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arte 칼럼] 아름다움은 파국의 가장자리에 있다
지휘자가 모든 비트를 주지 않으면 연주자들은 굉장히 긴장한다. 최악의 경우 악기 간 박자가 완전히 떨어져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파국의 가장자리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조심스럽고 슴슴한 이야기의 농도가 곡의 전개와 함께 짙어져 짜릿한 절정에 다다르면 무대와 객석에 전기가 찌릿찌릿 흐르는 듯했다. 이것은 내가 심포니 음악에 미치게 된 과정, 그리고 10대의 여름을 아스펜에서 보내며 만난 지휘자 데이비드 짐만 선생과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의 <로드 오브 뮤직>

하루키의 오디오와 소설가의 방

오디오 잡지나 TV 프로그램을 보면 온갖 값비싼 기기로 휘황찬란한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애호가들이 나온다. 하지만 손때 하나 묻지 않아 보이는 것들에선 왠지 그의 것이 아닌 듯 그의 삶에 녹아들지 않아 보인다. 반면 하루키의 시스템을 보면 그의 삶과 음악, 그가 오랜 시간 써 내려가며 우려낸 삶의 면면이 겹쳐진다.

오디오가이 코난의 <맛있는 오디오>

99가지 인간의 강박에 관한 모든 것

5월 초 출간된 신간 <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을 마주했을 때 책 정보부터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전’이라니, 게다가 ‘99가지 강박으로 보는 인간 내면의 풍경’이라니. 곧장 소장 도감 목록에 더해도 좋은 책이란 예감이 발동했다. 나는 책을 받아보자마자 ‘모든 것에 대한 공포증’부터 찾아 펼쳤다.

민음사 편집자 정기현의 <탐나는 책>

인생의 모든 순간엔, 모란꽃이 있다

아무리 요즘 5월 신부들의 로망이 ‘작약 부케’라지만, 원래 한국인과 함께해온 봄꽃은 ‘모란’이다. 모란은 꽃봉오리일 때는 동그란 모양을 유지하다가 꽃이 피기 시작하면 화형이 크게 벌어지며 겹꽃 속에 수북한 노란 수술을 보여준다. 금화가 가득 든 붉은 비단 주머니를 보는 것 같다. 현대 공예가들도 여전히 모란을 즐겨 사용한다. 그중에서도 허상욱 작가의 양평 작업실 앞마당에 핀 모란 개화 소식은 유독 특별하다.

미술평론가 홍지수의 <공예 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