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섣부른 확대 시행엔 신중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는 2021년 기준 313만8284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7.3%에 이른다. 사업체 수(123만9760개)보다 2.5배가량 많다. 근로기준법을 모든 근로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지당한 수순이다. 이들 사업장에도 대통령령에 따라 최저임금 등 근로기준법 주요 조항을 적용하는 배경이다. 연장·휴일·야간수당, 법정근로시간, 유급 휴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정도가 아직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우려가 앞서는 것은 모두를 패자로 몰아넣는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올해 들어 문을 닫은 자영업자 가게가 월평균 1만 곳을 넘어설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생활 안정을 위한 노란우산공제의 올해 1~4월 폐업지원금 지급 건수는 3만91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7312건)보다 43.3% 급증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파장에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겹친 결과다.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33만원(2021년 기준)으로 같은 기간 근로자 월평균 임금인 327만원보다 낮다. 4명을 고용한 사업장에서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지급할 경우 연간 약 1600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현실에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근로자 보호는커녕 사업장 대표 상당수를 범죄자로 전락시키고, 고용 축소와 사업장 폐업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게 뻔하다. 그러니 친노조 성향의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도 시행을 서두르지 않고 묻고 간 것 아닌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선의로 포장한 정책이 일자리를 죽이고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약자 보호의 역설’은 문 정부 5년간 충분히 목격한 바다. 그런데도 지금 노동계의 숙원 중 하나인 근로기준법 확대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근로자 표심을 노린 정치적 포석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자칫 영세사업자와 근로자가 대립하는 소위 ‘을(乙)들의 전쟁’을 부추겨 사회적 혼란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