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금요일 쉰다…삼성전자 '금요 휴무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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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 바꾸자"…이달부터 '탄력근로 실험'
워라밸·업무 효율 '두토끼' 잡기
구글·애플 등 빅테크는 유연근무
SK하이닉스 선제 도입 자극 받아
필수 근무시간 채우면 휴무 가능
일각선 "기술 경쟁력 약화" 우려
워라밸·업무 효율 '두토끼' 잡기
구글·애플 등 빅테크는 유연근무
SK하이닉스 선제 도입 자극 받아
필수 근무시간 채우면 휴무 가능
일각선 "기술 경쟁력 약화" 우려
국내 정규직 12만 명의 한국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월 1회 금요 휴무제’를 도입한다. 대다수 삼성전자 직원은 매달 월급날인 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에 자유롭게 쉴 수 있다.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의 자율성을 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가전·스마트폰 등을 맡은 디바이스경험(DX)부문 구분 없이 시행한다. DS부문은 쉬는 금요일의 명칭을 ‘패밀리데이’, DX부문은 ‘디데이(d-day·development day)’로 부르기로 했다. 직원들은 패밀리데이(디데이) 전에 부서장에게 ‘쉬겠다’고 보고하면 쉴 수 있다. 다만 월 필수 기본 근무시간(평일 일수×8시간)을 채울 수 있어야 금요일 휴무 신청이 가능하다.
월 1회 금요 휴무제는 지난 3~4월 임금 교섭 과정에서 노사가 도입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다. 직원 사기를 고려한 사측과 직원들로 구성된 ‘사원협의회’가 월 1회 금요 휴무제에 대해 뜻을 같이했다. 삼성 관계자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주 4일 근무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재택근무제 확산으로 ‘어디서 얼마나 일하든 성과만 내면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한 것도 감안했다. 구글, 애플, 메타(옛 페이스북) 등 삼성전자가 경쟁사로 여기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주 3일 출근·2일 재택’ 등 유연한 근무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 이들 기업은 암묵적으로 ‘주 5일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근무 일수나 시간을 강제하지 않고 개인별 성과를 중심으로 직원들을 평가한다.
임직원 중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증가하는 것도 월 1회 금요 휴무제 시행을 결정하게 된 원인이 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체 직원 중 MZ세대 비율은 약 40%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꾸준히 “주 4일제 같은 자율적인 근무제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8월부터 2주간 80시간 이상 일한 직원이 매달 셋째주 금요일 연차를 쓰지 않고 쉴 수 있는 ‘해피프라이데이’ 제도를 도입한 것도 삼성전자를 자극했다.
삼성전자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근면함’으로 대표되는 삼성전자의 조직문화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산업에선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등과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모바일 사업에선 경쟁자 애플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포괄하는 확장현실(XR) 기기 ‘비전 프로’를 공개하며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윤석열 정부도 직원 동의를 전제로 주 64시간 근무가 가능한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를 포함했다.
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주 52시간으로 대표되는 근무시간 제한 때문에 한국 반도체산업의 R&D 역량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자율성을 높여주는 만큼 직원 개인에게 성과에 대한 책임도 크게 지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
노사 합의 후 전격 도입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월 1회 금요 휴무제’를 시작한다. ‘4조 3교대’ 근무를 하는 생산직 등을 제외한 삼성전자 직원은 매달 월급날인 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에 하루 휴무가 가능하다. 당장 오는 23일부터 시작한다. 한 달에 한 번은 ‘주 4일’만 근무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가전·스마트폰 등을 맡은 디바이스경험(DX)부문 구분 없이 시행한다. DS부문은 쉬는 금요일의 명칭을 ‘패밀리데이’, DX부문은 ‘디데이(d-day·development day)’로 부르기로 했다. 직원들은 패밀리데이(디데이) 전에 부서장에게 ‘쉬겠다’고 보고하면 쉴 수 있다. 다만 월 필수 기본 근무시간(평일 일수×8시간)을 채울 수 있어야 금요일 휴무 신청이 가능하다.
월 1회 금요 휴무제는 지난 3~4월 임금 교섭 과정에서 노사가 도입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다. 직원 사기를 고려한 사측과 직원들로 구성된 ‘사원협의회’가 월 1회 금요 휴무제에 대해 뜻을 같이했다. 삼성 관계자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주 4일 근무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쟁사로 인력 유출 차단
삼성전자는 2~3년 전부터 한 달에 한 주만 주 4일 근무를 허용하는 월 1회 금요 휴무제 시행을 검토했다. 202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유연한 근무제 도입이 트렌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즈음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일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스타트업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 유능한 엔지니어들을 빨아들인 것도 검토에 들어간 배경이었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재택근무제 확산으로 ‘어디서 얼마나 일하든 성과만 내면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한 것도 감안했다. 구글, 애플, 메타(옛 페이스북) 등 삼성전자가 경쟁사로 여기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주 3일 출근·2일 재택’ 등 유연한 근무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 이들 기업은 암묵적으로 ‘주 5일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근무 일수나 시간을 강제하지 않고 개인별 성과를 중심으로 직원들을 평가한다.
임직원 중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증가하는 것도 월 1회 금요 휴무제 시행을 결정하게 된 원인이 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체 직원 중 MZ세대 비율은 약 40%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꾸준히 “주 4일제 같은 자율적인 근무제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8월부터 2주간 80시간 이상 일한 직원이 매달 셋째주 금요일 연차를 쓰지 않고 쉴 수 있는 ‘해피프라이데이’ 제도를 도입한 것도 삼성전자를 자극했다.
워라밸 보장…일할 맛 나는 회사로
삼성전자가 월 1회 금요 휴무제를 시행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업무 효율성 증대다. 근무 자율성을 확대해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게 생산성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MZ세대가 원하는 워라밸을 보장해 삼성전자를 ‘일할 맛 나는 기업’으로 더욱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직원들의 평가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부서장부터 ‘솔선수범’해 제도를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삼성전자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근면함’으로 대표되는 삼성전자의 조직문화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산업에선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등과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모바일 사업에선 경쟁자 애플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포괄하는 확장현실(XR) 기기 ‘비전 프로’를 공개하며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윤석열 정부도 직원 동의를 전제로 주 64시간 근무가 가능한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를 포함했다.
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주 52시간으로 대표되는 근무시간 제한 때문에 한국 반도체산업의 R&D 역량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자율성을 높여주는 만큼 직원 개인에게 성과에 대한 책임도 크게 지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