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감산에도 국제유가 약세…골드만 "브렌트유 연말 90달러 밑돌 것" [오늘의 유가]
지난주 WTI·브렌트유 약세1일 이후 최저
中 경기 부진에 자국 내 재고 2년만 최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조치에도 지난주 국제유가가 하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다른 국가들의 원유 공급이 늘어난 반면 국제 원유 수요는 살아나지 않으면서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선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12달러(1.57%) 하락한 배럴당 70.17달러에 마감했다. 8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떨어지며 지난 1일(70.1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배럴당 83.26달러까지 올랐던 지난 4월 고점 대비로는 15.7% 하락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8월물은 1.17달러(1.54%) 하락해 배럴당 74.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역시 지난 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우디 감산에도 국제유가 약세…골드만 "브렌트유 연말 90달러 밑돌 것" [오늘의 유가]
국제유가는 지난 4일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만 배럴 추가 감산하겠다고 발표하며 초반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와 중국의 수출 지표 부진 등으로 다시 약세로 전환했다.

11일 골드만삭스는 연말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 95달러에서 86달러로 낮춰잡았다. 최근 6개월 동안 배럴당 100달러에서 총 세 차례 하향조정했다.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는 전통적으로 유가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던 은행이지만 글로벌 원유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로 전망치를 재차 낮췄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도로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줄이는 반면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 원유 관련 제재를 받던 국가들의 원유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러시아의 원유 생산이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거의 완전히 회복됐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원유 수요를 억누르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로 전월(49.2)보다 소폭 떨어졌다. 2개월째 50을 밑돌며 경기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원유 시장에는 늘 불확실성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라며 “중국 경제가 약화되거나 국제 기관들의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면 유가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경제가 살아나더라도 지난달 자국 내 원유 비축량이 2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당분간은 원유 수요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원유 트레이더들이 원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을 무시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