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책 읽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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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 쓴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 첫 방한
오는 14일 서울국제도서전,
16일 ‘세계 작가와의 대화’서 韓독자 만나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 첫 방한
오는 14일 서울국제도서전,
16일 ‘세계 작가와의 대화’서 韓독자 만나
"한국의 풍광에 놀랐습니다. 한국은 처음인데, 이렇게 멋진 산과 숲이 많은지 몰랐거든요. 캐나다의 어떤 지역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소설가 얀 마텔은 13일 서울 정동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아들과 함께 공식 일정 일주일 전에 도착해 한국 곳곳을 탐험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마텔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쓴 작가다. 이 작품은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영국 부커상을 받았고, 50개국에서 출간돼 1200만 부 이상 팔렸다. '아카데미 4관왕'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원작이 바로 이 소설이다.
1963년 스페인에서 캐나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난 마텔은 캐나다 트랜트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27세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93년 첫 소설집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을 발표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셀프> <20세기의 셔츠> <포르투갈의 높은 산> 등이 있다.
캐나다 출신인 마텔은 올해 한·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방한했다. 그는 "속초 울산바위 등을 둘러보고 한옥에도 묵었다"며 "한국은 매우 생기 있는 국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상 깊었던 공간 중 하나로 비무장지대(DMZ)를 언급했다. 그는 "DMZ 관광은 전쟁이란 비극과 자본주의가 결합한 형태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며 "DMZ는 이 땅의 상처와 같은 장소인데,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이 나라는 어떻게 안고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을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마텔을 설명할 때 <파이 이야기>와 더불어 빠지지 않는 일화가 있다. 바로 편지다. 마텔은 2007년 한 문화 행사에 참석했다가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의 무관심한 모습을 목격했다. 이후 하퍼 총리에게 4년간 문학 작품을 추천하는 편지 101통을 보냈다.
하퍼 총리는 단 한 번도 답을 보내지 않았지만, 마텔의 편지는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첫 출간 당시 제목은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였다.
마텔은 "책을 읽는 건 현명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국가 지도자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를 이끄는 사람들에게는 비전이 필요하고, 책을 읽으면 꿈을 꿀 수 있게 된다"며 "우리가 항상 훌륭한 스승에 둘러싸여 살 수는 없지만, 대신 항상 훌륭한 스승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통상 서구에서 남성들은 20대 중반까지만 문학을 읽고 그 뒤로는 책을 멀리한다"며 "요직을 독점하고 있는 백인 중년 남성들에게 '문학을 읽지 않고서 사회를 위한 꿈과 상상력을 어디서 얻으려고 하느냐'고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텔은 내년 새로운 소설로 독자들을 만난다. 트로이 전쟁을 재해석한 <Son of Nobody>(가제)는 영미권에서 내년 봄 출간될 예정이다.그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를 읽고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귀족과 왕족, 영웅의 대사로 채워진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내는 평범한 사람은 테르시테스입니다. 아가멤논에게 직언을 했다가 오디세우스에게 매를 맞는 인물이죠. 현실에서도 힘 있고 돈 많은 자들이 주로 발언권을 쥐고 있죠. 제 소설은 그의 친구인 소아스를 주인공으로 삼아 평범한 인물의 입장에서 트로이 전쟁을 다룹니다."
마텔은 이 작품 집필을 마치고 출판사의 편집 작업을 기다리는 동안 작품을 하나 더 썼다. 알츠하이머에 대한 작품이다. 그는 "기억의 손실은 내러티브(서사)의 손실"이라며 "형식 면에서도 내러티브 순서를 가지고 실험하는 책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마텔의 데뷔 30주년이다. 계속해서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을 묻자 그는 "나는 작가인 동시에 내 작품의 첫 번째 독자"라고 답했다.
"저는 제가 읽었을 때 신나는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는 순간의 스릴만큼 저를 들뜨게 만드는 일은 없거든요. 제 작품 <파이 이야기>를 예로 들자면, 홀로 태평양을 표류하는 소년이란 아이디어는 인생에 대한 훌륭한 비유죠. 이런 아이디어 얻었을 때 제가 느끼는 감정은, 아마도 여러분이 최신 컴퓨터를 샀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요?(웃음)"
마텔의 책을 꾸준히 국내 소개해온 출판사 작가정신은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며 특별 합본판을 출간했다. 마텔의 데뷔작인 소설집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과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 등을 한 권으로 묶었다. 한국 독자들을 위한 마텔의 친필 메시지도 실었다.
마텔은 오는 14일 서울국제도서전, 16일 대산문화재단 ‘세계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한국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소설가 얀 마텔은 13일 서울 정동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아들과 함께 공식 일정 일주일 전에 도착해 한국 곳곳을 탐험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마텔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쓴 작가다. 이 작품은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영국 부커상을 받았고, 50개국에서 출간돼 1200만 부 이상 팔렸다. '아카데미 4관왕'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원작이 바로 이 소설이다.
1963년 스페인에서 캐나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난 마텔은 캐나다 트랜트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27세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93년 첫 소설집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을 발표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셀프> <20세기의 셔츠> <포르투갈의 높은 산> 등이 있다.
캐나다 출신인 마텔은 올해 한·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방한했다. 그는 "속초 울산바위 등을 둘러보고 한옥에도 묵었다"며 "한국은 매우 생기 있는 국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상 깊었던 공간 중 하나로 비무장지대(DMZ)를 언급했다. 그는 "DMZ 관광은 전쟁이란 비극과 자본주의가 결합한 형태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며 "DMZ는 이 땅의 상처와 같은 장소인데,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이 나라는 어떻게 안고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을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마텔을 설명할 때 <파이 이야기>와 더불어 빠지지 않는 일화가 있다. 바로 편지다. 마텔은 2007년 한 문화 행사에 참석했다가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의 무관심한 모습을 목격했다. 이후 하퍼 총리에게 4년간 문학 작품을 추천하는 편지 101통을 보냈다.
하퍼 총리는 단 한 번도 답을 보내지 않았지만, 마텔의 편지는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첫 출간 당시 제목은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였다.
마텔은 "책을 읽는 건 현명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국가 지도자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를 이끄는 사람들에게는 비전이 필요하고, 책을 읽으면 꿈을 꿀 수 있게 된다"며 "우리가 항상 훌륭한 스승에 둘러싸여 살 수는 없지만, 대신 항상 훌륭한 스승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통상 서구에서 남성들은 20대 중반까지만 문학을 읽고 그 뒤로는 책을 멀리한다"며 "요직을 독점하고 있는 백인 중년 남성들에게 '문학을 읽지 않고서 사회를 위한 꿈과 상상력을 어디서 얻으려고 하느냐'고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텔은 내년 새로운 소설로 독자들을 만난다. 트로이 전쟁을 재해석한 <Son of Nobody>(가제)는 영미권에서 내년 봄 출간될 예정이다.그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를 읽고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귀족과 왕족, 영웅의 대사로 채워진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내는 평범한 사람은 테르시테스입니다. 아가멤논에게 직언을 했다가 오디세우스에게 매를 맞는 인물이죠. 현실에서도 힘 있고 돈 많은 자들이 주로 발언권을 쥐고 있죠. 제 소설은 그의 친구인 소아스를 주인공으로 삼아 평범한 인물의 입장에서 트로이 전쟁을 다룹니다."
마텔은 이 작품 집필을 마치고 출판사의 편집 작업을 기다리는 동안 작품을 하나 더 썼다. 알츠하이머에 대한 작품이다. 그는 "기억의 손실은 내러티브(서사)의 손실"이라며 "형식 면에서도 내러티브 순서를 가지고 실험하는 책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마텔의 데뷔 30주년이다. 계속해서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을 묻자 그는 "나는 작가인 동시에 내 작품의 첫 번째 독자"라고 답했다.
"저는 제가 읽었을 때 신나는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는 순간의 스릴만큼 저를 들뜨게 만드는 일은 없거든요. 제 작품 <파이 이야기>를 예로 들자면, 홀로 태평양을 표류하는 소년이란 아이디어는 인생에 대한 훌륭한 비유죠. 이런 아이디어 얻었을 때 제가 느끼는 감정은, 아마도 여러분이 최신 컴퓨터를 샀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요?(웃음)"
마텔의 책을 꾸준히 국내 소개해온 출판사 작가정신은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며 특별 합본판을 출간했다. 마텔의 데뷔작인 소설집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과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 등을 한 권으로 묶었다. 한국 독자들을 위한 마텔의 친필 메시지도 실었다.
마텔은 오는 14일 서울국제도서전, 16일 대산문화재단 ‘세계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한국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