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 전술핵무기를 인도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핵무기가 영토 밖에 배치되는 것은 옛 소련 해체 후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TV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러시아로부터 미사일과 (핵)폭탄을 받아 보유하고 있다”며 “폭탄의 위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의 세 배”라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며칠 내에 벨라루스 영토에 (핵무기가) 물리적으로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는 소련 시절 만들어진 핵무기 저장시설 가운데 5~6곳을 복구했고, 폭격기를 비롯해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탄도 미사일 이스칸데르가 배치돼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핵무기는) 잠재적 공격에 대한 방어적·억제적 차원이며 우리가 핵무기 배치를 요청했다”고 항변하면서도 “전쟁이 시작되면 아무 때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해 타격을 조율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장에선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44개국이 벨라루스를 침략의 공범으로 지목하며 공동선언문을 통해 핵무기 배치 결정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