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은 표정관리…"300달러 아직 멀었다"
"계좌 인증샷, '관상' 이정재 등장 짤 자제를"
'인증샷 쏟아지면 주가 하락' 학습효과 때문
지난 12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가 12거래일 연속 오르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썼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차분한 분위기다. 테슬라 주가는 연초 108달러에서 바닥을 찍고 이날까지 102%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포드와 GM 등 완성차업체가 테슬라와 ‘충전 동맹’을 결성했다. 시장에선 이를 호재로 인식했다. 이어 전기차 충전설비 제조업체도 잇따라 테슬라의 방식과 호환되는 장비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며 상승하는 주가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에서 테슬라의 충전 방식이 대세로 굳어진다는 기대 덕분이다.
테슬라 국내 투자자들이 활동하는 트위터와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는 과거 테슬라 주가 급등기보다 담담한 반응이다. 우선 주가가 2년 전 전고점인 400달러선을 회복하지 못해 여전히 손실 중인 주주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투자자들의 자체적인 ‘표정 관리’로 보인다. 성급하게 자축하지 말자는 의미다. 최근 테슬라 주주들은 트위터 등에 ‘주가 300달러는 아직 멀었다’ ‘주식계좌 인증샷 올리지 마세요’ ‘이정재 등장 씬 이미지 올리기 자제’ 등의 글을 공유하고 있다.
‘이정재 등장 씬’은 2013년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은 이정재가 대궐로 당당하게 들어서는 장면을 지칭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주가가 급등한 다음 날, 의기양양하게 출근하는 직장인의 마음’을 비유하는 이미지로 자주 활용된다.
테슬라 투자자들이 계좌 인증샷을 자제하자고 나선 것은 ‘학습 효과’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테슬라 주가 급등기마다 수십~수백%에 달하는 수익률을 자랑하는 개미들의 인증샷이 쏟아졌다. 이후 주가는 어김없이 하락했다. 올해 초 100달러 초반 바닥에서 한 달 만에 200달러까지 급등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주식 투자 커뮤니티에선 ‘계좌 인증샷=하락 전초 징후’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단기간 개인 투자자가 몰린 인기 주식은 과열됐다고 보는 것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투자자에 보낸 메모에서 “테슬라 주가는 작년 하반기 크게 조정받으며 관심이 줄었다는 게 호재”라며 “과도한 관심과 긍정이 쏠린 주식은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테슬람 X랩’은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와 머스크에 대해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뉴스를 전합니다. 기성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테슬라 팬'들의 이슈도 관심사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