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메타버스로 고대 '모닥불 공동체'를 꿈꾼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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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플이 공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로 다시 메타버스 산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와 관심이 급증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의 속도가 떨어지면서 메타버스의 인기가 시들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메타버스 산업은 계속 성장했습니다. 글로벌 대표적인 메타버스 기업인 로블록스의 지난해 매출은 1년 전보다 16% 증가했습니다. 올 1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22% 늘었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스페이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능을 개선했고 서비스를 늘리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셜의 공동창업자인 이진하 최고제품책임자(CPO)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1986년생인 이 CPO는 경기과학고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건축학대학원 산하 미디어랩에서 예술·과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MIT미디어랩에서 손을 넣어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컴퓨터(스페이스톱)와 만질 수 있는 컴퓨터 픽셀(ZeroN) 등을 만들어 유명해졌다. 세계적인 강연 플랫폼 TED(테드)에서 두 번 강연했다. MIT 미디어랩에서 박사 학위 과정 중에 삼성전자에 스카우트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인터랙션그룹을 설립하고 최연소(만 27세) 수석연구원과 그룹장을 역임했다.2016년에는 3D 소프트웨어 범프탑을 구글에 매각한 아난드 아가라왈라와 스페이셜을 공동 창업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스페이셜의 누적 이용자는 400만 명이 넘는다.
Q. 스페이셜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스페이셜이라는 단어를 한국어로 깔끔하게 번역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보통 3D 경험 UGC(User Generated Contents) 플랫폼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UGC 플랫폼이라는 건 사용자가 제작하는 콘텐츠를 공유한다는 겁니다. (유튜브 등) 비디오 UGC 플랫폼인 것처럼요. 비디오 다음은 무엇일까. 저는 3차원 인터렉티브의 게임 같은 경험이 비디오 다음의 미디어 메인스트림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플랫폼의) 유튜브 버전을 만든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Q. 스페이셜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개인적인 얘기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저는 디자인이나 건축을 했으면 더 잘 맞았을 것 같아요. 어쩌다 컴퓨터 공부를 학부에서 하게 됐습니다. 대학원 때부터 디자인에 가까운 일을 했죠. 계속 고민을 했습니다. 컴퓨터가 도구잖아요. 도구가 사람의 효율성을 높이긴 하죠. 하지만 사람의 표현력과 창의성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아티스트 입장에서 어떻게 도움이 될지 생각했죠. 예를 들어 누군가 조각상을 만들다가 조각과 하나가 되는 몰입감이 있잖아요. 컴퓨터로는 몰입하기 어려워요. 키보드와 마우스, 스크린이 (사람을) 분리하죠. 저는 미래의 컴퓨터는 사람을 훨씬 더 몰입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티스트가 조각할 때 일어나는 그런 현상이 컴퓨터 이용에서도 가능할 거라 확신했죠. 그래서 디지털 정보와 인간의 거리가 스크린에 지금은 막혀 있는데 이걸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죠. 3차원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다양한 정보를 가져와서 사람들이 직접 인터렉션할 수 있게 할까. 이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Q. 창업의 구체적인 계기는 없었나요.
A. 그런 연구를 MIT 미디어랩과 삼성에서 계속 고민을 하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가 나온 걸 본 봤죠. 겉에서 봤을 때는 상용 제품이라고 하기엔 너무 좀 엉성했어요. 스크린도 작고요. 그런데 실제 사용해보니 홀로그램 같은 그래픽의 경험이 충격적이었어요. 이런 기술을 MS 같은 큰 회사에서 계속한다면 3~4년 후에는 분명 어떤 미래가 온다고 판단했죠. 그 미래가 왔을 때 우리가 인류 문명에서 제일 의미 있는 변화를 줄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컴퓨터 스크린은 개인적인 디바이스입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컴퓨터로 뭐하는지 알기 어렵죠.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로 개인화 기기입니다. 모든 스크린은 개인화 방식으로 진화했죠. 그런데 3차원 공간으로 가게 되면 그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같이 있잖아요. 테크 산업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들이 함께 쓸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 가능한 컴퓨팅 상황이 되는 겁니다. 개인화의 반대 방향으로 갈 기회가 온거죠. 보통 기술은 인간과 인간을 멀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공간 컴퓨팅으로 사람이 더 가깝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추상적으로는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어떤 제품으로 나갈까는 창업하면서 고민하기로 했어요.
Q. 컴퓨터를 더 잘 사용하고 싶었던 건가요.
A. 사실은 컴맹이었어요. 이상하게 제 컴퓨터만 고장이 잘 나죠.
Q. 그래도 컴퓨터로 일상에서 소통하고 싶다고 얘기한 걸 보면 컴퓨터가 좋았나 봅니다.
A. 싫어서였어요. 정확하게는 현재 컴퓨터의 모습이 싫어서 내가 좋아하는 컴퓨터를 만들고 싶었죠.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아했는데 컴퓨터는 좀 싫어했던 것 같아요. Q. 스페이셜은 언제 나왔나요.
A. 안경 같은 기기를 쓰고 AR과 VR와 협업 서비스로 2019년에 처음 나왔어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래스(MWC)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선보인 혼합현실(MR) 웨어러블 기기 홀로렌즈2의 활용 사례로도 소개됐죠. 그때 사티아 나델라 MS 대표가 스페이셜 솔루션을 구동하면서 저랑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웹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버전은 2021년에 출시했습니다. 유니티의 게임 엔진을 활용해 게임 제작을 강화하는 개발 도구를 출시한 것은 작년이고요.
Q. 웹 브라우져 접속 버전을 출시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처음 홀로렌즈용 스페이셜도 B2B 고객이 꽤 있었습니다. 3D 회사가 많이 썼고요. 원격 회의용으로도 수요가 있었죠. 의미 있는 매출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성장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는 않더라고요. 쓰는 사람은 썼지만요. 아무래도 이제 VR 기기 발전 속도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는 솔직히 조금 느렸고요. 이에 대해 약간 실망도 했습니다. 이후에 보급형 VR인 오큘러스 퀘스트용으로 출시했더니 이용자가 늘었어요. 그리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용 문의가 쇄도했습니다. 그런데 사용 가능한 기기 공급이 대응을 못 했어요. 이용자를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웹 버전을 출시한 거죠. 출시 후에 사용자가 기존보다 10배 이상 늘었어요. 그런데 당초 예상했던 업무를 보거나 회의에 쓰지 않았어요. 여러 가지로 자신을 표현하는 창작물을 공유하고 같이 경험하는 데 활용하는 이용자가 늘었어요.
Q. 스페이셜을 해봤는데 웹 브라우져에서 바로 접속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반응합니다.
A. 메타버스에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소셜한 아바타에 커스터마이제이션으로 공유하는 것이 있고요. 저희는 로블록스의 모델과 비슷합니다. 사용자는 그 안에서 일어나는 공동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아바타의 형태로 3차원 공간에서요. 그런 경험을 서로 공유하면서 관계가 발전하는 것이 메타버스입니다.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장단이 다 있습니다. 보통 다운로드를 받아 설치해야 하고 그래픽이 레고 모양처럼 단순합니다. 섬세함이 떨어지죠. 스페이셜이 지향하는 메타버스는 그래픽 구현 수준이 높습니다. 별도의 다운로드가 필요 없는지만요. 메타버스 서비스를 도시로 비유하면 어떤 것은 디즈니랜드나 라스베이거스와 같죠. 스페이셜은 뉴욕 같은 메타버스입니다. 비주얼이나 그래픽 경험이 훨씬 섬세하다는 의미입니다. 다운받아서 즐길 수 있는 고화질 게임 같은 그래픽을 제공하지만 웹 상에서 쉽게 사이트를 열듯이 메타버스를 경험할 수 있죠.
Q. 스페이셜의 특징을 추가로 설명해주세요.
A. 스페이셜 안에서 콘텐츠 제작이 쉽습니다. 유니티라는 게임 개발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게임 엔진을 활용합니다. 고화질을 경험하면서도 접속이 너무 쉽죠. 이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경험은 상호 작용이면서 텍스트, 이미지를 넘어선 비디오 플랫폼에서 사람이 소통하는데 그 과정에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지금은 게임이 이런 것이 가능하죠.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역할수행게임(RPG)에서 사람들이 게임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그런데 게임에 집중할 때만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많은 콘텐츠에서도 사람들이 소통하고 스토리텔링을 하는데 메타버스를 활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가능하게 하려면 다운로드를 피해야 하죠. 루이비통 가방 관련 메타버스 경험을 어머니에게 제공하려고 하는데 웹사이트를 열고 몇시간 동안 다운로드를 받아야 한다면 접근성이 떨어지거든요. 바로 경험하게 해드려야죠.
Q. 스페이셜은 간단한 이용 환경이 인상적입니다.
A. 일단 최적화를 위해 계속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래픽을 로딩할 때도 필요한 것부터 로딩을 하고요. 필요 없는 것은 나중에 나오게 하는 거죠. 지역마다 사용하는 서버가 다릅니다. 지금은 메인 타깃이 북미 시장입니다. 여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서버 최적화를 여기에 하다보니 아시아 지역은 약간 딜레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도 개선할 계획입니다. 웹 GPU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크롬 같은 브라우저 안에서 GPU 계산 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런 기술이 발달하면 하드웨어의 성능과 웹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그래픽 수준의 관련성이 점점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다른 메타버스 서비스 로블록스와 제페토와 무엇 다른가요.
A. 스페이셜은 제페토보다 로블록스에 가깝고요. 로블록스와 차별점은 게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형식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와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활용 분야가 좀 다릅니다. Q. 이용자는 스페이셜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요.
A.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최근에 출시한 크리에이터 툴켓으로 진짜 재미있는 게임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캐주얼 게임도 만들 수 있고 더 게임성이 강한 게임도 제작할 수 있죠. 마치 넷플릭스 시즌1이 반응이 좋으면 시즌2가 나오는 것처럼 게임도 일부를 가볍게 먼저 출시해서 반응을 보고 챕터별로 게임을 만들 수 있어요. 게임 반응이 좋으면 그 안에서 이용자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도 있죠. 조만간 마켓플레이스라고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깁니다. 저희는 사실 게임이라기보다는 경험이라는 말을 조금 많이 쓰는데 크리에이터가 만든 경험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뭔가를 판매하는 거죠. 크리에이터 툴켓으로 미술관 같은 갤러리도 가상 공간에서 쉽게 만들어 있죠. 작년에 NFT(대체불가능토큰) 아트 전시하려고 이용자들이 스페이셜을 많이 이용하기도 했어요
Q. 크리에이터가 아닌 일반 이용자가 왜 스페이셜을 찾을까요.
A. 쉽게 말해서 재미가 있어서 스페이셜을 이용합니다. 소설가, 웹툰 작가 등이 스페이셜에서 상호 작용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죠. 어떤 이야기 콘텐츠 속에서 이용자가 경험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얻고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스페이셜에서 보내는 이유죠. 멀리 있는 친구와 1시간 정도 얘기를 한다면 스페이셜에서 같이 걸어 다니고 재미있는 세계를 탐험할 수도 있고요. 이런 소셜 기능 때문에 스페이셜을 찾는 사람도 있죠.
Q. 재밌는 스페이셜 사용 사례 소개해 주세요.
A. DJ 돕슬로라는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매주 스페이셜에서 자신이 만든 DJ 인터렉티브관 내부를 놀이동산처럼 만들어서 사람을 초대해 파티하듯이 음악을 알리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DJ 파티를 일주일에 몇 번씩 하고 있어요. 이런 방식이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소설 같은 스토리에 관심이 있는 이용자도 있습니다. 숲이 어떤 악령에 지배당했는데 그걸 구해야 하는 이야기를 게임의 미션 형태로 만들어서 다른 사람과 공유했어요. 이걸 단순히 글로 공유할 수 있었지만 스페이셜에서 이야기를 보여준 거죠. 스페이셜을 잘 활용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루이비통이 인수한 위블로인데요. 월드컵 기념 경험 콘텐츠를 만들어서 이용자가 시계를 직접 차보고 경험할 수 있게 했어요. 최근에 휴고보스는 패션쇼 같은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그 게임을 통해 최근에 나온 신상품을 소비자가 알게 되고요. 게임에서 제품 할인 쿠폰을 보상으로 주기도 했어요. 이렇게 상호 작용을 하면 브랜드와 제품 충성도가 생기죠.
Q. 다른 메타버스 서비스는 게임, 소셜 등 대부분 사용 목적이 단순합니다. 스페이셜은 다른 것 같습니다.
A. 그렇죠. 웹사이트의 다음 단계도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테슬라닷컴에 들어가면 지금은 스크롤하면서 자동차 모델과 가격을 확인하고 끝입니다. 앞으로는 그게 아니라 URL을 입력하면 테슬라 매장이 인터넷 브라우져에 나와 가상이지만 자동차를 직접 타보고 일론 머스크 아바타에게 "이건 왜 이렇게 느리냐"라고 얘기해볼 수도 있죠
Q. VR 기기와 웹에서 각각 접속해도 스페이셜의 같은 공간에서 만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웹에서 만난 사람이 3D 아바타 모양이지만 VR에서 접속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Q. 다른 방법으로 접속하는 이용자를 만나게 해주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A. 쉽진 않습니다. 웹에서는 쉽게 표현한 것을 VR에서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것은 간단치 않습니다. 저희는 사실 팀이 좀 특이합니다. 보통 메타버스 회사는 게임 스튜디오 같거나 테크 회사에 가깝습니다. 스페이셜에서 구현하는 그래픽 디자인이 상당히 깔끔합니다. 애플스럽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애플, 구글 등 미국 실리콘밸리 출신이 절반, 게임회사 출신이 나머지 정도 됩니다. 여기서 독특한 시너지가 나옵니다. 스페이셜에서 이용자가 누르는 버튼을 디자인할 때도 2D와 3D 모두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구현했어요. 상당히 많은 연구를 한 결과입니다. 3D와 2D 경험의 호환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잘 구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Q. 이용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A. 누적 이용자는 400만 명 정도입니다. 더 유의미한 숫자인 크리에이터는 100만 명 정도 됩니다. 이들이 만든 공간과 경험 콘텐츠 규모는 200만 개 정도이고요. 전부 게임은 아니고요. 이용자가 커스터마이즈한 경험 공간, 갤러리 이런 것도 많아요. 유니티 기반 크리에이터 둘을 출시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기능의 이용자가 6000명 정도됩니다.
Q. B2B 사업은 어떤가요.
A. B2B 사업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만 지금은 B2C에 집중하고 있어요. 다만 종종 고객사와 협업을 하기도 합니다. 맥도날드, 보그 같은 브랜드에서 이벤트 행사로 스페이셜을 이용하죠. 맥도널드는 신년 기념 문화 행사로 스페이셜에 맥도널드 관을 만들기도 했고요.
Q. 스페이셜에서는 정말 많은 것이 가능하네요.
A. 많은 걸 할 수 있다고 얘기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고요. 3D 기반 UGC 경험 플랫폼이라는 표현이 적당한 것 같아요. UGC를 이용자가 제작하는 콘텐츠라고 설명하면 너무 길어져요. 스페이셜을 어른용 로블록스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표현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수 있죠.
Q. 스페이셜에는 어떤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나요.
A. 일단 굉장히 국제적인 팀이고요. 대부분 미국에 있죠. 미국 안에서도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직원입니다. 한국에서 창업할 수도 있었지만 문명에 의미 있는 일을 하려면 최대한 다양성이 있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미국 뉴욕을 선택했고요. 사무실이 실리콘리, 샌프란시스코에도 있어요. 사무실마다 주요 업무가 다르긴 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쪽은 좀 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쪽이 많이 있고요. 뉴욕은 3D 아트와 비즈니스 관련 업무를 많이 하죠.
Q. 최근 게임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A. 게임 개발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명확합니다. 멀티플레이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많아요. 게임 개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 외에도 채팅, 과금 시스템 등도 필요합니다. 이것을 스페이셜 툴켓에서 다 해결해줍니다. 개발자는 게임 스토리와 게임 아트만 집중하면 됩니다. 게임 개발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중단한 개발자도 스페이셜에 관심이 많습니다.
Q. 게임 플랫폼으로 가는 건가요.
A.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일단 그렇기도 한 이유는 게임 스튜디오에 매력적인 플랫폼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효과적으로 만들고 유통하는 걸 돕는 거죠. 그럼에도 게임 플랫폼이라고 하기에는 게임은 저희가 지향하는 것을 부분적으로만 커버합니다. 게임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많은 콘텐츠가 나오고 이런 스토리텔링과 미디어도 소화해 보고 싶은 게 저희의 비전입니다. 예술이면서 게임의 형식일 수 있는 거죠. 인터렉티브한 경험의 형식으로 아티스트의 세계를 탐험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그냥 구경만 하는 것보다 가상의 깨진 조선 백자를 조립하면 더 재밌잖아요.
Q. 꼭 3D 방식이어야 하나요.
A. 3D를 선호합니다. 선호라는 말이 좀 이상하지만요. 3차원의 몰입감 있는 경험이 미래에는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봅니다.
Q.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A. 게임에서는 나오는 매출의 이익 배분은 아직 검토 중입니다. 다른 플랫폼보다 게임 개발자가 월등히 유리한 방식이 될 겁니다. 크리에이터 대상으로도 과금을 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셜에서 이벤트 행사를 개최하는 업체도 비용을 지불하고요. 일반 이용자는 모두 무료입니다.
Q. 창업 이후 언제 가장 힘들었나요.
A. 지금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내부의 힘든 것을 외부에 공유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질문을 조금 바꿔보면 제일 중요한 게 뭐고 생각하면 결국에는 사람인 것 같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을 나와 한곳을 보게 하고 이해 관계를 조절하고요.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 입장에서는 즐거운 과정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선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어떤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떨 때는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구나'라는 걸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고생을 안 했다고 할 수는 없는데 결과적으로 운 좋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Q.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습니다.
A. 저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생각하는 게 사실 너무 신기해요. 왜냐하면 로블록스만 봐도 봐도 1년에 10~20%씩 성장하고 있어요. 스페이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요. 정작 (메타버스 산업) 안에 있는 사람은 성장밖에 안 보이거든요. 그런데 메타버스가 왜 죽었다는 얘기가 나왔는지 분석해봤어요. 최근에 메타버스 산업이 성장을 폭발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관심이 과도하게 높아졌죠. 메타버스를 제대로 적용하기에 시기상조인 분야까지 너도나도 메타버스를 하다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마치 메타버스의 핵심까지 죽은 것 같은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데이터의 팩트만 놓고 봐도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스페이셜도 유의미하게 성장하고 있어요.
Q. 최근 애플이 공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을 발표했습니다.
A. 오랫동안 연구개발(R&D)를 거친 만큼 기존의 어떤 AR·VR 기기들보다 경험의 질 측면에서 월등히 앞서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 애플은 '스페이셜”(공간의)' 이라는 단어를 15번 정도 언급했습니다. 마치 수십년간 연구실을 벗어나지 못하던 공간 컴퓨팅의 비전이 이제 대중의 삶에 들어왔다고 공표해 준 것 같은 고마움과 감동이 있었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의 타깃은 미디어 시장, 그리고 생산성(Productivity) 시장 두 곳으로 보입니다. 몰입감 있는 경험을 주는 콘텐츠로 기존에 TV 가 담당했던 미디어 경험을 우선 혁신할 겁니다. 기기가 더 가벼워지면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업무와 커뮤니케이션의 분야에도 진입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이폰, 맥북과 연동을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페이셜 역시 공간과 스크린의 연동이 반드시 미래 사용자 경험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전 프로가 출시되면서 스페이셜이 많은 사람에게 여러 가치를 가져다 줄 기회가 많아지겠다는 기대가 큽니다.
Q. 오늘 사람 간 소통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했습니다.
A. 인류의 역사를 보면 모닥불 피우고 둘러앉아서 얘기하는 문화에서 공동체가 시작됐어요. 여기서 마을과 사회도 시작됐잖아요. 그 경험이 사람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오늘날에는 이런 경험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냐 보죠. 이제 트위터와 디스코드인 것 같아요. 누가 트윗하면 리트윗하고 라이크하고 댓글 달고요. 디스코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어느 곳에서도 쉽게 소통할 수 있어서 좋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아쉽습니다. 옛날에는 공간을 경험하면서 서로 같이 노래도 부르고 불 피우면서 같이 따닥따닥 나무 타는 소리도 듣고요. 나와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경험들을 안에 들어가서 그걸 같이 경험하는 코엑스피리언스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맺는 겁니다. 인터넷이 그것을 쉽게 만들었죠. 텍스트와 이미지 공유로 끝나지 않고 인터넷 안에서도 사람들이 공동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회사에서 일하는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인터넷에서 정보의 공유는 가능하지만 경험의 공유는 아직 어렵습니다. 정보 공유에서 이제 경험의 공유로 넘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제가 견인하고 싶은 거죠.
Q. 회사의 구체적인 목표가 있나요.
A. 유튜브가 동영상 공유 민주화를 시켰다면 저희는 인터렉티브 콘텐츠의 경험 공유를 민주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터넷 세상이 커뮤니티 중심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디지털이지만 인간적인 소통이 가능한 미래를 만들고 싶어요.
Q. 영화 레디플레이원 보셨나요. 그런 세상이 올까요.
A. 영화에서는 인간이 거의 모든 시간을 가상 공간에서 보내잖아요. 그런데 저는 사람이 생리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도 않고 좋지 않다고 봐요. 지금보다 인터넷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것을 더 인간적으로 구현하는 노력은 필요하고 저희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을 VR 같은 미디어가 흡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어떤 식으로든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연결이 되는 것이 좋아요. 스페이셜에서도 그런 노력을 하고 있고요.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