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설탕 빼고 하락"…글로벌 투자자들, 원자재 비중 대폭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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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원자재 투자 비중을 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1년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는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대형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진행한 월간 글로벌 펀드 매니저 설문조사에 의하면 5월 기준 원자재 투자에 대해 '비중 축소' 포지션으로 돌아섰다고 응답한 투자자들이 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BoA는 "이들의 원자재 투자 심리는 지난 2달 새 17% 포인트 떨어지며 2015년 8월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총 708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247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금과 원당(설탕 원료), 소고기, 커피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원자재 가격은 지난 12개월 동안 하락했다. 원자재 거래 시장의 벤치마크인 S&P GSCI는 작년 6월 전고점 대비 30% 가량 고꾸라졌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원자재 시장이 변동성에 휩싸이면서 당시 8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던 S&P GSCI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암울한 전망의 배경으로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의 느슨한 러시아 제재 ▲중국발 수요 둔화 ▲미국의 고강도 긴축(금리 인상) 여파 등을 꼽았다. 프란시스코 블랜치 BoA 수석 원자재 전략가는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등 자원들에 대한 서방의 수입 제재 조치가 너무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산 자원이 제3국 등에서 헐값에 거래되면서 원자재 가격을 교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서방의 느슨한 제재와 (긴축에 의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자금 부족 등이 맞물려 원자재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요인도 있다. 중국 5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개월 연속 5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작년 말 리오프닝(경제 재개)에 나섰지만, 경기 반등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원자재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전망은 통상 원자재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다.
컨설팅기업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중국 수석 경제학자 던컨 리글리는 "중국의 주요 부문, 특히 부동산 부문에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리오프닝 이후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새로운 조치들을 도입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경기 부양 프로그램을 추진할 경우 또 다른 디폴트 리스크에 맞닥뜨릴 수 있다며 뒷짐지고 있다"고 했다. 씨티그룹의 아카시 도시 수석 상품 전략가는 "중국 당국은 국내 경제활동을 확장(pump up)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받쳐주는 데(prop up)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