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책 축제에"…코엑스에 휴남동서점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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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국제도서전 첫날
오는 18일까지 강연 등 이어져
오는 18일까지 강연 등 이어져
베스트셀러 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속의 휴남동 서점, 인기 아동 판타지 소설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의 전천당…. 책 속의 공간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국내 최대 책 축제' 서울국제도서전에서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했다. 출판사, 해외문화원 등 36개국 530개사가 부스를 꾸리고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1954년 제1회를 시작으로 올해 65회째를 맞은 도서전은 오는 18일까지 진행된다.
○미공개 신작 찾아 '오픈런' 도서전 첫날 행사장에는 평일인데도 인파가 몰려들었다. 경기 침체, 알라딘 전자책 유출 등에 시름하던 출판계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올해 도서전에서는 출판사 대원씨아이가 설치한 인기 농구 만화 <슬램덩크> 전용관이 단연 화제였다. 만화책을 사려는 수십m 대기 줄이 생겼을 정도다. 이곳에서 <슬램덩크>를 구입할 때 주는 일러스트 티켓 등 '굿즈'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출판사들간 아이디어 싸움도 치열했다. 황금가지(민음사)는 한국 대표 SF 작가 이영도의 미공개 신작 단편소설 '너는 나의'를 도서전에서 선착순으로 증정했다.
대학생 어현서 씨(20)는 "소셜미디어에서 소식을 듣고 도서전만 손꼽아 기다렸다"며 "일찍 소진될까봐 개막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오픈런'을 했다"고 웃었다. 문학동네는 인기 연애 관찰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을 패러디한 '독파시그널' 코너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고 몇 개의 설문에 답하면 '운명의 책'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문학과지성사는 마치 문지시인선 표지 속에 들어간 것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부스를 마련했다.
○샤르자 등 국제 출판인들 발길 이어져
올해 도서전은 활발한 국제 교류의 장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3년 만에 서울국제도서전이 대규모로 열리자 해외 출판 관계자들이 대거 도서전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이탈리아 출판사 펠트리넬리 에디토레의 파비오 무지 팔코니 편집자는 "얼마 전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를 이탈리아에 출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한국의 또 다른 매력적인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9년 만에 도서전에 왔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대표 문화도시 샤르자는 주빈국으로 도서전에 참여했다. 아흐메드 빈 라카드 알 아메리 샤르자 도서청 대표는 "국가와 국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 문화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샤르자에는 K팝과 K드라마뿐 아니라 나태주, 서정주, 김소월의 한국 문학 작품이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셰이크 파힘 알 카쉬미 샤르자 정부관계부 집행위원장(2023 서울국제도서전 샤르자 사절단장)은 개막식 무대에 올라 "다섯 살 아들에게 '한국에 간다'고 하니 'BTS를 만나는 거냐'고 물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개막 행사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는 "전세계가 독특한 한국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도서에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 도서가 전 세계에 더 많이 알려지고 세계 출판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저 역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이 이야기>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얀 마텔, 박찬욱 감독이 영상화하기로 해 화제가 된 <동조자>를 쓴 베트남계 미국 소설가 비엣 타인 응우옌 등도 도서전을 계기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다채로운 강연 이어져
도서 할인폭을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강연과 북토크 등은 도서전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출판업과 관련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도서전 무대에 섰다.
번역가 안톤 허는 '한국문학 영미권 출판의 기적'을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후보에 오른 <저주토끼>와 <대도시의 사랑법>을 번역했다.
그는 "제가 하는 일 중 번역은 30%뿐이고, 나머지 70%는 '맨 땅에 헤딩'하는 일"라며 "번역가는 번역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독자층을 확보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고 조언했다.
표지와 속지, 날개지 등책의 겉면을 아름답게 꾸미고, 독자가 쉽게 쥐고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도 책 제작의 중요한 요소다. 도서전에서는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기쁨'이란 주제로 네 명의 디자이너가 강연에 나섰다.
김형진 디자이너는 "책의 디자인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라며 "디자이너는 자칫 저자가 자기 책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면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보완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된 10권의 작품 중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비정량 프렐류드> 두 권의 디자인을 맡았다.
이날 신형철 문학평론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의 강연은 사전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된 뒤 현장입장 대기 줄이 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구은서/안시욱 기자 koo@hankyung.com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했다. 출판사, 해외문화원 등 36개국 530개사가 부스를 꾸리고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1954년 제1회를 시작으로 올해 65회째를 맞은 도서전은 오는 18일까지 진행된다.
○미공개 신작 찾아 '오픈런' 도서전 첫날 행사장에는 평일인데도 인파가 몰려들었다. 경기 침체, 알라딘 전자책 유출 등에 시름하던 출판계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올해 도서전에서는 출판사 대원씨아이가 설치한 인기 농구 만화 <슬램덩크> 전용관이 단연 화제였다. 만화책을 사려는 수십m 대기 줄이 생겼을 정도다. 이곳에서 <슬램덩크>를 구입할 때 주는 일러스트 티켓 등 '굿즈'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출판사들간 아이디어 싸움도 치열했다. 황금가지(민음사)는 한국 대표 SF 작가 이영도의 미공개 신작 단편소설 '너는 나의'를 도서전에서 선착순으로 증정했다.
대학생 어현서 씨(20)는 "소셜미디어에서 소식을 듣고 도서전만 손꼽아 기다렸다"며 "일찍 소진될까봐 개막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오픈런'을 했다"고 웃었다. 문학동네는 인기 연애 관찰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을 패러디한 '독파시그널' 코너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고 몇 개의 설문에 답하면 '운명의 책'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문학과지성사는 마치 문지시인선 표지 속에 들어간 것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부스를 마련했다.
○샤르자 등 국제 출판인들 발길 이어져
올해 도서전은 활발한 국제 교류의 장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3년 만에 서울국제도서전이 대규모로 열리자 해외 출판 관계자들이 대거 도서전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이탈리아 출판사 펠트리넬리 에디토레의 파비오 무지 팔코니 편집자는 "얼마 전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를 이탈리아에 출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한국의 또 다른 매력적인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9년 만에 도서전에 왔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대표 문화도시 샤르자는 주빈국으로 도서전에 참여했다. 아흐메드 빈 라카드 알 아메리 샤르자 도서청 대표는 "국가와 국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 문화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샤르자에는 K팝과 K드라마뿐 아니라 나태주, 서정주, 김소월의 한국 문학 작품이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셰이크 파힘 알 카쉬미 샤르자 정부관계부 집행위원장(2023 서울국제도서전 샤르자 사절단장)은 개막식 무대에 올라 "다섯 살 아들에게 '한국에 간다'고 하니 'BTS를 만나는 거냐'고 물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개막 행사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는 "전세계가 독특한 한국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도서에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 도서가 전 세계에 더 많이 알려지고 세계 출판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저 역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이 이야기>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얀 마텔, 박찬욱 감독이 영상화하기로 해 화제가 된 <동조자>를 쓴 베트남계 미국 소설가 비엣 타인 응우옌 등도 도서전을 계기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다채로운 강연 이어져
도서 할인폭을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강연과 북토크 등은 도서전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출판업과 관련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도서전 무대에 섰다.
번역가 안톤 허는 '한국문학 영미권 출판의 기적'을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후보에 오른 <저주토끼>와 <대도시의 사랑법>을 번역했다.
그는 "제가 하는 일 중 번역은 30%뿐이고, 나머지 70%는 '맨 땅에 헤딩'하는 일"라며 "번역가는 번역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독자층을 확보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고 조언했다.
표지와 속지, 날개지 등책의 겉면을 아름답게 꾸미고, 독자가 쉽게 쥐고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도 책 제작의 중요한 요소다. 도서전에서는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기쁨'이란 주제로 네 명의 디자이너가 강연에 나섰다.
김형진 디자이너는 "책의 디자인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라며 "디자이너는 자칫 저자가 자기 책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면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보완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된 10권의 작품 중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비정량 프렐류드> 두 권의 디자인을 맡았다.
이날 신형철 문학평론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의 강연은 사전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된 뒤 현장입장 대기 줄이 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구은서/안시욱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