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中 눈엣가시 된 'Glory to Hong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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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中 눈엣가시 된 'Glory to Hong Kong'](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AA.33703483.1.jpg)
소련 해체의 발단이 된 발틱 3국 독립운동은 ‘노래 혁명’이라고도 한다. 노래 축제 행사가 기폭제가 된 데서 붙은 이름이다. 에스토니아의 한 민속음악제에 출품된 노래들이 이웃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로 전파되면서 독립 열기가 들불처럼 번져갔다. 1989년 2월 3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지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까지 장장 600㎞ 길에 200만 명이 인간 띠를 형성하고 국기를 흔들며 노래 부르는 장면은 20세기 역사의 상징적 사건 중 하나다.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곡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 Kong)’이 때아닌 인기다. 홍콩당국이 금지곡 지정을 추진하자 홍콩 시민들이 앞다퉈 다운로드에 나서 아이튠즈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했다. 금지곡 지정의 표면적 이유는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 대신 이 노래가 홍콩 국가로 오인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인천 럭비 대회와 12월 사라예보 아이스하키 대회에서 ‘글로리 투 홍콩’이 홍콩 국가로 연주된 일이 있었다. 구글에 ‘Hong Kong national anthem(홍콩 국가)’을 검색하면 ‘Glory to Hong Kong’이 상단에 노출된 데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한다. 지금 같은 초연결 시대에 금지곡으로 지정한다고 이 노래를 대중에게서 떼어놓을 수 있을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가 아닐까.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