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전문직 엘리트들 많아"…전세계 장악한 인도계 이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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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인도계 이민자 수 1800만명 기록
미국으로 떠난 전문직 이민자 급증
인도계 이민자 소득이 미국 평균 2배 기록
미국으로 떠난 전문직 이민자 급증
인도계 이민자 소득이 미국 평균 2배 기록
세계 전역에서 인도계 이민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진국으로 떠난 전문직 이민자들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서다. 정계와 재계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인도의 '소프트 파워'가 증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는 2010년대 들어 세계 전역에 인도계 이민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2020년 유엔은 세계 이민자 수는 2억 8100만명으로 추산했다. 이 중 인도계 이민자 수는 1800만명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멕시코(1120만명)와 중국(1050만명)이 뒤를 이었다.
인도계 이민자들이 주로 정착한 곳은 영어권 국가들이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270만명), 영국(83만 5000명), 캐나다(72만명), 호주(58만명)가 거주하고 있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임금이 비교적 높은 영미권 국가로 떠났다는 분석이다.
미숙련 노동자들이 이민을 떠났던 과거와 달리 전문직 이민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정보기술(IT), 의료업 종사자들이 인도를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 지난해 미국의 전문직 전용 취업 비자인 'H-1B' 취득자 중 73%가 인도계 이민자였다.
인도 내부에서는 엘리트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2010년 인도공과대학 졸업생 1000명을 조사한 결과 36%가 현재 해외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본국을 떠났다. 성적 상위 100명으로 좁히면 62%가 미국에 터전을 잡았다. 인도공과대학은 세계 3대 공대로 알려져 있다.
미국으로 떠난 인도계 이민자 2세도 수월하게 정착하는 모습이다. 미국 이민 정책연구소(MPI)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도계 이민자 중 미국 대학교 학사를 보유한 비중은 80%에 달했다. 미국 국민 평균값(30%)과 중국계 이민자(50%)를 크게 웃돈다. 전문가들은 인도계 이민자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소프트 파워'가 증대됐다고 분석했다. 소프트 파워는 2004년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상대국 문화와 가치관에 스며든 뒤 자발적인 동조를 끌어내는 힘이다.
나이 교수는 "인도계 이민자들이 인도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세계 곳곳에 심어주면서 인도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미국에 정착한 인도계 이민자들이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도계 이민자들은 미국 내에서 부유층에 속한다. 인도계 이민자 가구의 평균 소득은 연 15만달러 수준이다. 미국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중국계 이민자의 가계 소득(연 9만 5000달러)을 앞선다. 전문 인력이 대거 이주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이민자 2세들은 아이비리그에 진출해 주류에 속속 편입하고 있다. 어도비, 알파벳,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IT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인도계 이민자로 이뤄졌다. S&P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 중 25개의 CEO가 인도계 이민자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비롯해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등 정계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도의 소프트 파워가 커지면서 미국과 인도 관계도 개선되고 있다. 인도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의 주요 멤버지만 서방 국가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를 비롯해 만모한 싱 전 총리 등이 모두 케임브리지대학을 다니며 서방 국가의 가치관을 습득해서다.
미국 정부는 이런 맥락을 활용해 인도와 밀월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자 이를 견제할 세력이 필요해서다.
민족주의 성향인 나렌드라 모리 총리는 전임 총리와 달리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는 등 서방 국가와 거리를 뒀다. 하지만 파키스탄과 중국이 밀착하게 되자 인도 정부도 노선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모리 총리는 오는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는 자유주의 국가라는 점을 활용해 서방과 연결 고리를 찾고 있다"며 "이미 이민자들의 네트워크도 탄탄해서 더 쉽게 통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