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텔레칩스가 설계하고 삼성전자가 제조한 인포테인먼트시스템(IVI)용 칩이 현대차의 프리미엄 차량 '제네시스'에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국산'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배터리, 조명 등 차량용 핵심 부품과 관련해서도 삼성 SK LG의 제품이 현대차에 채택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4대 그룹을 구심점으로 구축된 한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생태계가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텔레칩스 설계, 삼성전자 파운드리 양산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제조한 차량 인포테인먼트시스템(IVI)용 통합칩셋(SoC) ‘돌핀 플러스(+)’가 현대차의 프리미엄 차량 제네시스에 장착됐다. IVI용 SoC는 차량에서 실시간 운행정보 등을 처리하는 반도체다. 제네시스에선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구동을 담당한다. 설계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인 텔레칩스가 맡았다.이 칩은 제네시스가 아닌 현대차의 일반 차종에도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차량에선 공조장치를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현대차가 최근 적극적으로 국산 칩을 적용하는 건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차량용 칩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팹리스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텔레칩스, 넥스트칩 등은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SoC 등을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납품 중이다. 팹리스가 개발한 칩을 위탁받아 양산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도 인텔 자회사 모빌아이, 암바렐라 같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의 물량을 수주하며 긍정적인 평판을 쌓고 있다. "실리가 중요"...4대 그룹 총수들 전장 분야 협업 강화자동차 부품 사업에서의 국내 기업 간 협업은 반도체를 넘어 디스플레이, 배터리, 조명 등의 영역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예컨대 제네시스 GV60 전기차엔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SK 온의 배터리 등이 들어갔다. 아이오닉5엔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백미러가 탑재됐다. 이들 차량의 계기판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LG디스플레이 제품이다.국내 4대 그룹이 중심이 된 자동차 전장 분야 협업은 앞으로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차 시대가 오면서 첨단 전장 부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들도 실리를 중시하며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이 최근 임직원에게 “국내 전문기업을 통한 맞춤형 인공지능(AI)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삼성전자 특화형’으로 개발·도입하기 위해 국내 AI 업체와의 협업을 공식화한 것이다.▶본지 5월 15일자 A8면 참조1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경 사장은 이달 초 열린 DS부문 임직원 대상 강연에서 “생성형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가 하는 일에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며 “‘국내 전문 기업’을 통한 맞춤형 AI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오는 12월 기본 서비스를 오픈하고, 내년 2월에는 반도체 빅데이터를 포함한 전문 검색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삼성전자 DS부문은 맞춤형 AI를 통해 업무 프로세스 자동 응답 등 9개 분야에서 임직원 업무를 지원할 계획이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삼성이 제조한 자율주행 반도체와 SK의 배터리가 장착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이 차량에 올라탄 운전자는 LG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계기판을 보며 도로 위를 달린다. 5년 전만 해도 ‘꿈 같은 일’로 여겨지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 ‘글로벌 전기차 리더’로 성장한 현대차가 전장(電裝·전자장치)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 SK, LG 등과 긴밀한 협업 관계를 구축하면서다. 첨단 부품 경쟁력이 중요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가 다가오면 ‘4대 그룹 전장동맹’은 더 단단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삼성·현대차, 반도체 협력 강화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제조한 차량 인포테인먼트시스템(IVI)용 통합칩셋(SoC) ‘돌핀 플러스(+)’가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에 장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IVI용 SoC는 차량에서 실시간 운행정보 등을 처리하는 반도체다. 제네시스에선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구동을 담당한다. 설계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인 텔레칩스가 맡았다.지난 7일엔 삼성전자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시스템(IVI)용 반도체 ‘엑시노스’를 2025년 현대차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차량용 제품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현대차가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현대차가 먼저 러브콜현대차가 차량용 디스플레이, 배터리, 조명 등을 삼성, SK, LG 제품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예컨대 현대차의 간판 전기차 ‘아이오닉 5’를 보면 편의 기능인 ‘사이드뷰 카메라’에 사용하는 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 배터리는 SK온이 납품했다. GV60 같은 제네시스 전기차엔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반도체)가 들어갔다. 요즘 출시되는 현대차 차량의 계기판용 액정표시장치(LCD)는 대부분 LG디스플레이 제품이다.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4대 그룹 전장동맹이 구축된 것은 삼성, SK, LG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장 경쟁력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에 매년 수조원을 투입한다. 삼성전기는 전기차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투자를 늘리고 있다.LG는 LG디스플레이(패널), LG이노텍(카메라모듈), LG마그나(파워트레인), LG전자(OS·인포테인먼트시스템) 등 주력 부품 사업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배터리사업과 관련해선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이 세계 시장을 주도한다.한국산 전장 부품의 기술력이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IVI용 반도체를 아우디, 폭스바겐 등에 납품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벤츠에 디지털콕핏용 OLED를 공급한 이후 고객사를 확대하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해외에 납품한 부품을 우리도 볼 수 있냐’는 현대차 구매팀의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한국 중심 미래차 공급망 구축글로벌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4대 그룹 전장동맹은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래차에선 센서, AP, IVI, 디스플레이 등 한국 전장 기업들이 강점을 지닌 첨단 부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현대차도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한국을 중심으로 미래차 핵심 부품의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어서다. 운송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현대차 본사와 가까운 곳에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부품업체들이 생긴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4대 그룹의 협업 사례가 많아질수록 국내 전자·자동차 부품·소재·장비 관련 중소·중견기업 생태계가 강화되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