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트렌드세터 왜 배출 못하나"…'샘 올트먼 열풍'이 韓에 남긴 것
“지금 기술 분야 ‘트렌드세터’는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 샘 올트먼이에요.”(김민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

투자 한파로 가라앉은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모처럼 ‘올트먼 열풍’이 일었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10일 한국을 방문해 참석한 곳마다 팬들이 몰렸다. 첫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진행된 중소벤처기업부,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주최 대담 행사엔 1000여 명의 관중이 몰렸다. 이튿날 올트먼 CEO는 월드코인 공동설립자로서 암호화폐 업계와 만났다. 피곤한 기색 없이 이틀간 총 5시간 넘게 쏟아진 질문을 소화했다.

연이틀 올트먼 CEO를 만나기 위해 스타트업 창업가는 물론 벤처캐피털(VC) 업계가 총출동했다. 샌드버그, 베스핀글로벌, 업스테이지, 프렌들리AI 등 내로라하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세계 최대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 회장을 맡았던 그는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등 유망 기업을 발굴한 투자자로도 유명하다.

올트먼 열풍의 이유가 챗GPT 성공 때문만은 아니다. 올트먼 CEO는 월드투어를 하며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를 논의했다. 주주와 고객, 직원을 넘어 사회,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반영하려는 기업의 모습으로 읽힌다.

기업인 입에서 돈 얘기보다 삶의 질, 인류, 일자리라는 말이 더 많이 나온 것도 다른 점이었다. 이윤 추구와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기업과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었다. 비영리로 시작한 오픈AI는 투자자 이익에 제한을 둔 하이브리드 구조의 기업이다. 올트먼 CEO는 오픈AI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국내 벤처·산업계를 통틀어 기술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기업은 거의 없다. 국내 모험자본의 크기가 작은 데다 기술 패권을 쥘 만한 딥테크 기업이 부족한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트렌드세터가 되지 못할 바엔 낙오자라도 면해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이 오픈AI와 협력해 세계 생성형 AI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한 스타트업 대표의 말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