 대한 엄격한 판단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앞으로 판결이 축적되면서 법원도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정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KB신용정보 임금피크제 사건'에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고 할지라도 감액 폭이 클 경우 무효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놔 정년연장형도 더 이상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