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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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이 다가와서 얼른 살 빼야 하는데…'운동중독' 진단받았습니다"

오는 7월 초, 여름휴가를 계획해둔 직장인 이모 씨(28)는 "얼마 전 정신의학과에 가서 상담받았는데 '운동중독' 진단을 받고 당분간 운동하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어 충격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몇 달 전부터 다이어트를 위해 회사 끝나고 주에 3번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고, 주말에는 필라테스 수업을 받고 있다"면서도 "과한 운동으로 허리가 안 좋아져서 며칠 전부터 운동을 못했고, 우울감이 생겨서 병원에 찾게 됐는데 운동중독 증상을 진단받을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여름휴가 다가오는데…운동 '관심'에서 '중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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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관리를 중요시하는 '헬시플레저'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다가오는 여름휴가를 위해 운동에 집중하는 이들이 늘어난 가운데, 과도한 운동으로 '운동중독' 증상을 앓게 됐다는 반응이 적지 않게 쏟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건강을 챙기는 MZ세대에서 '헬시플레저'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운동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한 바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국민생활체육조사' 결과, 체육활동에 참여하게 되기까지 영향을 준 주체가 '스스로'라고 답한 비율이 20대(77.1%)와 30대(76.3%)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지난달 신한카드가 MZ세대의 소비문화를 분석한 결과, 이들 세대는 운동 등 자신을 위해 소비할 때는 높은 금액도 과감히 지불하는 성향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신한카드의 주요 운동 영역별 MZ세대의 이용액은 2019년 상반기에 비해 온라인 PT가 373%, 테니스장이 336%, 실내외 골프장이 202%, 스포츠센터가 150% 각각 급증했다.

운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게 되면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운동중독'을 앓게 됐다는 이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30대 직장인은 "얼마 전 좀 빨리 오래 뛰었더니 오른쪽 골반에 통증이 생겨서 정형외과에 갔다"며 "병원에서 '운동중독'이라며 당분간 운동을 쉬라고 했다. 일주일간 운동 금지다"라고 토로했다. 공무원 A 씨도 "진짜 졸리고 몸이 이상한 것을 알아도 운동은 꼭 해야 하는데 운동 강박증이 생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운동중독'이란 운동에 대한 관심과 실행이 습관에서 의무로 강화되고, 결국 중독의 상태에 이르러 운동의 욕구를 통제하지 못하게 된 상황을 뜻한다. 운동을 중단한 후 24~36시간이 흐른 뒤에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심리적이고 생리적인 의존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운동중독을 앓게 되면 운동에 과도하게 몰입함으로써 심한 경우 자신의 의지와 상반되는 불쾌한 압력에 통제되는 강박적 행동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운동수행에 대한 자기조절능력이 저하되고, 운동하지 못할 경우 무기력해지는 현상과 집중력 감소, 피로, 사회적 활동 저하, 판단력 저하, 그리고 업무수행 능력의 저하 등이 나타난다.

SNS가 '운동중독' 이끈다?…전문가들 조언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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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최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PT를 받은 몸을 찍은 사진을 올리는 '보디 프로필 챌린지'와 '오운완(오늘의 운동 완료)'등 '운동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유행하게 된 것도 MZ세대의 운동중독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아름다운 몸매를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와 이들이 사용하는 SNS의 파급력이 더해지면서 운동 관련 콘텐츠를 지속해 올려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겨난 것으로 풀이된다.

'운동중독자'와 '운동을 즐기는 사람'을 구별 짓는 가장 큰 요인은 운동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다. 운동으로 삶의 활력을 얻고,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운동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는 것.

운동중독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개인의 육체적, 심리적 활력 증가 및 안녕과 기능의 상태를 개선하는 삶의 보완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자신감의 부여, 컨디션 회복의 만족, 스트레스 및 긴장감의 해소, 이미지 개선, 에너지 충전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중독 증상은 자칫 심리적, 육체적 불균형을 초래해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을 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일부 젊은 세대가 너무 운동에 과몰입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운동에 과하게 몰입하게 되면 중독에 빠지기 쉽고, 지나치게 운동에 몰입하면 몸의 순환이라든지 밸런스가 무너져 심리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밸런스를 맞춘 운동이 필요한데, 예컨대 운동을 하다가 쉬는 동안에 명상하거나 깊은 호흡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적절하게 시간을 배분해서 운동을 하면 중독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며 "운동을 하면 생기는 엔도르핀도 일종의 마약 성분 같아서 엔도르핀이 올라간 채로 유지되면 부작용이 생긴다. 엔도르핀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운동에 대한 갈망이 커져서 중독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