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내 것이 아닌 글'을 쓴다"…이름 없는 편집자의 '편집 후기'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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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후기
오경철 지음
교유서가
276쪽│1만6500원
오경철 지음
교유서가
276쪽│1만6500원
!["나는 오늘도 '내 것이 아닌 글'을 쓴다"…이름 없는 편집자의 '편집 후기' [책마을]](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01.33690310.1.jpg)
최근 출간된 <편집 후기>는 어느 편집자가 쓴 회고록이다. 저자는 20년 가까이 출판업계에서 일해온 오경철 편집자다. 만족스러운 책을 만들어내지 못해 좌절하고, 업계의 부조리한 관행에 실망한 순간들도 있었다. 이번 회고록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책 만드는 일'을 계속한 그의 경험담을 담았다.
저자의 편집자 생활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출판사에 취직한 그는 전혀 관심 없던 분야의 책들을 편집해야 했다. 성취감은 별로 없었다. 독립해서 차린 1인 출판사에선 '돈 되지 않는 문학책'에 골몰하다가 빚더미에 올랐다. 프리랜서로도 활동했지만, 출판사에서 주는 일감이 떨어지면 그 길로 백수가 됐다.
출판업계의 일부 불합리한 관행을 두고도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고 한탄한다. 그는 신출내기 시절,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한 시집에 유명인들의 추천사가 줄줄이 실리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 한 에세이의 추천사는 그가 대필하기도 했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나중에 알고 보니 편집자가 추천사를 대신 쓰는 것은 업계에서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제목 '편집 후기'는 편집을 마친 뒤 감상과 비평 등을 간단히 적은 글을 의미한다. 저자는 "비록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그 책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나만의 표식을 남겨두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맨 마지막 페이지에 눈길이 간다. 류기일, 정소리. 이 책 출간 과정에 그림자처럼 함께한 편집자들의 이름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