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유튜브 'FOX 8 News Cleveland' 채널 관련 보도 캡처
사진 = 유튜브 'FOX 8 News Cleveland' 채널 관련 보도 캡처
미국의 한 판사가 중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게 발언기회가 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변명을 늘어놓자 재판 도중 피고인의 입에 테이프를 붙혔다.

해당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미국 오하이오주 쿠야호가 카운티 법원의 존 루소 판사다. 지난 2018년에 있었던 해당 재판 영상이 SNS 계정 등에 다시 올라오면서 재조명됐다.

14일 기준 이 영상은 조회수가 560만회를 넘겼다. 해당 영상을 접한 대부분의 네티즌은 판사에 행동에 대해 옹호하는 모양새다. “중범죄 혐의의 피고인에게 더 이상 인내를 베풀 필요는 없다” “피해자들과 같은 기분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영상을 자세히 보면, 피고인 프랭클린 윌리엄스(당시 32세)가 루소 판사의 말을 끊어가며 스스로 변명을 이어간다. 이에 판사가 “그 입 다물라. 차례가 되면 그때 발언 기회를 주겠다”고 경고하지만, 윌리엄스는 멈추지 않는다. 윌리엄스가 계속해서 변명을 늘어놓는 바람에 재판이 진행되지 않을 정도였다. 윌리엄스 변호인조차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판사는 윌리엄스에게 조용히 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되레 판사를 향해 언성 높이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판사는 보안관리대원들에게 윌리엄스 입에 테이프를 붙일 것을 명령했다. 판사는 윌리엄스에게 “일단 입에 테이프를 붙여놓겠다. 이후 발언 기회가 되면 그때 테이프를 떼주겠다”고 했다. 보안대원들은 윌리엄스 입에 빨간색 테이프를 꼼꼼히 붙였고, 그제야 법정은 조용해졌다.

윌리엄스는 강도, 납치, 절도, 신용카드 불법사용, 무기 불법사용 등 중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루소 판사는 이 재판에서 윌리엄스에게 24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판사가 피고인 입에 테이프를 붙여버린 이 사건은 2018년 당시에도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일각에서는 루소 판사의 대처가 지나쳤다는 의견도 나왔다. 판사는 백인, 피고인은 흑인이었다는 점에서 인종차별 논란까지 일었다. 피고인 윌리엄스는 재판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굴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루소 판사는 “입에 테이프를 붙이기로 한 결정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한 뒤에야 이뤄졌다”며 “당신 때문에 재판 54분 동안 60회나 재판이 중단됐다. 나에게는 재판을 통제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총구를 겨누며 폭력적인 범죄를 행한 피해자 3명은 수년간 두려움 속에 살아야 했다. 이들을 위해 나는 어떻게든 재판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대처를 두고 계속해서 논쟁이 오가면서, 루소 판사는 결국 윌리엄스 재판에서 물러났다. 이후 다른 판사가 윌리엄스의 항소심 등의 선고를 맡기도 했다.

한편, 미국은 재판에 크게 방해가 될 경우, 판사 재량으로 물리적으로 피고인 입을 막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1970년 재판 중 판사가 피고인에게 ‘재갈’을 물리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