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뉴욕 3대 증시는 지난주에 이어 상승세로 출발했다. 이번주 소비자 물가지수(CPI) 발표와 FOMC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채권 시장은 관망세를 보였다. 월가에서는 향후 증시 방향성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보였다.

이날 뉴욕 증시는 다음날 발표될 CPI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현재 월가는 CPI가 전월비 0.2%, 전년비 4.1%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같은 기간 0.4%, 5.3%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CPI가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예상을 밑돌 경우 증시는 환호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강력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긴축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번주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향후 증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게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S&P 500에 대한 연말 목표를 기존 4000에서 4500으로 높였다. 침체 확률이 25%에 불과하고, S&P 500 기업의 EPS(주당 순이익 추정치)가 224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 빅테크가 주도한 랠리가 다른 섹터로 확장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다만 신중론도 이어졌다. JP모간은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의 격차가 커졌다면 주식이 20% 잠재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도 주식 시장이 과열됐다가 거품이 한번에 가라앉는 1940년대의 '붐-버스트 패턴'이 재현될 수 있다며 주식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증시, 더 간다" VS "거품 빠진다" 뜨거운 증시, 엇갈린 전망[정소람의 미나리]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이라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는 6월 FOMC의 변수가 은행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은행 고정금리 채권의 미실현 손실이 1분기에만 5000억불 이상애 달하는 가운데 금리를 인상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 은행 20~30곳이 추가로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도 암시했다.

이날 원유도 하락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는 원유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수요가 줄고 있다면서 WTI 연말 전망치를 기존 89달러에서 81달러로 내렸고, 브렌트유 전망치를 95달러에서 86달러로 하향했다.

미국은 이날 한국과 대만 기업에 대해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하는 기한을 유예하기로 했다. 올해 10월로 제시됐던 '데드 라인'을 향후 1년 간 늦춰주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견제 경책을 이어온 가운데 미-중 갈등이 일부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부 나타났다.

종목 중에서는 중국 전기차 니오가 전기차 가격을 내린다는 소식에 관심을 끌었다. 이날 니오는 차값을 4200달러 내리기로 하고 자본 지출도 연기하기로 했다. 테슬라 발 가격 전쟁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강세를 이어온 테슬라는 이날도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도 이날 완료됐다. 자산 기준 2000조원 규모로 커진 UBS는 8월 31일 합병 후 첫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CS는 미 증시서 ADR을 상장 폐지할 예정이다.

제약주에서도 다양한 소식이 나왔다. 미국 FDA는 사노피가 개발한 호흡기 질환 RSV 백신 후보 물질 니르세비맙을 이날 승인했다. 이 치료제는 임상에서 최대 94%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화이자, 모더나, 바이에른노르딕 등도 개발 중인 RSV 백신은 연간 150억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제퍼리스의 분석이다. FDA는 이날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도 만장 일치로 승인, 바이오젠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인수 합병(M&A) 소식도 이어졌다. 노바티스는 치눅 테라퓨틱스를 인수했고, 나스닥은 리스크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아덴자를 사들였다. 나스닥은 대규모 지출 우려에 장초 10% 넘게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월가에서는 이날 장 마감후 실적 발표 예정인 오라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울프리서치는 오라클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하고 목표 주가로 130달러를 제시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OCI)가 향후 3년간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사이버 보안 업체인 센티널원을 비중확대로 상향했다. 주가가 너무 빠져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논리다. 목표 주가는 15달러에서 20달러로 높였다. BOA는 아마존의 소매 마진이 4~5%로 올라갈 수 있다며 목표 주가를 139달러에서 154달러로 상향했다.

JP모간은 크루즈 업체 카니발을 '비중확대'로 상향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마진이 개선될 것이라는 이유다. 목표 주가는 11달러에서 16달러로 높였고, 주가도 초반 강세를 보였다.

뉴욕=정소람/신인규 특파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