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폴란드 동브로바구르니차에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공장에서 한 직원이 제품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SKIET 제공
12일(현지시간) 폴란드 동브로바구르니차에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공장에서 한 직원이 제품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SKIET 제공
12일(현지시간) 폴란드 동브로바구르니차에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공장. 방진복과 방진화, 방진모를 착용하고 1공장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와 옅은 기름 냄새가 훅 끼쳤다. 분리막 원단을 뽑아내는 생산라인 길이는 약 120m.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설비를 따라 여섯 단계 공정을 둘러보는 동안 사람이 개입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비닐처럼 흐늘흐늘한 분리막 원단에 고운 세라믹 가루를 입히는 세라믹 코팅(CCS) 생산라인도 마찬가지다. 이충한 CCS 생산유닛 매니저는 “분리막은 사람 손을 안 탈수록 불량률을 낮추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말 세계 최대 생산 도약

SKIET는 고품질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세계 선두권 회사다. 배터리 원가의 10~15%를 차지하는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되 미세한 기공으로 리튬이온만 통과시켜 전류가 흐르게 하는 소재다.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순식간에 열이 발생해 화재와 폭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안전에 핵심적 소재다.

세라믹 코팅까지 마치면 ‘얇지만 단단한’ 배터리 분리막이 완성된다. 두께가 얇게는 5㎛(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에 불과하지만 160도의 고온에 한 시간가량 노출돼도 수축률이 5%가 채 안 된다. 열 안전성이 중요한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분야에서 SKIET가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이유다.

충북 청주와 증평에 공장을 두고 있는 SKIET는 2020년 중국 창저우 공장에 이어 2021년 하반기부터 폴란드 공장에서도 양산을 시작했다. 2019년 일찌감치 글로벌 생산법인 설립을 결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결과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폴란드에는 총 2조2000억원을 들여 4공장까지 짓기로 했다. 유럽 최초 분리막 생산 공장이다. 서울 면적의 절반이 넘는 연산 3억4000만㎡ 규모로 양산 중인 폴란드 1공장과 쌍둥이인 2공장은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한다. 3·4공장은 85% 준공돼 내년 말 양산에 들어간다. 4공장까지 가동되면 총 생산 규모는 연 15억4000만㎡로 유럽을 넘어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205만 대분 배터리에 들어가는 규모다. 2025년 유럽 분리막 수요의 30%를 SKIET 혼자 공급할 수 있다.

박병철 SKIET 폴란드 법인장은 “도레이 상하이에너지 WCP 등 경쟁사들도 이제 유럽 공장을 짓고 있지만 이미 안정적으로 양산 중인 SKIET의 우위를 뒤집긴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기차 업체와 잇따라 공급계약

SKIET의 생산 역량을 본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산 분리막을 쓰던 업체들이 대체품 찾기에 나서면서 업계 선두인 SKIET로 관심이 쏠렸다. SKIET는 최근 테슬라로 추정되는 업체에서 장기 공급계약도 수주했다.

SKIET는 고객사 다변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폴란드 공장은 그룹사인 SK온 납품 비중이 80%에 달한다. 이를 50%까지 낮추는 게 목표다. IRA에 발맞춰 북미 진출도 검토해 연내 확정하기로 했다. 북미 공장까지 세워지면 2025년 이후 SKIET의 총 분리막 생산량은 연간 40억2000만㎡에 달할 전망이다.

동브로바구르니차=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