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지역 최대 항만 중 하나인 시애틀항이 노조와 갈등으로 폐쇄됐다.

태평양선주협회(PMA)는 10일(현지시간)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ILWU)이 노동자들을 터미널에 파견하지 않아 시애틀항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날에는 교대 근무 중 ILWU의 지시에 따라 작업 속도가 저하돼 터미널 지상 작업이 중단됐는데, 오늘은 ILWU이 아예 노동자를 터미널에 파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애틀항 폐쇄로 많은 수출품이 도크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ILWU은 미 서해 29개 항만 노동자 2만2000여명을 회원으로 둔 노조다. PMA는 서해 항만 터미널 운영사와 터미널을 이용하는 선사 등 70개 기업을 대표한다. 양측은 지난 5월부터 임금 인상 협상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선사와 항만 터미널이 코로나19 기간 높은 수익을 냈다는 점을 들어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PMA는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달 초에는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등 최근 들어 갈등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LA항과 롱비치항, 오클랜드항까지 미 서해 항구들에서 반복된 노조 파업 등으로 인해 항만에 발이 묶인 물동량의 가치는 약 5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줄파업에 동참한 시애틀항은 미국의 농산물을 주로 수출하는 북미 최대 항만 중 하나다.

시애틀항을 이용하는 가장 많은 무역 교역국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베트남,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다. 사과와 우유, 소, 밀, 감자, 건초 등 주요 품목의 지난해 수출 규모는 56억6000만달러 가량이다. 시애틀항은 또 자동차 전용 선박이 드나드는 항만으로, 현대·기아차가 주요 이용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