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업체와 짜고 초지를 전용할 수 있게 부당한 유권해석을 해준 것으로 드러난 충남 태안 태양광 사업 부지 전경.  감사원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업체와 짜고 초지를 전용할 수 있게 부당한 유권해석을 해준 것으로 드러난 충남 태안 태양광 사업 부지 전경. 감사원 제공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비위 혐의가 대거 적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과장급 공무원은 태양광 업체에 특혜를 준 뒤 그 업체 대표로 재취업했다. 전북 군산시장은 지인 업체와의 계약을 밀어붙여 시에 110억원 규모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를 벌여 위법행위가 드러난 군산시장과 전직 산업부 과장 2명 등 공직자 13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이들 행위를 도운 민간업체 대표 등 25명은 수사 참고사항으로 송부했다.

태양광 발전업체인 A사는 2018년부터 충남 태안 안면도에 국내 최대 규모(300㎿급) 태양광 발전단지 건설을 추진했다. 그런데 개발 부지의 3분의 1가량이 초지(목장용지)로 돼 있어 잡종지로의 토지 용도변경이 필요했다.

A사는 같은 해 12월 산업부 B과장으로부터 해당 업무 담당자인 C과장을 소개받아 초지 전용에 필요한 유권해석을 청탁했다. B와 C는 행정고시 동기다. 이듬해 1월 C과장은 부하 D사무관을 통해 ‘산지관리법상 초지 전용이 가능한 중요 산업시설에 태양광 설비가 해당한다’는 유권해석 공문을 만들어 태안군에 보냈다.

그러나 산지관리법은 중요 산업시설에서 태양광 설비를 제외하는 내용으로 2018년 12월 이미 개정이 완료된 상태였다. 감사원은 “법적 근거도 없는 유권해석으로 태안군이 초지 전용을 허가하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B과장은 2019년 4월 퇴직한 뒤 2020년 11월 A사 대표로 취임했다. C과장도 A사 협력업체 전무로 재취업해 태양광 개발사업을 주도했다. 태안군 담당 공무원들은 이들과 공모해 개발행위 허가를 추진하면서 사업 종료 후 원상회복 의무를 면제하는 특혜를 주기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들의 비리 행위로 A사는 해당 부지 공시지가 100억원 상승은 물론 허가 지연에 따른 지연이자 45억원, 향후 원상복구 비용 약 8억원을 절감하는 이득을 봤다”고 설명했다.

자치단체장이 직접 나서 지인 업체를 1000억원 규모 태양광 사업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군산에서는 2020년 10월 99㎿ 규모 태양광 발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이뤄졌다. 당시 자금조달을 담당한 금융사는 시공사에 연대보증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자 군산시장은 연대보증 능력이 없는 D사를 선정하기 위해 연대보증 문제를 해결해주라고 담당 직원에게 지시했다. 연대보증 조건을 고수한 금융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최소 연 1.8%포인트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한 다른 금융사와 다시 계약을 맺었다. 그 결과 군산시는 대출금리와 연동된 수익금 감소로 향후 15년간 11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한국전력 등 태양광 사업과 관계된 공공기관 여덟 곳에서 임직원 250명 이상이 불법적으로 태양광 사업을 한 사례도 포착했다. 이들 기관은 이해 충돌 문제로 임직원의 태양광 사업을 금지하거나 겸직 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적발된 사례 중에는 태양광 발전소와 연계된 선로의 여유용량 정보 등 미공개 내부정보를 활용해 배우자 명의로 발전소를 설치·운영한 경우도 있었다.

산업부는 2019년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감사 당시 관련 자료를 대량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은 공무원 세 명에게 지난 9일 해임 징계를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