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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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아온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 기준이 재정비된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기술유출 범죄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막대한 만큼 현실에 맞게 처벌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허청과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열린 제125차 양형위원회에서 영업비밀 침해범죄 등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이 정비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13일 밝혔다.

양 기관은 지난 4월 대법원 양형위에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정비 제안서'를 제안해 이번에 최종 채택됐다. 이에 따라 2025년 4월까지인 제9기 양형위 임기 내에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정비될 예정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은 총 93건으로 피해 규모는 약 25조원으로 추산된다. 적발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기술유출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산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해외 기업들이 국내 기업의 우수한 기술을 빼오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범죄 피해에 비해 처벌은 미흡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검찰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445건 중 실형은 47건(10.6%)에 불과하고, 지난해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4.9개월 수준으로 집계됐다. 영업비밀 해외유출의 법정형이 최대 징역 15년임을 감안하면, 실제 처벌 수위는 미약하다는 평가다.

양형위에서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 기준을 정비하기로 한 만큼 처벌 규정 강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산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양형기준 정비방안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논의될 전망이다. 양형위 및 관계 부처는 초범이 많고 피해 규모의 산정이 어려운 기술유출 범죄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형량의 가중·감경 요소 및 집행유예 판단기준 개정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2019년에 강화된 영업비밀 침해범죄 법정형이 소송 실무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권고 형량 상향 방안도 함께 논의된다.

양형위는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이후 특허청 및 대검찰청 등 관련 부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양형 기준을 수정·보완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마련된 최종안이 양형위에서 의결되면, 개정된 양형기준이 시행된다. 새로운 양형기준은 시행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기술유출범죄가 양형위에서 양형기준 수정 대상 범죄군으로 선정돼 산업기술을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기술유출범죄를 엄정하게 수사하면서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 보호에도 역점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양형위원회가 기술유출 범죄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양형기준을 정비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특허청은 지식재산 주무 부처이자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소관부처로서, 기술유출 범죄에 적합한 양형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맡은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민경진/권용훈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