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中 눈엣가시 된 'Glory to Hong Kong'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는 원래 혁명 가요였다. 프랑스 혁명 당시 마르세유 의용군이 파리에 입성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전체 15절 중 공식행사에서는 1절과 6절만 부른다. 웅장한 가락 속 가사는 섬뜩하리만큼 처절하다. “진군하라, 진군하라. 더러운 피가 우리의 밭고랑을 적시도록.”

소련 해체의 발단이 된 발틱 3국 독립운동은 ‘노래 혁명’이라고도 한다. 노래 축제 행사가 기폭제가 된 데서 붙은 이름이다. 에스토니아의 한 민속음악제에 출품된 노래들이 이웃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로 전파되면서 독립 열기가 들불처럼 번져갔다. 1989년 2월 3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지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까지 장장 600㎞ 길에 200만 명이 인간 띠를 형성하고 국기를 흔들며 노래 부르는 장면은 20세기 역사의 상징적 사건 중 하나다.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로 유명한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는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공연에서 이란 인권운동 시위곡을 연주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상반신을 노출했다는 이유로 조국에서 영구 추방된 이란 여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가 콜드플레이와 함께 시위곡 ‘바라예(Baraye)’를 불렀다. 파라하니가 ‘여성, 생명, 자유’의 가사가 담긴 노래를 애절하게 부르는 모습은 세계 81개국 영화관에 스트리밍으로 중계됐다.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곡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 Kong)’이 때아닌 인기다. 홍콩당국이 금지곡 지정을 추진하자 홍콩 시민들이 앞다퉈 다운로드에 나서 아이튠즈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했다. 금지곡 지정의 표면적 이유는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 대신 이 노래가 홍콩 국가로 오인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인천 럭비 대회와 12월 사라예보 아이스하키 대회에서 ‘글로리 투 홍콩’이 홍콩 국가로 연주된 일이 있었다. 구글에 ‘Hong Kong national anthem(홍콩 국가)’을 검색하면 ‘Glory to Hong Kong’이 상단에 노출된 데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한다. 지금 같은 초연결 시대에 금지곡으로 지정한다고 이 노래를 대중에게서 떼어놓을 수 있을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가 아닐까.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