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외국인 최대 밀집지 월곡동 새벽부터 종일 어수선
주말만 되면 외국인들 곳곳에 몰려 밤새 술 마시고 도박
"기껏 신고했더니 다 놓치면"…외국인 집단탈주에 주민들 불안
"평소에도 새벽만 되면 시끌벅적하더니만 도박한 외국인들 다 잡아 놓고는 하루도 안 돼 다 놓쳤으니 그 사람들 어디 가서 다른 범죄나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되죠"
외국인 도박 피의자들이 경찰 지구대에서 집단 탈주한 11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주택가에서 만난 인근 주민들은 하나같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박판을 벌였던 외국인 23명이 검거된 단독주택 2층에 있던 도박장은 아직도 카드 수십장이 버려져 뒤죽박죽 흩어져 있었다.

벽지는 곰팡이로 뒤덮였고, 꽁초가 빼곡히 꽂힌 종이컵이 곳곳에 널브러져 실내는 메케한 담배 냄새로 가득했다.

이웃에 사는 김모(42) 씨는 "주말 밤만 되면 외국인이 떼거리로 모여 시끌벅적했다.

오늘도 새벽잠까지 설쳤는데 연로하신 어머니가 특히 불안해하셨다"고 말했다.

4~5명씩 1개 조를 이뤄 일대 탐문수색에 나선 형사들을 바라보는 다른 주민은 "무서워서 살겠느냐"며 한숨을 내뱉고는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탈주 사건이 일어난 월곡동은 광주 외국인 최대 밀집 지역으로 이날 오전부터 베트남 국적 도박 피의자들을 찾아 나선 경찰들로 종일 소란스러웠다.

경찰들은 분주하게 울리는 휴대전화로 추적 상황을 실시간 공유했고, 도망친 베트남인의 신원 정보를 정리한 보고서를 동료들과 돌려보며 소재 파악에 나섰다.

"기껏 신고했더니 다 놓치면"…외국인 집단탈주에 주민들 불안
경찰은 토요일 오후부터 월곡동 이 일대로 비상 소집됐다.

외국인들이 주말만 되면 소음을 일으키며 도박판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외국인 지구대 집단탈주 사건이 발생한 이날 새벽에도 주민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이날 오전 3시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해 도박판을 벌인 베트남인 23명을 검거, 신원 확인 등 기초 조사를 위해 이들을 월곡지구대로 임의동행했다.

순차적으로 이뤄진 임의동행은 인원이 많아 오전 5시 40분쯤 마무리됐다.

기초 조사 순서를 기다리는 도박 피의자들은 지구대 내부 1층 회의실에서 대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20㎝ 남짓 열리는 시스템 창문을 통해 10명이 도망쳤다.

경찰은 오전 6시 40분쯤에야 도주 사실을 인지했는데, 집단 탈주는 6시 20분쯤부터 약 20분 동안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월곡지구대에는 지구대 1개 팀과 지원 경력 등 12명이 베트남인 도박 피의자 23명을 관리하고 있었다.

일부 베트남인은 도박 혐의 기초 조사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신원을 도용하기도 했는데, 도주 이후 추적 과정에서 엉뚱한 외국인 2명이 붙잡히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 베트남인에게 휴대전화, 교통편, 은신처 등을 제공하는 조력자에 대해서도 무관용 처분할 방침이다"며 "모든 가용경력을 총동원해 최대한 신속히 전원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기껏 신고했더니 다 놓치면"…외국인 집단탈주에 주민들 불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