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가 인천 옹진군 장봉3리 상공을 지나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독자 제공
항공기가 인천 옹진군 장봉3리 상공을 지나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11일 오전 11시50분 인천 옹진군 장봉도 장봉3리 섬사랑식당 주차장. 기자가 잠시 머무른 10분 사이에 항공기 세 대가 굉음을 내며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식당에서 만난 한 주민은 “조용한 밤에는 전화 통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소음이 심하다”며 정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책을 호소했다. 이정택 장봉도 항공기소음피해대책위원장은 “현재 공석인 인천공항공사 신임 사장이 취임하는 대로 찾아가 대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위원회는 지난 2~3월 두 차례에 걸쳐 인천공항공사 청사 앞에서 소음 관련 대책을 요구했다. 공사는 장봉2~4리는 서울지방항공청이 고시한 항공기 소음 피해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항공기 소음은 섬 지역의 경제 활동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장봉도 국사봉 인근에서 드림랜드 펜션을 운영하는 이옥자 사장은 “산이 흔들리는 듯한 소음으로 3층의 방 2개는 손님을 받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장봉2~4리 주민이 최근 항공 소음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 6월 운영에 들어간 4활주로 때문이다. 1, 2활주로는 장봉1리 방향이지만 3, 4활주로는 2~4리에 더 가깝다.

대책위 관계자는 “지난해 활주로 재포장 공사를 시작한 1활주로를 대체해 3, 4활주로에 항공기가 몰리면서 소음이 더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장봉도는 인천공항에서 서북 방향으로 약 10㎞ 떨어져 있는 섬이다. 인천공항의 1~4활주로를 이용하는 항공기가 상공으로 지나간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항공기 소음 문제로 항의 시위를 계속했지만 2011년 일부 지역(장봉1리)만 소음대책지역으로 지정됐다. 2~4리 주민들은 “1리와 2~4리의 직선거리가 1㎞ 정도밖에 안 되는데 소음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공항 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은 생활 소음 측정에 쓰는 엘디이엔데시벨(LdendB)이 61 이상인 곳을 소음대책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장봉1리만 이 구간에 해당한다는 게 서울항공청 측 설명이다.

서울항공청 관계자는 “1활주로 보강공사로 3, 4활주로에 비행 횟수가 일시적으로 몰렸다고 해서 2~4리를 소음대책지역으로 지정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