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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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처음인데, 이렇게 멋진 산과 숲이 많은지 몰랐어요.”

소설가 얀 마텔(사진)은 13일 서울 정동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들과 함께 공식 일정 1주일 전에 도착해 한국 곳곳을 탐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텔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쓴 작가다. 이 작품은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영국 부커상을 받았고, 50개국에서 출간돼 1200만 부 이상 팔렸다.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원작이 바로 이 소설이다.

캐나다 출신인 마텔은 올해 한·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방한했다. 그는 “한옥에 묵고 속초 울산바위 등을 둘러보면서 한국이 매우 생기 있는 나라란 걸 실감했다”며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볼 때는 ‘여기가 이 땅의 상처구나’란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마텔을 설명할 때 <파이 이야기>와 더불어 빠지지 않는 단어가 ‘편지’다. 마텔은 2007년 한 문화 행사에 참석했다가 당시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의 무관심한 모습을 목격했다. 이후 하퍼 총리에게 4년간 문학 작품을 추천하는 편지를 101통이나 보냈다. 이 편지는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마텔은 “책을 읽는 건 현명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국가를 이끄는 사람들에게는 비전이 필요하고, 책을 읽으면 꿈을 꿀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상 서구에서 남성들은 20대 중반까지만 문학을 읽고 그 뒤로는 책을 멀리한다”며 “요직을 독점하고 있는 백인 중년 남성들에게 ‘문학을 읽지 않고서 사회를 위한 꿈과 상상력을 어디서 얻으려고 하느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트로이 전쟁을 재해석한 그의 신작 (가제)는 영미권에서 내년 봄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귀족과 왕족, 영웅의 대사로 채워진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내는 평민은 테르시테스입니다. 아가멤논에게 직언을 했다가 오디세우스에게 매 맞는 인물이죠. 제 소설은 테르시테스의 친구인 소아스를 주인공 삼아 평범한 인물의 눈으로 트로이 전쟁을 바라봅니다.”

올해는 마텔의 데뷔 30주년이다. 계속해서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을 묻자 그는 “나는 작가인 동시에 내 작품의 첫 번째 독자”라고 답했다. “저는 제가 읽었을 때 신나는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는 순간만큼 저를 들뜨게 만드는 일이 없거든요. <파이 이야기>를 예로 들면, 홀로 태평양을 표류하는 소년이란 아이디어는 인생에 대한 훌륭한 비유죠. 이런 아이디어 얻었을 때 제가 느끼는 감정은, 아마도 여러분이 최신 컴퓨터를 샀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요?(웃음)”

마텔은 14일 서울국제도서전, 16일 대산문화재단 ‘세계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한국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