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종료…사무실 복귀 '진통' 논란 끝내려면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사무실로 복귀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입장이 강경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에도 사무실 근무 복귀를 추진해왔으나,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의 등장, 인력난, ‘대퇴사 시대’ 분위기 속에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올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고용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회사와 구성원 간의 역학 관계가 변했다.

이제 기업들은 재택·원격 근무를 포기하고 사무실 근무를 선택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던 것에서 평가 및 보상에 사무실 근무를 연계하는 강경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대형 로펌인 데이비스 폴크앤워드웰 LLP는 일주일에 최소 3일 출근하지 않을 경우 상여금을 깎겠다고 밝혔고, 투자은행 JP모간은 사무실 출근율을 성과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알렸다.

문제는 재택·원격 근무가 확대되는 동안 회사와 구성원의 입장 차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회사는 방역에 따른 불가피한 일시적 조치였다고 하지만, 구성원은 새로운 근무 장소와 방식에 적응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 인식의 차이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 애플의 구성원들은 사무실 출근 의무화를 철회하고 유연 근무제를 유지하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미국 연방공무원 노조는 ‘출근 강제' 입법화에 반발했고, 캐나다 공무원도 임금 인상과 재택근무를 요구하는 파업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재택 근무일을 축소하거나 사무실 전면 출근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면서 익명 커뮤니티에 불만을 표출하거나 노조에 가입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회사가 사무실 근무 복귀를 밀어붙이면서 주로 내세우는 이유는 ‘생산성'이다. 하지만 재택·원격 근무의 생산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엇갈리는 데다, 생산성에 대한 리더와 구성원의 시각에도 차이가 있다.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사에 따르면, 재택·원격 근무와 사무실 근무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 상황에서 ‘자기 팀이 생산적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한 리더의 비율이 12%에 그치는 데 반해 자신이 생산적이라고 응답한 구성원의 비율은 8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법은 회사와 구성원간 인식의 차이를 줄이는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근무 제도는 업무 방식과 상황,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불변의 정답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구성원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이유는 회사의 일방적, 기습적 통보에 대한 반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회사는 구성원들을 ‘억지로 사무실에 앉혀놓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공감을 얻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회사는 펜데믹 이후 업무 규칙의 변경이 있다면 공식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절대적으로 좋은 근무 제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된 제도에 대한 서베이 등을 통해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청취하는 것이 필수다. 만약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면, 그 이유를 소상히 밝혀야 진정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경영진과 직속 리더가 일관된 내용으로 구성원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속 리더는 재택·원격 근무 당시 생산성을 문제 삼지 않았는데, 경영진이 갑자기 실적 하락의 원인을 재택·원격 근무 탓으로 돌리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추가영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