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음악 플랫폼, 유튜브 공습에 휘청
유튜브뮤직의 급성장에 국산 음악 앱들이 휘청이고 있다. 구글이 서비스하는 유튜브뮤직과 토종 음악 앱 1위 멜론의 이용자 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동영상 플랫폼과 음원 플랫폼을 결합해 판매하는 유튜브뮤직의 프로모션 전략이 먹혀들면서 국산 음악 앱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뮤직, 이용자 수 멜론 제쳐

토종 음악 플랫폼, 유튜브 공습에 휘청
12일 유통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안드로이드 기준) 중 유튜브뮤직 이용자 수는 521만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400만명보다 30% 늘었다. 국산 음악 앱 강자로 꼽히는 멜론은 같은 기간 이용자 수가 450만명에서 459만명으로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용자 수의 규모와 증가세 모두에서 유튜브뮤직이 멜론을 앞질렀다.

다른 국산 음악 앱들은 사정이 더 안 좋다. 지니뮤직은 지난 4월 이용자 수가 203만명을 기록해 전년 동기(231만명)보다 12% 줄었다. 같은 기간 플로(151만명→128만명), 네이버 바이브(113만명→110만명)도 이용자 수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카카오뮤직(36만명→32만명), 벅스(32만명→29만명)도 이용자수가 하향세다.

반면 유튜브뮤직처럼 외산 앱인 스포티파이는 이용자 수를 2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앱의 4월 이용자 수는 2021년 31만명에서 지난해 47만명, 올해 63만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카카오뮤직, 벅스 등의 이용자 수를 제쳤다. 국산 음악 앱들이 해외에서 들어온 앱들에 시장을 조금씩 내주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멜론, 빌보드 연계해 영향력 확대 노려

국산 음악 앱 업계에선 고민이 크다. 이용자 수 이탈 위기에 직면했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서다. 유튜브뮤직 운영사인 구글은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의 구독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뮤직을 얹어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 유튜브뮤직이 ‘끼워팔기’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앱 분석 매체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유튜브의 사용자 수 점유율은 95%에 달한다. 사실상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이 유튜브뮤직의 잠재 고객인 셈이다.

유튜브뮤직이 빠르게 이용자 수를 늘리는 사이 멜론은 시장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멜론은 지난 7일부터 멜론 내 음악 감상 데이터를 미국 음악 차트인 빌보드에 제공하기로 했다. 이 차트의 데이터 관리 업체인 루미네이트와의 계약에 따른 것이다. 국산 음악 플랫폼 데이터가 빌보드에 반영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멜론 데이터가 반영되는 빌보드 차트는 한국 지역 차트인 ‘사우스 코리아 송스’와 200개 이상 국가의 음원 순위를 집계하는 ‘글로벌 200’, 미국을 제외하고 집계하는 ‘글로벌(미국 제외)’ 등 3개다.

지니뮤직은 음악 외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이용자 저변 확대를 노리고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 3사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지난달부터 다시 듣기 형태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에서 지니뮤직 앱의 이용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