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곡물협정 탈퇴" 으름장에 밀 선물 가격 상승 [원자재 포커스]
푸틴 “흑해 곡물 협정 탈퇴할 수도”
우크라 밀 수출 차질 우려에 밀 선물 가격 한때 1% 상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흑해 곡물 협정의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의 발언 직후 미국 선물시장에서 밀 선물 가격은 전 장보다 1% 이상 올랐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자국의 매체 전쟁 담당 기자, 군사 블로거와 관련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유엔,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출하고, 러시아 비료 등도 수출길을 터준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재개된 데 반해 러시아의 수출은 지연되면서 러시아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곡물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고, 협정으로 지정된 해로를 수상 드론 공격에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러시아 곡물 수출의 자유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며 “조만간 아프리카 지도자를 초청해 흑해 곡물 협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최빈국에 곡물을 무상으로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흑해 곡물 협정을 받아들인 건 우리의 친구인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며 “(흑해 곡물 협정과 관련해) 러시아는 속았다”라고도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 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 가격은 장중 1.1% 상승했다. 이후 상승 폭을 줄여 이날 CBOT에서 밀 선물 7월물은 전 장보다 소폭 상승 마감했다.
<밀 선물 가격 추이>
자료: 로이터통신
<밀 선물 가격 추이> 자료: 로이터통신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돌입해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 일부를 수복하는 등 성과를 내면서,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을 중단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우크르아그로컨설트에 따르면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량은 협정 이후 최소로 줄었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검문 등의 속도를 늦췄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반격 중 서방 제공 장비의 25~30%를 잃었고,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에 진전이 있다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