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내버려뒀더니…자연은 스스로 균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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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은 농장
2011년 반려견과 함께 시골行
황무지를 '생명의 보고'로 바꾸는
8년의 일상 다큐멘터리로 촬영
토론토·선댄스 영화제 등서 수상
2011년 반려견과 함께 시골行
황무지를 '생명의 보고'로 바꾸는
8년의 일상 다큐멘터리로 촬영
토론토·선댄스 영화제 등서 수상
환경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지겨울 정도로 많다. 남극 빙하가 녹고,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라지는 영상은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안 봐도 뻔한 내용을 몇 번 봤던 다큐멘터리와 똑같이 담아내니 그럴 수밖에 없다.
14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작은 농장’은 조금 다르다. 기후 변화로 ‘망가지는 자연’을 다룬 게 아니라 우리의 노력으로 자연이 회복될 수 있다는 걸 설득력 있게 보여줘서다. 이 작품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80만㎡ 황무지가 주변 생태계와 조화를 이룬 ‘애프리콧 레인 농장’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존 체스터가 그의 아내와 함께 8년 동안 경험한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영화는 토론토 국제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등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볼더국제영화제에선 최우수 다큐멘터리상과 심사위원대상을 휩쓸었다.
체스터 부부가 농장을 차린 이유는 반려견 ‘토드’와 함께 살기 위해서다. 감독이 동물 학대 취재 현장에서 구조한 강아지다. 심각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인 토드는 자주 짖었다. 다닥다닥 붙어사는 도심에서 키우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토드를 버릴 순 없었다. 체스터 부부는 2011년 도시를 떠나 ‘자연 농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시작은 막막했다. 이전 땅 주인은 한 작물만 길렀고, 이게 땅을 척박하게 했다. 자연 농법 전문가 앨런 박사는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수록 땅에 이롭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해 피복작물을 심고 소, 양, 오리 등 수십 종의 동물을 들였다. 동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생긴 퇴비는 메마른 땅을 생명력 넘치는 토양으로 되살렸다.
계획한 대로 다 풀리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새들은 정성껏 키운 농작물을 먹어 치웠고, 들쥐는 땅에 구멍을 뚫어 지반을 무너뜨렸다. 밤이 되면 야생 코요테가 오리와 닭을 채갔다. 체스터는 자연에 모든 걸 맡기려고 했던 생각이 이상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낙담한다.
낙담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자연이 하나하나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체스터가 생각했던 여러 문제점은,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됐다. 이런 식이었다. 코요테는 땅을 망가뜨리는 들쥐의 개체 수를 억제하고 있었다. 코요테의 개체 수는 천적인 매와 독수리 덕분에 적절하게 유지됐다. 그렇게 자연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갔고, 그의 농장은 1만여 그루 과일나무와 200여 종의 작물, 여러 가축과 야생동물로 가득 차게 됐다.
‘다양한 생물과의 공존’이란 주제 의식은 형식에서도 드러난다. 반려견 토드를 비롯해 돼지 ‘엠마’, 닭 ‘그리시’ 등 다양한 동식물을 등장인물로 내세우며 그에 맞는 촬영 기법을 활용한다. 동물들의 생동감 있는 모습은 핸드헬드 기법으로 연출했다. 작은 생물의 재빠른 움직임은 슬로 모션으로 포착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이 된 반려견 토드는 이제 죽고 없다. 그런데도 체스터 부부는 여전히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갓 태어난 그들의 아이가 살아갈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다. 감독은 지난 8년의 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토드는 자연과 연결되는 아름다움을 소개해줬고, 이제 자기도 그 일부가 됐죠. 마치 자기가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처럼 말이에요.”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14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작은 농장’은 조금 다르다. 기후 변화로 ‘망가지는 자연’을 다룬 게 아니라 우리의 노력으로 자연이 회복될 수 있다는 걸 설득력 있게 보여줘서다. 이 작품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80만㎡ 황무지가 주변 생태계와 조화를 이룬 ‘애프리콧 레인 농장’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존 체스터가 그의 아내와 함께 8년 동안 경험한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영화는 토론토 국제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등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볼더국제영화제에선 최우수 다큐멘터리상과 심사위원대상을 휩쓸었다.
체스터 부부가 농장을 차린 이유는 반려견 ‘토드’와 함께 살기 위해서다. 감독이 동물 학대 취재 현장에서 구조한 강아지다. 심각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인 토드는 자주 짖었다. 다닥다닥 붙어사는 도심에서 키우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토드를 버릴 순 없었다. 체스터 부부는 2011년 도시를 떠나 ‘자연 농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시작은 막막했다. 이전 땅 주인은 한 작물만 길렀고, 이게 땅을 척박하게 했다. 자연 농법 전문가 앨런 박사는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수록 땅에 이롭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해 피복작물을 심고 소, 양, 오리 등 수십 종의 동물을 들였다. 동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생긴 퇴비는 메마른 땅을 생명력 넘치는 토양으로 되살렸다.
계획한 대로 다 풀리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새들은 정성껏 키운 농작물을 먹어 치웠고, 들쥐는 땅에 구멍을 뚫어 지반을 무너뜨렸다. 밤이 되면 야생 코요테가 오리와 닭을 채갔다. 체스터는 자연에 모든 걸 맡기려고 했던 생각이 이상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낙담한다.
낙담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자연이 하나하나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체스터가 생각했던 여러 문제점은,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됐다. 이런 식이었다. 코요테는 땅을 망가뜨리는 들쥐의 개체 수를 억제하고 있었다. 코요테의 개체 수는 천적인 매와 독수리 덕분에 적절하게 유지됐다. 그렇게 자연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갔고, 그의 농장은 1만여 그루 과일나무와 200여 종의 작물, 여러 가축과 야생동물로 가득 차게 됐다.
‘다양한 생물과의 공존’이란 주제 의식은 형식에서도 드러난다. 반려견 토드를 비롯해 돼지 ‘엠마’, 닭 ‘그리시’ 등 다양한 동식물을 등장인물로 내세우며 그에 맞는 촬영 기법을 활용한다. 동물들의 생동감 있는 모습은 핸드헬드 기법으로 연출했다. 작은 생물의 재빠른 움직임은 슬로 모션으로 포착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이 된 반려견 토드는 이제 죽고 없다. 그런데도 체스터 부부는 여전히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갓 태어난 그들의 아이가 살아갈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다. 감독은 지난 8년의 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토드는 자연과 연결되는 아름다움을 소개해줬고, 이제 자기도 그 일부가 됐죠. 마치 자기가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처럼 말이에요.”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