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4%→금리 인상 끝…강세장 지속 세 가지 이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3일(미 동부시간) 새벽 중국에서부터 순풍이 불어왔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이 단기금리를 10bp(1bp=0.01%) 깜짝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나섰습니다. 산업생산,수출 등 4월 거시경제 지표는 예상보다 훨씬 나빴고 아마도 목요일 발표될 5월 데이터도 실망스러울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7일짜리 역레포 금리 인하에 시장에선 중기유동성창구(MLF) 대출금리와 대출우대금리(LPR) 등 다른 정책 금리도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습니다.

그리고 아침 8시 30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CPI) 수치는 예상과 거의 같게 나왔습니다. 미연방은행(Fed)이 내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작년 3월 긴축을 시작한 지 11번 만에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습니다.

이 모두는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7%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한 뒤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다우는 0.43%, S&P500 지수는 0.69% 올랐고 나스닥은 0.83%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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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5월 CPI를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① 4%까지 떨어진 CPI

헤드라인 CPI는 한 달 전에 비해 0.1%, 전년 대비로는 4.0% 올랐습니다. 4.0%는 작년 6월 정점(9.1%) 때의 절반 이하입니다. 2021년 3월 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치솟기 시작한 이래 최저치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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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전월 대비 0.4%, 1년 전에 비해선 5.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둘 다 예상과 같았고, 전년 대비로는 헤드라인 수치는 0.1%포인트 낮았고 근원 물가는 0.1%포인트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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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뚝뚝 더 떨어진다

휘발유가 4월보다 5.6% 급락했고, 덕분에 에너지 가격이 한 달 만에 3.6%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둔화에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또 항공료가 3% 하락했고 교육비가 0.2% 내렸습니다.

주거비, 중고차, 식품 가격 상승은 5월 인플레이션을 주도했습니다. 음식은 0.2% 상승했습니다. 주거비가 0.6% 올라 4월(0.4%)보다 더 올랐고, 중고차 가격도 4월에 이어 또다시 한 달 만에 4.4%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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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거비나 중고차 가격은 실제 시장에선 내려가고 있습니다. 중고차 경매 가격을 보여주는 만하임 중고차 지수는 5월 전달보다 2.7% 하락하는 등 지난 몇 달 동안 5.7% 내렸습니다. 만하임 지수는 CPI를 통상 2개월 정도 선행하죠. 또 질로우 등에 따르면 아파트 임대료는 1년 전 두 자릿수 증가에서 5월 2% 미만으로 둔화했습니다. 시차 때문에 현재 발표되는 CPI에서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곧 둔화할 것입니다. 만약 주거비가 5월에 전월 대비 오르지 않았다면 헤드라인 CPI는 2.1%, 근원 물가는 3.4% 오르는 데 그쳤을 것입니다. 모닝스타의 프레스톤 칼드웰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코너를 돌고 있으며 파이프라인에는 여전히 많은 디플레이션 모멘텀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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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근원 상품 물가는 0.6%나 올랐습니다. 하지만 중고차를 뺄 경우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근원 서비스 물가는 0.4% 높아졌는데 이는 2021년 9월 이후 가장 적은 월간 상승률입니다.

슈퍼코어(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도 전년 대비 4.6%까지 낮아졌습니다.

③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덜 내린다?

근원 물가가 한 달 만에 0.4% 오른 것은 근본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피치의 브라이언 쿨턴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설명되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하락에 속지 말라"라고 말했습니다.

민생에 중요한 식료품 물가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5월 음식료 비용은 한 달 전보다 0.2%, 1년 전보다 6.6% 상승했습니다. 식음료 물가는 지난 3개월 동안 거의 둔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Fed의 벤치마크 물가 지표인 PCE 물가의 둔화 폭은 CPI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KPMG의 다이언 스웽크 이코노미스트는 "CPI와 PCE 지수가 항공료와 의료보험 물가를 측정하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5월 의료보험과 항공료는 CPI에서는 하락했지만, Fed가 더 많은 비중을 두는 PCE 데이터에서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④ 실질 임금 상승

5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시간당 평균 임금은 0.3% 올랐습니다. 그런데 CPI가 0.1% 오르는 데 그쳐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임금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의 증가는 소비로 이어집니다.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는 Fed의 금리 인상 동결 기대로 이어졌습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는 동결 베팅이 어제 79.1%에서 CPI 발표 직후 98.8%까지 치솟았습니다. 인상 베팅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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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시펄 에셋의 시마 샤 전략가는 "Fed가 6월에 금리를 올리도록 했으려면 의미 있는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CPI가 기대에 대체로 부합하면서 그런 압력이 사라졌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늘 CPI 보고서가 우리의 6월 금리 인상 동결(pause)과 7월 금리 추가 인상 전망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웰스파고는 "오늘 데이터는 내일 FOMC에서 일시 중지(pause)를 확정 지을 것이다. 그러나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과 경제전망에서는 한 번의 추가 인상이 있다는 걸 신호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Fed의 금리 예측은 인플레이션 불안을 강조하기 위해 올라갈 수 있다'(Fed-Rate Projections Could Rise to Underscore Inflation Anxietie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완고하게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Fed 인사들의 우려는 그들이 내일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올해 다시 인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라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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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는 이에 대해 "오늘 보고서는 근원 CPI가 컨센서스를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립적이거나 비둘기파적이다. 이는 내일 금리 동결 기대를 뒷받침한다. CPI가 더 의미 있게 둔화한다면 Fed가 점도표에서 금리 전망치를 높이더라도, 지금 금리가 정점(peak)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시장에는 별다른 걱정이 없어 보입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지역은행 위기는 사라졌고 부채한도 이슈도 해결됐다. 인플레이션은 내려가고 있고 추가 긴축은 필요 없어 보인다. 지금으로선 걱정할 게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WSJ은 투자자들이 랠리에 대해 낙관하는 세 가지 이유를 보도했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① 시장 심리는 (약세장이 시작되기 전인) 1년 반 전에 마지막으로 본 수준까지 개선되었다.
② 랠리에 참여하는 종목은 대형 기술주를 넘어 확대되고 있다.
③ 자금 흐름 데이터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기관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오늘 S&P 11개 업종 가운데 유틸리티를 제외한 10개 업종이 상승하면서 시장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소재업종이 2.33%나 치솟았고 산업(1.16%) 금융(0.53%) 에너지(0.47%) 등 경기 민감 주들이 크게 올랐습니다. 오늘은 유가도 크게 반등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3.43% 오른 배럴당 69.42달러로 거래됐습니다. 중국의 금리 인하 소식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예상이 강화된 게 영향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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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도 함께 상승했습니다. 테슬라는 3.49% 올라 사상 최장인 13거래일 연속 상승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사이 41% 올라 종가 258.71달러입니다. WSJ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데이터를 인용해 오늘 테슬라 260달러, 270달러 콜옵션이 가장 많이 거래됐다며 "옵션 트레이더들이 추가 상승을 노리고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엔비디아는 3.9% 폭등해 종가 기준으로 처음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다만 애플은 UBS가 "아이폰 수요에 대한 지속적 압력을 보고 있다"라며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춘 여파로 0.26%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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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로운 AI 칩(MI300X) 출시를 발표한 AMD의 경우 주가가 3.61%나 급락했습니다. 리사 수 CEO가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올해 약 300억 달러에서 연평균 50% 이상씩 성장해 2027년 15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힐 때까지 좋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칩은 AI를 구현하는 데 더 적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의미할 수 있다"라고 밝힌 게 투자자들을 약간 놀라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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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이 매수에 가담하고 있다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5월은 2010년부터 따져 주식 매수가 가장 많았던 달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숏)를 커버하는 트레이딩이 많다. 그동안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공매도했던 것을 커버하면서 그동안 손실까지 만회하려고 공격적으로 숏커버+매수(buy)하는 거 같다. 미국은 성장도 좋고 환율(달러 하락)도 긍정적이고 인플레이션만 잡히고 기업들의 3, 4분기 실적만 이상하지 않으면 나쁠 게 없어 보인다. 미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니라서 중국 경기가 좋지 않아도 별로 큰 영향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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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가 실시한 6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AI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빅테크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중 55%가 가장 붐비는 거래로 '빅테크 매수'를 들었습니다.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중국 주식 공매도가 두 번째로 붐비는 거래로 꼽혔습니다.

또 향후 2년 동안 AI 채택의 영향에 관해 물었더니 40%는 더 높은 이익을 기대한다고 답했고 14%는 고용과 이익 모두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 이는 29%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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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들의 현금 비중은 5월 5.6%에서 5.1%로 줄었습니다.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도 지난 5개월 네 최저치로 줄였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들의 심리가 완고하게 낮은(stubbornly low)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의 순 19%는 가치 주의 수익률이 성장주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37%는 대형주가 소형주를 능가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59%가 Fed가 아직 금리 인상을 완료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61%가 중앙은행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했다고 밝힌 것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입니다.

오늘 증시의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채권 시장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미 국채 금리는 CPI 발표 직후 하락했었지만, 상승세로 반전했습니다. 오후 5시께 2년물 금리는 10.2bp 오른 4.683%, 10년물은 8.8bp 상승한 3.828%에 거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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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시장 관계자는 "증시 투자자들은 6월 동결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주목했지만, 채권 시장은 근원 물가가 높게 지속하면서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지된 것을 주시했다"라고 말했습니다. Fed워치 시장에서 7월 인상 확률은 65%에 달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근원 CPI가 한 달에 0.4% 오른 것은 좋지 않다. 휘발유 가격은 일반적으로 여름 드라이빙 시즌에 오른다. 주거비도 질로우 같은 곳을 보면 임대료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나는 국채 랠리에 반대로 베팅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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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재무부는 830억 달러 규모의 T-bill과 30년물 국채 180억 달러 규모를 발행했습니다. 경매는 잘 끝났습니다. 30년물 입찰은 응찰률이 2.522배(지난달 2.426배)에 달하며 낙찰 금리가 발행 당시의 시장금리보다 1.1bp 낮게 형성됐습니다. 채권 시장의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 투자자들이 국채 발행량 증가에 조금씩 반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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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FOMC는 금리를 동결할 것입니다. 과거 긴축 사이클에서 금리를 마지막으로 올린 뒤에 주가는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찰스 슈왑에 따르면 1928년 이후 14번의 금리 인상 주기를 따졌더니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 뒤 12개월 동안 주가는 많이 올랐을 때는 30% 올랐지만, 30% 떨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평균적으로는 2% 수준 상승에 그쳤습니다. 리즈 앤 손더스 전략가는 "시장 행동에는 통화 정책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것이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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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