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200회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밝혔다. 정부의 개혁 의지는 확고하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뿐 아니라 다른 연금과의 구조개혁까지 추진하겠다는 게 조 장관 발언의 요지였다. 올해 10월 발표할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과 관련해선 “국민이 혼란을 느끼지 않고 선택할 수 있도록 (연금개혁) 정부안의 수를 최대한 적게 내겠다”고 강조했다. 2018년 4개의 연금개혁안을 제시한 정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개혁을 포기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혀 주목받았다.

연금은 노동·교육과 함께 국가 미래가 걸린 3대 구조개혁 과제다. 윤석열 정부도 집권 2년 차를 맞아 개혁 추진에 결기를 드러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3대 개혁과 관련, “미래를 위해, 표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어려운 과제에 과감하게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 연금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희생과 양보가 필수인 난제다. 저출산·고령화의 급진전 속에서 개혁을 더 미룬다면 미래세대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대로라면 2041년부터 국민연금이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에는 고갈된다는 정부의 재정추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재앙은 시간문제다.

연금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폭넓게 형성됐고, 방식도 ‘더 내고 덜 받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 정부는 7월 공청회와 8~9월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0월 정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제도 자체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이유로 다시 여러 개의 복수안을 제시해 논란을 부르는 건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정부는 가능하면 단일안을 마련해 국민을 설득하고, 국회 입법을 견인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개혁 정책에 대한 범정부적 마케팅 전략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수십 년 묵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69시간 근로제’라는 프레임에 걸려 지연되고, 초등학교 입학 연령 조정이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좌절되지 않았나. 연금개혁을 표를 잃는 게 아닌, 표를 얻는 성과로 만드는 건 결국 정부 하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