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업용 부동산 경고 확산…"1400억$ 상업용 MBS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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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도시의 오피스 공실률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은 가운데 미국에서는 지역은행 위기에 대한 경고가 다시 나오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 지역은행들은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어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1400억달러(약 181조원) 규모의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던 피츠패트릭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베스트 컨퍼런스에서 “(신용) 긴축이 다가오고 있다”며 “지역은행들의 문제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으며 많은 은행들이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미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에 훨씬 더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미 은행 중 약 700곳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규정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집중도 제한인 ‘총 자본의 300% 미만’ 수준을 넘어섰다. 2년 전에는 350곳이 안 됐으나 배로 불어났다. 이 기준을 초과하는 은행들은 더 엄격한 감독과 관리를 받게 되다. 지난 3월 말 기준 FDIC에 가입한 은행 수는 4700개다.
중소형 지역은행일수록 총 자산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1000억달러 이상인 중소 은행의 총 자산 대비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 평균은 14.4%로 집계됐다. 1000억~2500억달러(8.15%), 2500억~7000억달러(5.10%) 등 은행의 자산규모가 커질수록 이 비중은 떨어졌다. JP모간 등 대형은행들이 포함된 국제 시스템상 중요 은행(GSIB)에서는 2.91%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지역은행들이 신용 경색 상태에 들어가면, 부동산 임대업자들의 사정이 나빠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출을 끼고 건물과 상가를 구매한 투자자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연장하지 못하면 자산을 싼값에 처분해서라도 빌린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평균 가격이 고점 대비 15%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2025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부채 규모는 1조5000억달러(19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자산을 기초로 발행하는 CMBS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약 1400억달러의 CMBS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문제는 CMBS의 기초가 된 대출 중 만기 일시상환 방식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대출 기간 이자만 납부하다 만기에 원금을 한번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저금리 시대에 적은 자금으로 큰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사용된 방식이지만, 지금처럼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원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데이터 업체 트렙에 따르면 CMBS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달 4%를 웃돌며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팩웨스트 등 일부 은행들은 이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 처분에 나섰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