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발 미국 스모그 원인 살펴보니…"기후변화 때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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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대 교수 WSJ 통해 주장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난주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스모그가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캐나다 퀘백주에서 대형 산불이 났고 그 연기가 미국 동부 주요 대도시를 덮쳤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클리포드 매스 워싱턴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잘못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매스 교수는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을 통해 "산불과 최악의 공기질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산불은 복잡한 시스템에서 우연한 요인들이 결합돼 발생한 결과"라는 논지를 펼쳤다.
아래는 칼럼 전문.
지난주 뉴욕에 극심한 환경 문제가 발생했다. 캐나다 퀘벡 주에서 발생한 짙은 산불 연기가 남쪽으로 내려 오면서 뉴욕은 세계 최악의 대기 질을 경험했다. 적어도 반세기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렸다.
각종 기사 헤드라인에선 기후 변화가 주범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러한 주장은 각종 관측 기록과 산불 관련 기상학 등으로 검토한 결과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필자는 산불 관련 기상학에 관한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기후변화가 대기 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미국 산림청 등으로부터 산불 관련 기상학 연구 자금도 지원받았다.
비정상적인 대기순환으로 산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강력한 저기압이 짙은 연기를 뉴욕 지역으로 밀어 넣었다. 지구 온난화는 이번 산불과 관련해 사소한 요인에 불과하다.
이번 산불은 퀘벡 북부의 한대림에서 발생했다. 이 지역에서도 화재가 드물지는 않다. 이 숲의 생태는 불에 의존한다. 대부분의 북부 지역 화재는 4월 중순부터 6월 초에 발생한다. 겨울 눈이 녹은 직후 풀과 작은 식물이 자라나기 전이다. 전년도에 죽은 초목이 충분히 말라서 번개나 인간 활동을 통해 점화원이 있으면 불이 붙을 수 있다.
뉴잉글랜드 지역에 엄청난 양의 연기를 퍼뜨린 2010년 5월 화재가 대표적인 예다. 영국까지 연기를 퍼뜨린 1870년 5월 사귀네이 화재 등 퀘벡의 대형 화재는 대부분 봄철에 발생했다. 캐나다에서 봄철에 발생하는 대형 산불은 드문 일이 아니며 기후 변화의 징후도 아니다.
이번 화재는 6월 2일에 시작됐다. 거의 일주일 간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날씨로 인해 말라붙은 초목에 수백 번의 번개가 치면서 불이 붙었다.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기 전까지 비정상적으로 건조하지 않았다. 캐나다 가뭄 모니터링 결과 수분 상태는 평년과 비슷하고 기온도 낮았다.
5월 27일부터 캐나다 중남부에 고기압이 형성돼 6월 초까지 이 지역이 따뜻하고 건조했다. 풀 등이 연소할 준비가 됐기 때문에 화재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것은 점화원뿐이었다. 그런데 6월 초에 저기압과 함께 번개가 치는 폭풍이 발생했다.
번개로 인해 수많은 화재가 발생했다. 저기압의 중심이 순환하면서 강풍을 일으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번졌다. 더 큰 문제는 저기압 중심이 남쪽으로 밀려나 뉴욕 동쪽으로 강화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북서쪽에서 지속적으로 강풍이 발생해 퀘벡 연기를 뉴욕 대도시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여러 독립적인 요소가 정확한 순서로 발생하면서 뉴욕에 연기가 발생했다.
반면 최근 뉴욕의 연기가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그럴듯한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 산불이 발생하기 전 몇 달 동안 퀘벡의 기상 조건은 거의 정상에 가까웠다.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 캐나다 남부 고기압이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실제로 동료 과학자들의 검토를 거친 결과 지구 온난화로 인해 고기압 및 저기압 지역이 증폭되지 않았다는 문헌이 있다.
퀘벡은 추세적으로 강수량이 늘고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기온은 화씨 2도 정도 상승했다. 이러한 온난화가 전적으로 인간에 의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퀘벡의 기온이 평년보다 20~25도까지 상승한 이번 폭염 요인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퀘벡의 산불 발생 건수는 감소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는 산불 면적의 증가 추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번에 뉴욕에서 발생한 최악의 연기는 극한 환경과 기상 현상의 기원을 보여준다. 대기는 우연한 자연 변동성이 지배하는 혼란스러운 시스템이다. 이러한 변동성은 카드 게임과 같다. 운으로 풀 하우스나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가 날씨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한 시스템에 내재된 무작위적인 변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