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증상에 모야모야병 진단땐, 적극적 수술치료 받아야"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이 점차 좁아져 뇌졸중으로 이어지는 희귀 질환입니다. 한국과 일본에 특히 환자가 많죠. 뇌졸중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았는데 모야모야병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적극적으로 수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유지욱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사진)는 13일 이렇게 말했다. 유 교수는 모야모야병과 뇌동맥류, 동정맥 기형 등 뇌혈관 질환을 수술치료 하는 전문가다. 국내 모야모야병 수술을 할 줄 아는 신경외과 의사는 열 명 남짓 정도다. 그중 한 명이 유 교수다. 유 교수는 2018년 일본 국립순환기병센터에서 신경외과 펠로우(국제전임의)로 연수받으면서 이 질환 치료법 등을 익혔다. 그를 통해 모야모야병의 원인과 수술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모야모야병은 어떤 병인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뇌혈관이 좁아져 이름 붙은 질환이다(모야모야는 일본어로 연기, 아지랑이를 의미). 뇌 곳곳으로 이어지는 동맥 끝부분이 좁아지면서 이상혈관이 증식한다. 명확한 원인은 모른다. 치료하지 않으면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는 뇌졸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아시아 환자가 많은 이유는 뭔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일본과 독일 환자를 비교했더니 일본 환자에게서 모야모야혈관으로 불리는 신생혈관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시아 환자는 혈관의 형태학적 특징이 좀 다르다고 추정하는 정도다. 병이 진행하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데 아시아 환자는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 상당히 많다. 한국 환자의 절반 정도다. 미국엔 출혈성 환자가 5% 정도다.”

▷치료제는 없나.

“항혈전제를 쓰지만, 증상이 좋아졌거나 미래의 뇌졸중 발생 위험을 낮춰줬다는 연구 결과가 없다. 더욱이 뇌출혈이 있으면 항혈전제는 쓰지 않는 게 원칙이다. 약물 치료를 언제까지 해야 하나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환자에게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으면 줄 수 있는 치료 선택지는 수술뿐이다.”

▷어떤 수술을 하나.

“머리를 열고 두피 혈관을 이어주는 뇌혈관문합술을 시행한다. 모야모야병 수술은 뇌 수술 중 가장 작은 부위를 꿰매는 수술이다. 봉합하는 혈관은 1㎜ 정도로 가는 게 대부분이다. 1㎜ 혈관을 수술할 때 12바늘 정도 꿰맨다. 모야모야혈관이 생긴 근본 혈관은 모두 뇌에서 특정한 역할을 하는 주요 부위로 연결돼있다. 정교한 수술이 중요한 이유다. 수술법은 크게 직접법과 간접법으로 나뉜다. 직접법은 앞서 말한 것처럼 혈관과 혈관을 직접 이어주는 것이다. 간접법은 혈관을 뇌 표면에 얹어줘 새 혈관이 뻗어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전자는 수술이 어렵지만 효과가 분명하다. 후자는 수술 난도가 다소 낮아 시간이 덜 걸리지만 혈관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뇌는 한번 열면 재발했을 때 다시 수술하는 게 힘들다. 직접법을 선호하는 추세다.”

▷환자들은 어떤 증상으로 병원을 찾나.

“일반적인 뇌졸중 증상이다.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말을 잘하지 못하게 된다. 의식저하와 두통 환자도 많다.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는 증상이다. 지능이 떨어지는 환자들도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 사회적으로 좀 더 신경써야 하는 질환이다.”

▷증상만 있으면 바로 진단하나.

“주요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다른 원인이 없어야 한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을 한 뒤 모야모야혈관이 많으면 진단한다. 최근에는 한쪽 뇌에만 모야모야혈관이 많아도 진단한다.”

▷10대 사춘기와 40~50대에 진단받는 환자가 많다.

“연령 그래프로 보면 봉우리가 두 개인 양봉 형태다. 10대 환자는 사춘기가 지나면서 호르몬 등이 바뀌는 게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는 정도다. 어린 환자들은 80~90% 정도가 뇌경색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중장년 환자들은 50% 정도가 뇌출혈을 호소한다.”

▷환자들에게 조언하는 생활습관이 있다면.

“아이들은 심하게 운동하는 것을 피하라고 한다. 축구나 오래달리기 등은 삼가라고 한다. 우는 것도 못하도록 얘기한다. 성인들은 위험요인이 담배다. 담배가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달 초 일본에서 5년간 환자를 추적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모야모야병 환자의 연간 뇌졸중 발생 위험은 1% 정도였다. 연구기간 환자 100명 중 8명에게 뇌졸중이 진행됐는데 8명 중 7명이 뇌출혈이었다. 뇌출혈 환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국내에선 이런 출혈성 환자에게 수술을 잘 하지 않는다. 추적 관찰을 택하는 병원이 많다. 출혈성 환자도 수술을 적극적으로 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