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한 번만 더 살아 달래요"…상황 역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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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비강남 가리지 않고 수억원씩 하락
"하반기 역전세 심화, 뾰족한 대책 없어"
"하반기 역전세 심화, 뾰족한 대책 없어"
#. 서울 강서구 전셋집에 사는 강모씨(38)는 최근 전세 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부탁받았다. 집주인은 "시세만큼 내려주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맞춰서 보증금을 돌려줄 테니 2년만 더 살아달라"고 호소했다. 강씨는 "전셋집은 더 낮은 가격에 구할 기회였지만 집주인이 간곡하게 사정해 1억원가량을 돌려받고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역전세가 지속하고 있다. 역전세는 전세 계약 갱신 시점에 전셋값이 최초 계약 시점 가격보다 낮게 거래되는 것을 말한다. 당장 수억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도,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도 서로 난감한 상황이다. 문제는 전셋값이 가장 높았던 2년 전 계약의 갱신 시기가 다가오면서 역전세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16억원에 갱신 계약이 맺어졌다. 2년 전 21억원에 계약을 맺었던 집주인이 5억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준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도 2년 전 전세 계약을 맺은 19억5000만원보다 3억원 낮은 16억5000만원에 지난달 기존 세입자와 갱신 계약을 체결했다.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 2일 9억원에 전세 갱신 계약을 맺었는데 종전 계약인 11억8000만원보다 2억8000만원 낮은 가격에 체결됐다. 이 단지 전용 59㎡도 지난 6일 8억2000만원에 갱신 계약이 이뤄졌다. 2년 전 9억5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낮아진 수준이다. 강남 3구도 피해 가진 못했다. 강남 이외의 지역에서도 역전세는 지속되고 있다.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고덕아르테온' 전용 84㎡ 지난달 7억5000만원에 전세 갱신 계약을 체결했다. 이전 계약 9억원보다 1억5000만원 내린 수준이다. 이 단지 전용 59㎡도 같은 달 5억원에 전세 갱신 계약을 맺었는데 역시 종전 가격 7억원보다 2억원 하락한 수준이다.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84㎡는 지난달 6억1000만원에 전세 갱신 계약을 맺었다. 2년 전 7억3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 내렸다. 이 단지 전용 59㎡ 역시 같은 달 5억1000만원에 갱신 계약을 체결, 종전 계약(6억3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 하락했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셋값이 덩달아 내렸다"며 "2년 전보다 수억원 내린 가격에 전세 계약이 맺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역전세난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20년 7월 31일 임대차 2법이 시행되면서 급등한 전셋값이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 정점을 기록했다. 당시 맺었던 전세 계약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만료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 계약된 서울 아파트 7만2295건 가운데 올해 상반기 같은 단지와 면적, 층에서 거래돼 전셋값이 비교가 가능한 2만8364건을 분석한 결과 현재 전셋값이 유지된다고 해도 하반기 계약의 절반 이상인 58%가 역전세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2년 전 전셋값이 정점일 당시 계약이 도래하는 만큼 역전세난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역전세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내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일단 임대인들의 돈줄을 풀어주겠단 의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일시적으로 DSR 완화 방안을 7월 중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당장 벌어지는 역전세를 막기 위해선 임대인들의 자금줄을 풀어 보증금을 반환하는 방법뿐"이라면서 "당장 사회적 시스템으로 역전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한편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빌린 돈은 5조원에 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4대 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신규로 취급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은 약 4조6934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올해 1∼5월 신규로 취급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은 약 2조6885억원이다. HF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보증금 반환 목적의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 금액은 2조49억원이다. 지난해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보금자리론 공급액이 8002억원인데 지난해 전체 공급액의 약 2.5배 넘는 금액이 올해 5개월 만에 신청됐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역전세가 지속하고 있다. 역전세는 전세 계약 갱신 시점에 전셋값이 최초 계약 시점 가격보다 낮게 거래되는 것을 말한다. 당장 수억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도,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도 서로 난감한 상황이다. 문제는 전셋값이 가장 높았던 2년 전 계약의 갱신 시기가 다가오면서 역전세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16억원에 갱신 계약이 맺어졌다. 2년 전 21억원에 계약을 맺었던 집주인이 5억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준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도 2년 전 전세 계약을 맺은 19억5000만원보다 3억원 낮은 16억5000만원에 지난달 기존 세입자와 갱신 계약을 체결했다.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 2일 9억원에 전세 갱신 계약을 맺었는데 종전 계약인 11억8000만원보다 2억8000만원 낮은 가격에 체결됐다. 이 단지 전용 59㎡도 지난 6일 8억2000만원에 갱신 계약이 이뤄졌다. 2년 전 9억5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낮아진 수준이다. 강남 3구도 피해 가진 못했다. 강남 이외의 지역에서도 역전세는 지속되고 있다.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고덕아르테온' 전용 84㎡ 지난달 7억5000만원에 전세 갱신 계약을 체결했다. 이전 계약 9억원보다 1억5000만원 내린 수준이다. 이 단지 전용 59㎡도 같은 달 5억원에 전세 갱신 계약을 맺었는데 역시 종전 가격 7억원보다 2억원 하락한 수준이다.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84㎡는 지난달 6억1000만원에 전세 갱신 계약을 맺었다. 2년 전 7억3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 내렸다. 이 단지 전용 59㎡ 역시 같은 달 5억1000만원에 갱신 계약을 체결, 종전 계약(6억3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 하락했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셋값이 덩달아 내렸다"며 "2년 전보다 수억원 내린 가격에 전세 계약이 맺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역전세난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20년 7월 31일 임대차 2법이 시행되면서 급등한 전셋값이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 정점을 기록했다. 당시 맺었던 전세 계약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만료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 계약된 서울 아파트 7만2295건 가운데 올해 상반기 같은 단지와 면적, 층에서 거래돼 전셋값이 비교가 가능한 2만8364건을 분석한 결과 현재 전셋값이 유지된다고 해도 하반기 계약의 절반 이상인 58%가 역전세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2년 전 전셋값이 정점일 당시 계약이 도래하는 만큼 역전세난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역전세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내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일단 임대인들의 돈줄을 풀어주겠단 의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일시적으로 DSR 완화 방안을 7월 중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당장 벌어지는 역전세를 막기 위해선 임대인들의 자금줄을 풀어 보증금을 반환하는 방법뿐"이라면서 "당장 사회적 시스템으로 역전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한편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빌린 돈은 5조원에 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4대 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신규로 취급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은 약 4조6934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올해 1∼5월 신규로 취급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은 약 2조6885억원이다. HF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보증금 반환 목적의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 금액은 2조49억원이다. 지난해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보금자리론 공급액이 8002억원인데 지난해 전체 공급액의 약 2.5배 넘는 금액이 올해 5개월 만에 신청됐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