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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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한달 사이 50원 넘게 떨어지면서(원화 강세)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항공 음식료 전력·가스주 등에는 호재지만, 역대 최대규모로 들어오던 외국인 투자자금 흐름은 차츰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 ‘팔자’로 돌아서나

12일 코스피지수는 11.81포인트(0.45%) 하락한 2629.35로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3407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역대 최대규모인 13조389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이달들어 매도우위인 날이 더 많아졌다. 총 7거래일 간 5거래일 순매도 했다.

지난달 134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280원대로 내려서면서 외국인의 환차익 실현욕구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환율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데다, 한국의 수출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원화 강세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등 이익개선 전망

국내 증시에선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1차 수혜주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주다.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유 구매 비용이 축소될 뿐 아니라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릴 때마다 대한항공은 약 35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280억 원의 환차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름 여행 성수기에 맞물려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 강한 여객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화강세는 음식료주에도 호재다. 밀 콩 설탕 등 원자재를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 값 차이)가 커진다. 원료 의존도가 다른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이 수혜주로 거론된다. 천연가스 석유 등 연료를 수입하는 한국전력 삼천리 등도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미래 성장 산업인 배터리주도 환율하락이 반갑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 3사는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데 환율이 하락하면 투자 비용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 하락이 수출 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고환율 수혜를 누렸던 조선 자동차 등 업종은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