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를 상대로 공사비 증액 요구를 철회하라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최근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며 시공사들이 '공사비를 더 높여달라'고 요청하는 것. 실제, 올림픽 파크오레온과 대치써밋푸르지오 등 여러 재건축 단지에서 시공사와 조합 사이의 갈등이 이어져왔다. 일부 단지의 경우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하며 조합 측에게 공사비 증액 요구를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공사비 증액은 어떤 이유에서 발생하고, 법적 다툼으로 번졌을 때 어느 쪽이 유리한 상황일까. 배지호 건설·부동산 전문 변호사를 만나 공사비 증액 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공사비 분쟁은 어떤 이유 때문에 주로 불거지나.



"공사 대금 분쟁은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물가 변동, 설계 변경, 추가 공사죠. 물가 변동은 계약 당시에 정한 공사 금액이 있는데 완공이 될 때까지 자잿값이 너무 올라서 계약 금액을 조정하자고 요구를 하는 거죠. 설계 변경은 예정됐던 설계 내용과 다르게, 혹은 더 나은 형태로 공사가 변경될 때 금액을 늘려주는 부분이죠. 추가 공사는 처음 약정된 내용보다 더 공사를 했을 경우에 추가된 금액만큼 공사비를 높여달라는 문제인 거죠."

Q. 최근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분쟁이 잦다. 자잿값이 얼마나 올랐기에 갈등이 계속되는 건가.

"그동안에는 물가가 많이 안 올랐습니다. 그런데 2017년 이후부터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서 2021년에는 6% 올랐고, 2022년에 15% 정도가 올랐습니다. 계약에서 물가 변동을 배제하는, 그러니까 '물가가 얼마가 오르든 공사비를 못 올린다'는 특약을 뒀다면 공사비 변동을 요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사실 이게 복잡합니다.

유형에 따라서 어떻게 되는지를 세부적으로 봐야 됩니다. 먼저 관급공사와 민간공사를 구분해야 합니다. 관급공사는 국가계약법상 규정이 있습니다. 물가 변동을 계산하는 조항이 법률과 시행령에 있어요. 그걸 가져다가 쓰면 물가 변동을 고려해서 공사비를 증액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물가 변동을 배제한다'는 특약을 많이들 써요. 다만, 물가가 너무 오르는 그런 특수한 상황이다보니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유효하냐는 문제가 불거지는 거죠."
한 건설업체와 재건축 조합 사이에 맺은 특약. 착공 이후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증액은 없다고 다뤘지만, 해당 시공사는 입주 전 물가 상승을 이유로 약 20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Q.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판례가 있나.

"대법원이 2012년에 내린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공사비 배제 특약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례죠. 물가 상승분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진 게 최근에 자재비가 너무 오르다 보니까 국토부에서 유권 해석을 했어요. "물가변동을 배제한다는 내용이 있어도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한거죠. 대법원 판례는 10년 전 판례고, 현장에서는 국토부 유권 해석이 중요하니까 물가 변동 관련된 분쟁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합의에 나서고 있는 그런 실정입니다."

Q. 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요구, 민간공사는 어떤가.



"민간공사는 보통 표준계약서를 쓰는데 여기에도 '물가 변동에 따른 금액 조정' 조항이 있습니다. 보통 여기도 특약을 넣어요. '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을 못한다'는 내용이죠. 민간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부당한 계약을 하면 그 계약은 무효'라는 내용이 있는데 거기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봐야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민간공사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가 없어요. 하급심은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일부 인정한 게 있지만 일관적인 판례가 많지 않거든요. 약간 애매한데, 앞서 말씀드린 국토부의 유권 해석이 있다보니 민간공사가 관급공사에 비해서는 공사비 조정 여지가 더 있다고 볼 수 있겠죠. 국토부 유권 해석은 민간·관급공사 모두에 해당하는데, 민간공사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없으니까 공사비 증액이 인정될 가능성이 더 높죠."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Q.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은 어떤 분쟁이 잦은가.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도 관급공사와 민간공사로 나눠야 되는데, 설계 변경은 관급공사에서 분쟁이 잦습니다. 왜냐면 관급공사는 설계 변경을 많이 해왔었어요. 공사비를 더 받으려했던 관행이죠. 일부 공무원과 시공사가 담합 비슷하게 해서 설계변경을 해서 원래 공사금보다 많이 받고 그런 관행이 있었죠. 이런 안 좋은 관행이 있다보니 공사 계약을 할 때부터 '이런 경우에만 설계 변경을 할 수 있다'고 묶어놨어요. 그 조건이 되게 세부적이고 절차도 명확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설계변경이 각종 조건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많이들 다투는 거죠. 이 경우에 법원에서는 설계변경이 필요했다는 합리적인 사정이 있다고 하면 공사비 증액을 인정해주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반면, 민간공사에서는 관급공사에 비해 설계 변경 사유가 폭넓게 인정되는 편입니다."

Q. 추가 공사에 따른 공사비 증액은?



"추가 공사는 계약 유형을 분류해야 됩니다. '절대로 공사비를 못 늘린다' 이게 '강한 의미의 총액 계약'이라고 합니다. 추가 공사를 해도 우리는 절대 공사 대금 못 늘려준다고 규정하는 거죠. 시공사도 그걸 아니까 공사를 안 하는 거죠. 반면, '약한 의미의 총액 계약'이 있는데, 많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죠. 공사비를 정해 놨지만 상황에 따라서 추가 공사를 하고, 상호 간 합의가 있으면 계약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거죠. 민간공사는 대부분 약한 의미의 총액 계약을 맺는데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추가 공사의 당위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다투는거죠.

사실 발주자나 시공사가 처음부터 계약을 명확하게 하면 분쟁의 여지가 적습니다. 그런데 생각이 다른 거예요. 시공사는 공사비를 조금 더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죠. 반면, 발주자는 약간 여지를 열어두지만, 공사비가 조금만 지출되도록 계약서를 쓰고 싶은거죠. 서로 원하는게 다르니까 계약을 명확하게 안하는 거죠. 계약을 명확하게 할수록 분쟁의 여지는 줄어드는데 서로 여지를 열어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Q. 공사비 증액 분쟁이 재건축·재개발 등 조합이 진행하는 공사에서 많이 불거지는 편인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조합이 신탁사보다는 전문성이 떨어지긴 하거든요. 조금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하게 되다 보니까 공사비 부분을 미리 섬세하게 검토를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시공사 입장에서도 조합이 본인들의 장기적인 고객은 아니거든요. 그러다보니 분쟁의 여지가 있을 때 최대한 분쟁을 극단화해서 시공사가 원하는 걸 최대한 가져가려고 하죠.

결과적으로 조합과 시공사는 착공이 시작되면 힘의 논리가 지배하게 됩니다. 공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시공사의 힘이 더 강해지는 거죠. 시공사로서는 유치권 행사나 잔금 대출에 협조하지 않는 방식 등을 활용할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조합에서도 계약을 맺을 때 최대한 상세하게 내용을 담아서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게 좋은 거죠."
배지호 법률사무소 한평 대표변호사(前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Q. 법적 분쟁 거치려면 긴 시간이 걸린다. 시공사와 조합은 입주를 앞두고 다투는 상황이라 법정을 찾는게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을 할 때부터 상세하게 규정을 해야 합니다. 조금씩 여지를 열어두고 계약을 하면, 나중에 문제가 터졌을 때 나름의 사정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거든요. 원자재 가격 상승이든 설계 변경이든 공사 시작 전에 최대한 미리 정해두고, 중간중간 변경되는 부분이 생기면 중간중간 합의를 해나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공사 계약서만 써놓고 서로 다른 생각하다가 마지막에 분쟁이 극단화 되니까 문제가 커지는 것이거든요. 사실 소송을 해도 비용을 다 받는 것도 아니고, 소송과 관련된 비용도 쓰이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보면 중간중간에 하나씩 합의하는 게 경제적으로 제일 유리한 방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입찰 사업이다 보니 저렴하게 입찰에 참여하고 공사 과정에서 증액을 하려는 시도도 있을 것 같다.



"맞습니다. 계약할 때 조합보다 조금 더 전문적이라고 볼 수 있는 건설회사들이 그렇게 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안 해야 되는 거죠.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법조계에서도 논의가 필요합니다. 물가가 너무 상승하고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오른 상태거든요. 이런 걸 고려해보면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은 불가능하다'는 특약을 무효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있어 보이거든요. 그리고 '사정 변경의 원칙'이라는 게 하나 있습니다. 모든 형태의 계약에 있어서 '당사자끼리 합의를 했어도 사정이 너무 바뀌면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 법리인데, 이게 지금까지는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이 돼왔습니다. 다만, 이제 공사비 증액 분쟁에서 사정 변경 원칙을 적용할 필요도 있지 않나. 그리고 대법원도 이런 요소를 고려해서 판단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