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대중국 경제무역 정책에 존재하는 문제점들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싱하이밍(邢海明·사진)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달 11일 세종연구소의 ‘세종국가전략연수과정’ 초청 특강에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 배경을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중국 해관총서(한국 관세청에 해당) 자료를 언급하면서 "올 1분기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한 액수는 38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2% 줄었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한국의 경제무역 정책 문제점에 대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됐다"며 "이에 따라 시장은 고급스럽고 특색 있는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와 기업은 중국 소비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깊이 연구해야 한다"며 "보다 목적성 있는 대중국 수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출이 감소한 다른 원인으로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황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칩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것"이라고도 했다.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 근본적 이유를 한국 기업·정부의 전략 실패로 본 것이다. 하지만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 싱 대사의 분석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한국 콘텐츠를 규제하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등이 한국의 대중 수출을 가로막았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2020년 불어닥친 중국 ‘궈차오(애국주의 소비)’ 열풍 영향도 상당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한때 20%대를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1%대로 추락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중국 TV 시장 점유율도 1%대에 그쳤다. 물량 공세를 앞세운 하이센스 22%, 샤오미 21.6%, TCL 15.3% 등에 밀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 제품보다 품질이 우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등이 팔리지 않은 만큼 "고급스럽고 특색 있는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싱대사의 분석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싱 대사는 사드와 한한령에 대한 성찰 없이 한국 기업과 정부 탓만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중국의 방대한 내수 잠재력을 활용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중국 경제 회복의 급행열차에 올라타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대사는 지난 8일 중국대사관저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 기조를 비판해 논란을 불렀다. 그의 최근 발언들이 재차 회자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싱 대사는 세종연구원 특강에서 또 "신중국 수립 이후 70년 여년 동안, 중국은 한 번도 주동적으로 충돌을 일으킨 적이 없다"며 "타국의 영토를 한 치도 점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전쟁을 일으키거나 어떤 군사 집단에 참가한 적이 없다"며 "따라서 세계에서 평화 기록이 가장 좋은 대국"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 선포 후 한번도 군사적 충돌을 일으킨 적이 없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중국이 참전한 것을 부정한 발언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