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세 곳 중 한 곳은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빚을 갚기조차 어려운 ‘한계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은 증가했는데 원자재 가격도 크게 오르며 이익률이 급감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3만여 개에 이르는 외부감사 대상기업의 수익성·안정성 지표가 지난해 일제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21년 6.8%에서 지난해 5.3%로 1.5%포인트 하락했다. 전기가스업 이익률이 -3.0%에서 -15.0%로 크게 악화했고, 전기·영상·통신장비는 재고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13.9%에서 10.2%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세전순이익률도 7.6%에서 5.2%로 내려갔다. 영업이익률이 저하되고 영업외이익이 적자로 전환하면서 전년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이익률이 떨어지면서 평균 이자보상비율도 654.0%에서 455.4%로 크게 낮아졌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이자보상비율이 100%보다 낮은 기업 비중은 35.1%였다. 1년 전보다 1.0%포인트 증가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보다 낮으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모두 부담할 수 없는 상태라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이 1년간 지속되면 ‘일시적 한계기업’, 3년간 이어지면 ‘한계기업’ 또는 ‘좀비기업’으로 부른다.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작년보다 크게 높아졌다. 부채비율은 101.0%에서 102.4%로 상승했다. 이는 2014년 106.5% 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제조업 중에선 조선·기타운수업 부채비율이 180.0%에서 239.9%로 크게 상승했다. 비제조업에선 전기가스업 부채비율이 190.0%에서 361.2%로 급등했다. 차입금의존도는 27.6%에서 28.2%로 높아졌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2019년 28.3%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매출 증가율은 16.9%를 기록했다. 2021년 17.7%에서 0.8%포인트 하락했지만 한은은 “여전히 높은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은 석유정제·코크스,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비제조업은 전기가스업 매출이 늘었다. 총자산 증가율은 10.8%에서 7.8%로 소폭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2022년에도 매출 증가율 등이 2021년과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며 “의외로 선방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매출 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데는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