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호실적을 내며 12일(현지시간)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AI 모델 개발을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급증해서다. 오라클을 창업한 래리 엘리슨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재산 규모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넘어섰다.

오라클은 이날 2023회계연도 4분기(올해 3~5월) 매출이 138억4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추정치인 137억3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늘어난 33억2000만달러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67달러로 월가 추정치(1.58달러)를 웃돌았다.


생성형 AI 붐이 일면서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 인프라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 기간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 매출은 14억달러로 76% 증가하며 성장세를 주도했다. 전 분기(55%)보다 성장폭을 더 키웠다.

'AI 붐' 타고 부활한 오라클…주가 '사상 최고'
경쟁사인 업계 2위 MS 애저와 3위 구글 클라우드보다 4위인 오라클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대 수익원인 클라우드 서비스 및 라이선스 지원 부문의 매출은 93억7000만달러로 23% 증가했다.

캐츠 CEO는 “2024회계연도 1분기(6~8월) 매출은 8~10% 늘어나고, 조정 EPS는 1.12~1.16달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해당 분기에 오라클 매출이 7.8% 증가하고 조정 EPS는 1.14달러일 것으로 예상한 월스트리트의 기대를 웃도는 가이던스다. 엘리슨 회장은 “생성형 AI 스타트업 코히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생성형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MS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투자하고, 대화형 챗봇을 위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한 것과 비슷한 접근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오라클 주가는 5.99% 오른 116.43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42.44%다. 실적 공개 뒤 시간외거래에서도 3.64% 올랐다.

오라클 주가가 급등하면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으로 이날 엘리슨 회장의 재산은 1298억달러(약 167조원)를 기록하며 세계 4위 부자가 됐다, 게이츠 MS 창업자의 재산(1291억달러)보다 많다. 엘리슨 회장이 게이츠 창업자보다 재산 순위가 높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