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 때 수산물소비 40% 급감…군중심리 아닌 과학 믿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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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터뷰
日오염수 방류 임박…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인터뷰
내년 총선 앞두고 오염수 정치화
여야 떠나 후속조치 머리 맞대야
전국 수협·수산인 대책위 가동
어촌 빈집 천지…귀어정책 한계
김·굴 등 수산물 종자개발 속도
어민 부자되는 '漁富세상' 만들 것
日오염수 방류 임박…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인터뷰
내년 총선 앞두고 오염수 정치화
여야 떠나 후속조치 머리 맞대야
전국 수협·수산인 대책위 가동
어촌 빈집 천지…귀어정책 한계
김·굴 등 수산물 종자개발 속도
어민 부자되는 '漁富세상' 만들 것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12일부터 오염수 해양 방류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시운전에 들어간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어민들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이 조장하는 ‘공포 심리’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쉽게 내뱉는 말이지만 받는 사람의 고통은 어마어마하다”며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믿고 그에 준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위탁판매장에선 검역을 통과한 수산물만 유통되기 때문에 국내 수산물을 안심하고 드실 수 있다”며 “유통 현장도 더 위생적으로 변해 유통의 일대 혁신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 회장은 40년간 어업에 종사했고 두 차례 진해수협 조합장을 지냈다. 지난 2월 선거에서 중앙회장에 선출돼 3월 말부터 임기(4년)를 시작했다. 서울 잠실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노 회장을 만났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어업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정치인들과 함께 어촌을 둘러보고 싶을 정도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 국내 수산물 안전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군중심리를 타고 퍼지면 ‘소비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는 수산물 소비가 40% 급감했다.”
▷오염수 방류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뜨겁다.
“오염수 방류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방류를 막지 못한다면 정치권은 어업인의 피해를 줄일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정치 이슈로 다루고 있다. 우리 수산물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과학적 근거를 믿고 정책 대안을 내놔야지 싸워서 될 일이 아니다.”
▷수협 차원의 대책은 뭔가.
“우선 부정확한 정보가 확산하는 걸 막겠다. 전국 수협과 수산인이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지난달 원전 오염수 대책위원회를 가동했다. 방류 전까지는 정부가 어업인 구제를 위해 충분한 예산을 마련하도록 협의할 예정이다. 방류 이후부터는 소비 부진에 따른 어업인 손실에 대해 적극적인 보상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 이달 원전 오염수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가 나오면 주한일본대사관을 찾아가 일본 수산물 수입에 반대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문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고령화에 따른 어촌소멸 문제도 심각하다.
“지금 어촌에 가면 빈집 천지다. 작년 어촌 인구는 9만 명이었다. 2020년 처음으로 10만 명 밑으로 떨어졌는데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렇다 보니 후계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귀어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젊은 사람들이 어촌을 찾으려면 결국 교육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아이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귀어 이후에도 낯선 어촌 정서에 적응하고 어업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 수협중앙회에선 수협은행과 전국 회원조합 영업점에서 주택 구입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저금리로 융자해주는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외국인 노동력 공급은 충분한가.
“어촌에 인력이 없다 보니 결국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이나 기타 기반시설을 충분히 마련해줘야 한다. 한국에서 수년간 일한 외국인들이 이민 의사를 밝히면 받아주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한국에서 정착하면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일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김, 굴과 같은 수산물 수출 성과는 좋다.
“김 수출은 조만간 10억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화하는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려면 현재에 안주해선 안 된다. 농촌에서 새로운 딸기 품종을 개발하듯 수산물도 종자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 예컨대 외국에선 대형 굴 수요가 높은데 이에 대한 사전 준비가 돼 있어야 앞으로도 좋은 수출 실적을 거둘 수 있다.”
▷수협은행이 올초 금융지주사 전환을 선언했다. 자산운용사 인수 계획도 밝혔는데 현재 어떤 단계인가.
“이자 수익에 집중된 현재 수협은행 구조에서는 어업인과 회원조합을 지원하는 데 획기적인 변화를 줄 수 없다. 이에 따라 수협은행 미래혁신추진실에서 비은행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중앙회와 수협은행이 공동 전담조직을 구성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할 것이다. 전북은행 등 앞서 지주사 전환에 성공한 지방은행이 벤치마킹 모델이다.”
▷서울시가 옛 노량진수산시장 부지를 포함해 노량진역 일대를 여의도, 용산과 연결된 수변복합거점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노량진은 수협의 미래 랜드마크다. 여기서 창출된 수익이 힘든 여건의 어업인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 다만 최근 부동산시장 경색으로 노량진수산시장 유휴부지에 대한 민자 공동개발사업자 공모 시기를 재검토하고 있다. 무리해서 추진하기보다 부동산시장을 모니터링해 최적기에 공모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서울시와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임기 중 이루고 싶은 목표는.
“어민이 부자가 되는 ‘어부(漁富)의 세상’을 만들겠다. 올해 회원조합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난해보다 약 두 배 늘린 1000억원을 편성했다. 물질적인 지원뿐 아니라 어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고자 한다.”
■ 노동진 회장은…
△1954년 경남 진해 출생
△창신대 중국어학과 졸업
△창원대 행정대학원 최고관리자 과정
△2015~2022년 제21, 22대 진해수협 조합장
△2023년~ 제26대 수협중앙회장,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장
허세민/임도원 기자 semin@hankyung.com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쉽게 내뱉는 말이지만 받는 사람의 고통은 어마어마하다”며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믿고 그에 준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위탁판매장에선 검역을 통과한 수산물만 유통되기 때문에 국내 수산물을 안심하고 드실 수 있다”며 “유통 현장도 더 위생적으로 변해 유통의 일대 혁신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 회장은 40년간 어업에 종사했고 두 차례 진해수협 조합장을 지냈다. 지난 2월 선거에서 중앙회장에 선출돼 3월 말부터 임기(4년)를 시작했다. 서울 잠실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노 회장을 만났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어업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정치인들과 함께 어촌을 둘러보고 싶을 정도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 국내 수산물 안전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군중심리를 타고 퍼지면 ‘소비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는 수산물 소비가 40% 급감했다.”
▷오염수 방류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뜨겁다.
“오염수 방류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방류를 막지 못한다면 정치권은 어업인의 피해를 줄일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정치 이슈로 다루고 있다. 우리 수산물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과학적 근거를 믿고 정책 대안을 내놔야지 싸워서 될 일이 아니다.”
▷수협 차원의 대책은 뭔가.
“우선 부정확한 정보가 확산하는 걸 막겠다. 전국 수협과 수산인이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지난달 원전 오염수 대책위원회를 가동했다. 방류 전까지는 정부가 어업인 구제를 위해 충분한 예산을 마련하도록 협의할 예정이다. 방류 이후부터는 소비 부진에 따른 어업인 손실에 대해 적극적인 보상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 이달 원전 오염수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가 나오면 주한일본대사관을 찾아가 일본 수산물 수입에 반대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문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고령화에 따른 어촌소멸 문제도 심각하다.
“지금 어촌에 가면 빈집 천지다. 작년 어촌 인구는 9만 명이었다. 2020년 처음으로 10만 명 밑으로 떨어졌는데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렇다 보니 후계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귀어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젊은 사람들이 어촌을 찾으려면 결국 교육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아이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귀어 이후에도 낯선 어촌 정서에 적응하고 어업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 수협중앙회에선 수협은행과 전국 회원조합 영업점에서 주택 구입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저금리로 융자해주는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외국인 노동력 공급은 충분한가.
“어촌에 인력이 없다 보니 결국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이나 기타 기반시설을 충분히 마련해줘야 한다. 한국에서 수년간 일한 외국인들이 이민 의사를 밝히면 받아주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한국에서 정착하면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일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김, 굴과 같은 수산물 수출 성과는 좋다.
“김 수출은 조만간 10억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화하는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려면 현재에 안주해선 안 된다. 농촌에서 새로운 딸기 품종을 개발하듯 수산물도 종자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 예컨대 외국에선 대형 굴 수요가 높은데 이에 대한 사전 준비가 돼 있어야 앞으로도 좋은 수출 실적을 거둘 수 있다.”
▷수협은행이 올초 금융지주사 전환을 선언했다. 자산운용사 인수 계획도 밝혔는데 현재 어떤 단계인가.
“이자 수익에 집중된 현재 수협은행 구조에서는 어업인과 회원조합을 지원하는 데 획기적인 변화를 줄 수 없다. 이에 따라 수협은행 미래혁신추진실에서 비은행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중앙회와 수협은행이 공동 전담조직을 구성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할 것이다. 전북은행 등 앞서 지주사 전환에 성공한 지방은행이 벤치마킹 모델이다.”
▷서울시가 옛 노량진수산시장 부지를 포함해 노량진역 일대를 여의도, 용산과 연결된 수변복합거점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노량진은 수협의 미래 랜드마크다. 여기서 창출된 수익이 힘든 여건의 어업인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 다만 최근 부동산시장 경색으로 노량진수산시장 유휴부지에 대한 민자 공동개발사업자 공모 시기를 재검토하고 있다. 무리해서 추진하기보다 부동산시장을 모니터링해 최적기에 공모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서울시와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임기 중 이루고 싶은 목표는.
“어민이 부자가 되는 ‘어부(漁富)의 세상’을 만들겠다. 올해 회원조합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난해보다 약 두 배 늘린 1000억원을 편성했다. 물질적인 지원뿐 아니라 어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고자 한다.”
■ 노동진 회장은…
△1954년 경남 진해 출생
△창신대 중국어학과 졸업
△창원대 행정대학원 최고관리자 과정
△2015~2022년 제21, 22대 진해수협 조합장
△2023년~ 제26대 수협중앙회장,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장
허세민/임도원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