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이 새로운 지정학적 화약고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북극은 세계 다른 지역의 긴장과는 동떨어져 군사 활동 등 안보·정치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이른바 ‘북극 예외주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서방 고위 관리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의 풍부한 천연자원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지정학적 긴장을 악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극이사회 소속 서방 7개 이사국은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의 모든 협업을 중단한 상태다.

북극이사회는 북극권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자원 개발 및 발전, 북극 원주민 보호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 간 협의체다. 1996년 오타와 선언을 계기로 출범했다. 북극권 국가인 미국,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서방 7개국과 러시아까지 총 8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 중국 등 13개 국가는 이사회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옵서버 국가로 소속돼 있다.

러시아는 개전 이후 서방 회원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니콜라이 코르추노프 러시아 외교부 북극 대사는 지난달 러시아의 순환의장국 임기 만료를 앞두고 “북극이사회 행사에 러시아를 초대하지 않는다면 회원국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탈퇴도 고려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현재 새 의장국은 노르웨이다.

FT는 “가장 우려되는 사안은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독자적인 북극위원회를 만드는 경우”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양국이 원유·가스·희토류 등 북극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북극권 항로를 마음대로 이용하려 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양국은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 당시 “북극항로를 위한 공동 실무기구를 창설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이대로 (교착 상태를) 방치하다간 아무런 규칙 없는 대혼돈의 북극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