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릭스 '빌리루빈' 신기술…사이언스誌도 집중 조명
빌리루빈은 수명을 다한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생성되는 일종의 대사성 폐기물로 황달을 일으킨다. 하지만 강력한 항산화와 면역조절 기능을 지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많은 연구자가 신약 개발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물에 녹지 않는 빌리루빈의 특성과 짧은 약효 지속시간을 극복하지 못해서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기업이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 빌릭스다. 세계 최초로 빌리루빈을 수용성 나노입자화하는 데 성공하면서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최근 빌리루빈 연구의 실패와 성공을 다루면서 빌릭스를 조명한 배경이다.

사이언스는 빌릭스의 기술이 의약품 허가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연구개발에 사용되던 빌리루빈은 돼지 등 동물에서 유래한 물질이어서 인체용 의약품으로 허가받기 어려웠다. 사이언스는 빌릭스가 빌리루빈의 약제화를 위한 난제를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의 빌리루빈 나노입자는 반감기(약효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길어지고 물에 녹는 특성이 있다. 효력은 높아지고 독성은 낮췄다.

빌리루빈의 치료 효능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필립 헨치 교수다. 황달이 생긴 환자에게서 류머티즘이 낫는 것을 목격한 헨치 교수는 빌리루빈을 류머티즘 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을 했고, 그 결과를 1938년 발표했다.

사이언스는 “빌리루빈의 항산화와 면역조절 기능은 다양한 염증 및 대사 질환의 발병률과도 높은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일반인 중에서도 유전적으로 빌리루빈 수치가 높은 사람은 심장병, 염증성 장질환, 당뇨병, 암 등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빌릭스는 수용성 나노입자를 개발한 전상용 KAIST 교수와 김명립 대표(사진)가 2018년 10월 공동 창업했다. 빌릭스는 허혈성 재관류 손상 치료제로 올해 해외 임상 1상에 나설 예정이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