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서연/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서연/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영화와 드라마에서 종종 보이던 예쁜 아역배우가 잘 자랐구나 싶었는데, 대학에 진학해 과외도 하고, 아르바이트하며 그야말로 '갓생'을 살고 있었다. 신을 의미하는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인 갓생은 배우 이서연을 위해 나온 말이 아닐까 싶어질 정도다.

최근 종영한 JTBC '닥터 차정숙'에서 타이틀롤 차정숙(엄정화 분)의 딸 서이랑 역으로 출연한 이서연은 촬영 동안 이전부터 해온 과외를 이어왔다. 동생을 포함해 4명이나 과외를 해야 했지만 "영어 과외를 계속해왔는데, 어떻게 작품 때문에 못 한다고 하겠냐"면서 "그중 한 명은 영어는 계속 1등급이고, 고3이라 다른 과목에 투자하라고 했고, 또 한 명은 동생이니 실질적으론 2명"이라고 말했다.

똘망똘망한 눈빛과 큰 이목구비까지 어릴 때부터 남다른 미모를 뽐냈던 이서연은 '길거리 캐스팅'으로 아역 배우로 활동하라는 제안받았다. 이후 오디션을 통해 영화 2016년 영화 '우리들'에 주인공 최보라 역으로 발탁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MBC '왕은 사랑한다'에서 윤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기도 했다.
배우 이서연/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서연/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아역배우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면서도 "학생이니 본분에 충실하고 싶었다"면서 학교생활도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이서연은 "배우로 활동한 걸 전혀 노출하지 않았다"면서 "공부로만 승부를 보고 싶어서 자기소개서에는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혀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다.

대학교라는 공간만 달라졌을 뿐, 학생과 연기자라는 두 타이틀을 동시에 잡기 위한 이서연의 노력은 변함이 없다. 수업을 듣고, 팀 과제를 하고, 심지어 '닥터 차정숙' 촬영을 마친 후엔 "카페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다들 아르바이트 얘기를 해서 '나도 해봐야겠다' 싶어 시작했다"는 것.

"친구들이 '닥터 차정숙'을 보면서 '네가 이런 일을 했구나', '너 예뻤구나' 이런 반응을 보이더라고요.(웃음) 평소엔 잘 꾸미지도 않고, 안경도 쓰고 다니거든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서연을 보며 엄마로 호흡을 맞춘 엄정화는 "열심히 하는 우리 딸"이라고 칭찬했다. 극 중 바람을 피운 아빠 서인호(김병철 분)에게 일침을 가하고, 부모의 불륜 사실을 알고 일부러 접근한 최은서(소아린 분)에게 밀리지 않는 당당함으로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호평을 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서연은 "'닥터 차정숙'의 인기에 제가 기여한 부분은 5%도 안 될 것"이라며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신다. 각 에피소드에 출연하신 분들도 어쩌면 그렇게 몰입감 있게 연기를 해 주시는지 보면서 놀라고, 많이 배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특히 엄정화에 대해 "우리 엄마는 정말 최고"라며 "(소)아린이와 촬영장에서 서로 본인 엄마가 더 좋다고 자랑 배틀을 하기도 했는데, 진짜 우리 엄마가 제일 예쁘고, 성격도 좋고, 농담도 잘해 주시고 최고 같다"면서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미대에 가고 싶다는 걸 아빠에게 들키고, 그동안 그린 그림을 다 찢기는 장면이었는데, 한 번에 'OK'가 나긴 했지만 '이 장면에서 아무리 눈물을 참아도, 그걸 참을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엄)정화 선배님께서 이전부터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당당하게 다시 하고 싶다고 말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어렵게 용기를 내서 '다시 하겠다'고 했는데, 제가 몇번을 다시 해도 울지 못했어요. '괜히 다시 한다고 했나' 생각이 들어서 '죄송하다'고 했는데, 정화 선배님이 '이랑아, 할 수 있어'라고 안아주시면서 토닥여주셨어요. 그 순간 압박감이 넘치던 상황이 드라마 속 현실이 돼 감정이 확 올라왔어요."
배우 이서연/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서연/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엄정화 외에도 가족으로 출연한 김병철, 박준금, 송지호 등에게도 "항상 배려받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원래 촬영장에서 선배 연기자들부터 찍는데, 저희들 감정 연기 편하게 하라고 '애기들부터 찍으라'고 해주신다"며 "그런 부분들에서 정말 많이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닥터 차정숙' 촬영으로 지난해 2학기는 휴학했다가, 올해 3월 복학했다는 이서연은 "통계학과 심리학 복수 전공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학기 시험공부를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휴학하고 싶은데, 그냥은 할 수 없으니 빨리 차기작이 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많은 경험, 공부하고 있지만 제 진로 1순위는 연기에요. 많은 것들을 보고, 저는 뭔가 배우고, 경험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게 연기더라고요. 평생 해야 하는 직업이라면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하고 싶은 장르요? 액션도 좋고요. 제가 여중, 여고, 여대라 대학교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도 너무 좋을 거 같아요.(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